고유한 디자인 조형
최근에 출시되는 국산 승용차들의 디자인은 그 창의성과 고유성에서 커다란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키워드와 ｢직선의 단순화｣라는 주제를 가진 디자인 철학은 한국 메이커만의 독자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YF쏘나타와 K5는 모두 실내공간을 구성하는 캐빈(cabin)이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차체 전체의 이미지에 있어서는 대조적이고 명확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모두 헤드램프에서 시작된 모서리가 측면 유리창까지 연결되고, 차체에는 전체를 흐르는 캐릭터라인이나 볼륨이 더해져서 고유의 디자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과거에는 국산차들을 보면 외국 메이커의 모델이 연상되곤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디자인과 생산기술
이와 같은 창의적 디자인과 함께 간과할 수 없는 점이 바로 생산기술이다. 아무리 창의적인 디자인을 고안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제품으로 구현되는 데에 있어서 높은 수준의 생산기술이 뒤따라주지 못한다면, 아름다운 자동차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차체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능력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조형을 차체의 구조를 통해 그대로 구현시켜주는 생산 기술의 뒷받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산 자동차의 디자인 창의성 향상의 근원은 바로 높은 수준의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산기술(生産技術, production technology)은 문자 그대로 어떤 제품이나 자동차를 생산해내기 위해 필요한 기술능력이다. 자동차 메이커에게는 고성능 엔진을 개발하거나 주행안정성을 갖춘 현가장치(懸枷藏置)를 설계하는 등 차량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 가장 핵심적인 역량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더욱 중요한 기술능력은 저와 같은 고성능과 창의적 디자인으로 개발된 차량을 대량생산방식에 의해 균일한 품질로 평균 1분 40초에 한 대씩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기술의 중요성이 오히려 더 높은 비중을 가질 것이다. 아무리 성능 좋고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개발해냈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만큼 만들어낼 수 없다면, 결코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생산기술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비단 생산량만이 아니다. 많은 양의 차량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내면서도, 차량의 품질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는 어쩌면 생산기술이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인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국산차의 문틈으로는 손가락도 들어갈 수 있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지만, 최신형 국산 승용차들의 도어 문틈 간격을 보면 도어와 차체 간의 틈새 간격이 3mm 정도로 맞추어져 있다. 오히려 독일 고급 승용차들의 문틈은 조금 더 벌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정밀한 생산기술은 글로벌 최상위권 메이커로 도약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에게는 중요한 과제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차체 디자인을 해냈다고 하더라도, 차체를 타고 흐르는 선이 깔끔하지 않다거나, 도어와 차체가 선의 흐름에서 서로 안 맞는다거나, 혹은 문틈의 간격이 벌어져 보인다면 결코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아름다움을 위한 기술
자동차의 차체 디자인은 면(面)과 면이 만나서 그 이미지가 만들어지지만, 한편으로 매끄럽게 흐르는 선(線)을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자동차 디자인은 바로 아름다운 선(線)을 의미한다.

차체의 형태를 가공하는 금형(金型) 제작에서의 정밀 가공 능력, 그리고 많은 양을 만들어내면서도 정밀도를 유지하는 기법, 그것이 바로 생산기술이며, 그것의 수준이 높지 않다면, 아름다운 차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의 디자인 역량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가까운 미래에는 글로벌 최상위 메이커의 반열에 들어갈 것이다. 오늘날 디자인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나라 메이커들의 아름다운 차체의 반짝이는 철판 뒤에는 이처럼 소리 없이 존재하고 있는 높은 수준의 생산기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