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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디자인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상상력이라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1-05 06:42:22

본문

상상력이라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분야를 막론하고 21세기 디자인의 전반적 흐름은 감성을 중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감성 중시 경향은 기술적 비중이 높은 제품인 자동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자동차의 하드웨어(hardware)가 발전할수록, 소프트웨어(software)적 요소로써 감성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고, 최근의 자동차는 이러한 경향 속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11년을 맞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는 자동차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자동차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가 이렇게 대중화 된 데에는 대량생산방식에 힘입은 바 크다. 대량생산 이전의 자동차는 고가(高價)의 ‘공예품’이었으며, 귀족들의 사치품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대량생산방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업제품’이 되면서 자동차는 대중적 상품이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들은 그것이 지향하는 소비자 대중들에게 보편적으로 선택되기 위해서 합리적 기능과 성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동차를 대할 때 우리도 모르게 이중적 기준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이성적 기준’과 ‘감성적 기준’을 동시에 가지는 것을 말한다. 이성적 기준에서 우리는 연비를 따지고 출력과 소음, 그리고 가격대비 가치를 따진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그 차의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느낌을 살피게 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미지와 느낌이 바로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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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영화를 볼 때, 현란한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면, 분명 눈은 즐거울 것이다. 그런데 그 영화에 감동적인 스토리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환상적인 세계가 없다면, 그다지 좋은 영화라고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자동차 또한 이와 비슷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것 같다. 최근의 자동차들은 성능이나 품질은 고급 승용차와 대중적 승용차를 막론하고, 우리의 보편적 기준에 미달되는 차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사람들은 자동차를 편리한 이동수단으로써 사용하지만, 한편으로 무언가 자신의 개성과 감성에 와 닿는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감성에 와 닿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필요한 요소들이 바로 상상력과 꿈을 가진 디자인이다. 단지 예쁘장한 겉모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그 차의 디자인에 들어있는 상상력과 꿈의 세계를 통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감성적 교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깔끔하고 번듯한 디자인이 아니라, 표정이 있고 이야기가 들어있는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의 앞모습이 마치 심술궂은 악동 같은 표정을 가져서, 그 차가 가진 성능에 대한 암시를 주는 경우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또는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표정과 눈매를 가진 헤드램프의 형태를 통해, 사람들의 상상력과 흥미를 자극하기도 한다. 또 어떤 차량은 마치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통해서 자동차에서 마치 생명이 있는 것 같은 상상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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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어떤 사물의 형태는 그 사물의 물리적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러한 개개의 사물들이 모여서 전체적인 구조를 이룬 형태, 그것을 ‘도상(圖象)’이라고 이야기한다. ‘도상’의 영어 표현은 바로 ‘아이콘(icon)’이다. 본래 아이콘은 중세 미술에서 예수와 같은 ‘성인(聖人)’, 또는 ‘예수의 눈(目)’ 등을 의미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보다 폭넓은 의미로써 대표적 상징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컴퓨터에서의 아이콘이 바로 그와 같은 의미 변화의 사례일 것이다. ‘아이콘’이나 ‘도상’은 바로 대표적인 이미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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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양쪽의 헤드램프, 그리고 범퍼가 결합된 앞모습, 각 부품들의 형태(形態)가 어우러진 도상(圖象)은 마치 사람의 눈, 코, 입처럼 보이기도 하고, 표정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개개의 부품들의 ‘물리적 형태’를 넘어선 또 다른 차원의 형태이다.
지난 20세기 문화의 중점은 ‘이성(理性)’ 이었지만, 오늘날 21세기의 그것은 ‘감성(感性)’으로 변화했다. 점잔을 빼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것이 오늘날의 문화 패러다임이다. 논리적 ‘설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동’을 줘야 하고, 때로는 ‘흥분’까지도 만들어내야 하는 지도 모른다. 그것은 자동차 디자인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감동과 흥분’이 없다면, 수억 원짜리 스포츠카가 팔리는 것은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스포츠카들은 ‘연비’도 좋지 않고, ‘승차감’도 편하지 않아서, 기능적으로 ‘편하고 좋은 차’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이성이나 논리, 혹은 실용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자동차 디자인은 단지 물리적인 형태와 값비싼 마감재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는 이제 세계 시장에서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으면서 날개를 펼치기 시작하고 있다. 머지않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국의 자동차를 사고 싶어서 잠 못 이룰 정도의 상상력과 꿈을 가진 디자인으로 무장하고, 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새해 2011년을 맞아 첫 글을 올리면서 올 한 해 동안에도 독자 여러분들께 더 많은 발전과 아울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의 더 오르는 해를 자동차의 그림으로 표현한 연하장의 이미지를 첨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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