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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차의 디자인 리뷰 - 26. 현대 HG 그랜저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1-22 01:09:54

본문

5세대 그랜저의 계보
5세대 그랜저HG가 ‘5G Grandeur’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1세대 그랜저는 필자가 대학에서 디자인전공 2학년이던 1986년에 나왔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고급 승용차는 새한자동차가 독일 오펠의 레코드를 들여와 생산한 로얄 시리즈가 ‘주름잡고’ 있었다. 거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이 속칭 ‘각 그랜저’로 불리는 1세대 그랜저였다. 필자는 아직도 그 당시의 그랜저 광고 문구가 기억난다.

“이제 고급 승용차의 전통이 그랜저로 새롭게 시작됩니다.”

그랜저는 그 당시에 국회의원의 차라고까지 불리던 로얄 시리즈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25년이 지났다. 25년 전에 그랜저는 국내 최고급 승용차를 지향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에쿠스가 최고급 승용차의 자리에 있다. 그 대신 오늘날 그랜저는 성공한 중년이 선망하는 고급 승용차가 되었다. 그리고 5세대 25년의 전통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좋은 차는 단지 높은 수준의 기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해도, 그것이 그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여기에는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결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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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 국내의 다른 메이커에서도 그랜저와 동급의, 혹은 더 성능 좋은 차량을 용병으로 데려오기도 했었지만, 번번이 국내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물러나곤 했다. 한편으로 보면 그랜저는 마치 도요타의 크라운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크라운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급 승용차이다. 물론 더 큰 센츄리나 국제적 감각의 렉서스도 있지만, 일본 사람들에게 크라운은 설명할 수 없는 크라운만의 영역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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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1세대 ‘각 그랜저’는 미쓰비시가 크라운에 대적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한 차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미쓰비시는 그 혈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했고,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는 5세대를 거치면서 이를테면 ‘한국의 크라운’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도요타의 크라운은 지금도 일본 국내 시장에서 대표적인 고급 승용차이고,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극소수가 수입되어 고급 승용차로 쓰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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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이켜보면 시간은 참 빠르다. 3세대 그랜저 XG가 아직도 많이 쓰이는 것 같은데, 벌써 5세대 모델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이 역동적이라는 증거이다. 사실 오늘날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를 제대로 만들어 파는 미국 이외의 나라는 독일과 일본, 한국뿐이라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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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디자인의 특징
5G 그랜저HG는 현대자동차의 독자적인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근육질의 캐릭터 라인과 적극적 이미지의 차체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크라운을 잠시 언급했지만, 그랜저와 크라운은 실용적 고급 승용차라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크라운의 디자인이 균형과 보편을 추구하는 이미지인 반면, 신형 그랜저HG는 역동성과 활력을 지향하는 이미지이다. 전면의 인상은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한국인들이 고급 승용차에서 원하는 정서인지도 모른다. 무난함이 우리의 전통적 정서였던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 새 사람들은 무난한 것에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는 시대가 이미 와 버린 것이다. 물론 자꾸만 강해진다면 나중에는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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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 하우스를 가득 채운 바퀴와 넓은 면으로 둥글게 돌려진 휠 하우스 플랜지(wheel house flange)는 역동적으로 연결된 캐릭터 라인과 결합되어 건장한 차체 자세를 보여준다. 이 부분의 디자인만을 보면 고급 승용차보다는 고성능 슈퍼 카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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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의 인상은 몇 년 전에 나왔던 제네시스의 컨셉트 카 모델과도 흡사하게 보이는데, 그것은 특히 마치 사람의 얼굴 코 밑의 인중(人中)을 연상시키는 후드의 캐릭터 라인 때문일 것이다. 이 라인의 디자인은 현대자동차 디자인의 독자적 캐릭터로 발전될 수 있을 것 같이 보인다. 그런데 한 번 더 살펴보면, 인중 형태의 후드 캐릭터 라인 모양이 HG와 제네시스 컨셉트카가 비슷해 보이면서도 면 처리는 상당히 다르다. 제네시스 컨셉트카의 캐릭터 라인은 마치 오목렌즈처럼 탄력 있게 들어 간 면으로 만들어져 긴장감과 고성능 엔진의 암시를 주는 듯 하는데, HG의 것은 둥글게 처리돼 있긴 하지만, 마치 계단처럼 내려가 있어서 하나의 면으로 보이지 않고, 두 개의 줄을 그어 놓은 듯 보인다.

실내 공간의 시각적 품질감
실내의 디자인에서는 다양한 질감과 조명을 활용한 디자인 요소를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본다면 각각의 요소들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고, 시각적인 품질감을 높이는 데에 중점을 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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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이미지는 넥타이를 맨 모습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고 한다. 좌우 대칭을 이루면서 역동적인 선으로 흐름을 만든 모습이다. 한편으로 정말로 모든 실내의 부품들에서 디테일의 마감에 공을 들인 인상을 받게 된다. 특히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 트림의 암 레스트와 파워 윈도우 버튼의 디테일은 메탈 재질과 결합되어 마치 일본의 가전제품을 연상시킬 만큼 세심하게 디자인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직접 재봉질로 마무리된 도어 트림 패널과 입체적인 느낌이 나는 카본 재질의 그레인 패널은 시각적인 면에서 어느 메이커의 차량과 경쟁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게다가 앞 도어트림의 도어 포켓에 컵이나 음료수 병 등을 놓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은 실용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필자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도어 트림 패널에 사선으로 지나가는 형태로 삽입된 카본 그레인, 또는 우드 그레인 패널은 스포티한 느낌을 주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패널 안에 30도 정도의 각도로 설치된 사선형 도어 핸들과 거기에서 연결돼 나온 어시스트 그립의 형태는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실내의 디자인은 마치 가구와 같아서 역동적인 성격을 가진 자동차라고 할지라도 실내에서 형태의 변화를 너무(?) 많이 주면 편안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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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직접 재봉질로 마무리해서 매우 고급스럽게 마무리되어 있는데도, 폭신한 느낌보다는 플라스틱 패널에 재봉질 한 가죽을 접착시켜놓은 것 같아서 딱딱한 질감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독자적 디자인 철학의 구현
새로운 5G 그랜저 역시 최근에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독자적인 디자인 노선 ‘Fluidic Sculpture’, 즉 유연한 흐름을 형상화 한 조각품 같은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차체 측면의 캐릭터 라인은 사실 세부적으로는 다르겠지만, 거시적으로 본다면 YF 쏘나타와 신형 아반떼, 신형 엑센트 등에 이르기까지 통일된 느낌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공통적인 스타일 요소를 차종 별로 개성 있게 소화해서 적용하고 있다. 뒤 펜더의 굽어진 캐릭터 라인은 신형 에쿠스에서부터 보이는 새로운 시도이다.

최근의 현대자동차 디자인의 특징은 유기체적인 선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차량의 전면 이미지에서 독수리의 눈을 형상화 한 헤드램프 디자인은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디자인 추세는 점점 강렬한 인상을 가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전해 가는 현대자동차에게는 고유성을 나타내는 개성 있는 디자인이 중요한 요소이고, 최근의 소비자들의 요구 또한 개성 있는 디자인을 요구하고 있다.

5G 그랜저HG의 전체적인 스타일 특징은 유기적(有機的, organic) 조형요소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제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조형은 플루이딕 스컬프쳐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유기적 조형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이것은 기아자동차의 ‘직선의 단순화’ 라는 기하학적 조형과 좋은 대비를 이루며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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