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ä ۷ιλƮ  ͼ  ī 󱳼 ڵδ ʱ ڵ 躴 ͽ ǽ ȣٱ Ÿ̾ Auto Journal  Productive Product
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인도와 자동차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2-22 01:03:27

본문

필자는 지난주에 자동차 디자인 세미나를 위해 인도에 다녀왔다. 필자가 자동차 디자인 세미나를 했던 학교는 인도의 마하라시트라(Maharasitra)주(州)의 뿌네(Pune) 시에 위치하고 있는 DYPDC(D.Y. Patil Design College)로써, 뭄바이에서 150km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이 학교는 ‘Dil Yip’이라는 성씨를 가진 인도 토지재벌가문의 기업 ‘D.Y. Patil Group’이 설립한 곳인데, 우리나라의 군(郡) 정도 면적의 거대한 농장 한 가운데에 ‘D.Y. Patil Knowledge City’ 라는 작은 도시 같은 캠퍼스가 조성되어 있고, 거기에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와 대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은 설립된 지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아서 체계를 갖추어가는 중이어서, 의과대학과 경영대학원 등의 건물도 건축되고 있었다.

34730_1.jpg

인도는 인류 3대 문명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하고, 불교의 발상지이기도 해서, 그 내력은 거의 인류 문명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인도 고유의 언어는 무려 170개가 넘는 다고 하며, 공식적으로 통역이 되고 있는 언어의 수도 열일곱 개에 달할 만큼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영국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영어가 공식 언어로 사용되고 있어서, 국민 대다수가 영어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근래에 쌍용자동차가 인도의 마힌드라(Mahindra)와 인수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인도의 자동차산업이 우리들에게 인식이 되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이미 현대자동차가 현지에 맞도록 개발하거나 변형시킨 몇 종류의 승용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인도의 자동차산업에 대해 우리들에게 실질적으로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보의 부재(不在)는 필자 역시 다르지 않았다. 막연히 인터넷을 통해 접했던 다소 충격적인 디자인을 가진 몇 종류의 인도 메이커가 개발한 차량들을 본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그곳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내용은 어느 정도이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34730_2.jpg

물론 인도에 도착해서 접한 인도 사람들의 전반적인 ‘자동차 생활’은 필자가 알고 있었던 피상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이었고, 대학에서의 자동차 디자인 교육 역시 아직 초보적 단계에 있었다.

그런데 이 대학의 교수실 faculty room에는 필자 이외에도 이탈리아에서 온 두 사람의 방문 교수들이 더 있었고, 그들은 자동차 설계와 관련한 다른 과목들을 특강 형식으로 맡고 있었다. 또 이들 이외에도 그간에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이 다녀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필자가 진행한 세미나와 수업 분량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거의 한 학기동안 진행하는 정도의 것이었다. 물론 1주일로 압축된 것이었기 때문에 16주 동안의 수업과 같은 수준의 숙성도를 가질 수는 없지만,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서는 인도 자동차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의 발전에 대한 일종의 갈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4730_3.jpg

강행군과도 같은 세미나와 실기수업을 지행하면서 필자는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 또한 솔직한 심정이었다. 필자의 세미나는 물론이고, 이 대학에서 개설되는 수업은 모두가 영어 강의이고, 또한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장·단기 방문 교수진들에 의해 이곳 학생들은 오늘날의 글로벌 자동차산업 현장의 지식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비록 사립대학이지만, 미래의 산업에 대비해 의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34730_4.jpg

한편 인도 태생의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현재 인도에서 ‘DC Design’ 이라는 디자인 전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Dil Yip Chhabria 라는 인물로, 그는 미국 패서디나의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CCD)을 졸업한 첫 번째 인도인인 동시에, 미국 GM에서 근무했던 최초의 인도인이라고 한다. 그는 이 대학을 설립한 DY 가문 출신이기도 한데, 그의 회사는 디자인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차량을 직접 생산하고 있기도 했다. 사실 인도의 자동차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인도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그러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지는 못하는 실정이어서, ‘DC Design’과 같은 소규모의 메이커들이 인도의 3륜 택시인 릭샤(Rickshaw)에서부터 대형 버스에 이르는 다양한 차종을 수공업 형태로 만들고 있었다. ‘DC Design’의 공장에서는 벤츠 S 클래스 방탄차량도 만들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는데, 의외의 기술 수준에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오늘날의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생산량으로는 3년 연속 글로벌 5위권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1980년대에는 세계 어느 누구도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인들은 오늘의 발전을 이뤄 냈다. 그 당시에 일본을 비롯한 서구 자동차산업 선진 국가들은 한국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았었다. 필자가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던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기술제휴 파트너였던 일본의 메이커는 사소한 것을 알려주는 것에도 매우 인색했던 기억이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태도였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일본이 감추었다고 해도 우리는 헝그리 정신으로 파고들어 어떻게 해서든 배웠었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가진 기술과 디자인은 일본과는 다른 개성과 방향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의 인도, 혹은 중국은 20여 년 전의 우리들과 비슷한 입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중국인들의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의 디자인 베끼기에는 정말 어이가 없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반면에 인도 학생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과거의 일본과 같은 인색함을 반복하는 것은 거시적인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1세기의 자동차산업은 한 개의 나라에서 모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글로벌 산업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혼자의 힘만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해가기는 어렵다. 사실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이 생산량으로 글로벌 5위의 괄목상대한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이제는 단순히 생산량의 순위를 높이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우리보다 생산량이 훨씬 적은 이탈리아는 ‘페라리’로 대표되는 막강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로 세계 어느 국가도 따라오기 어려운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리더이다. 게다가 그들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생산량 순위 같은 것에는 관심조차도 없다. 과연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이 이탈리아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어느 개그맨의 풍자처럼 ‘1등만 기억하는…’ 병에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1등을 하는 것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말 공부를 잘해서 1등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1등이 목표라면, 그것은 바람직한 결과를 낳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발견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아시아에서 또는 세계에서 진정으로 존경받는 리더가 되려면, 일본 자동차산업이 취했던 모습과는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