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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차의 디자인 리뷰 - 33. 기아 네모 컨셉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4-22 01:32:56

본문

서울 모터쇼에 등장했던 몇 종류의 월드 프리미어 차량(세계에 처음 발표하는 차량) 중에 기아의 컨셉트 카 ‘네모’는 최근의 기아의 디자인 방향을 보여주는 아이콘과도 같은 차량이다. 이제 국산 자동차의 디자인 완성도는 거의 완숙한 경지에 다가서고 있고, 또 일부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기억하건대 거의 20여 년 전의 동경 모터쇼에 등장하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컨셉트 카들이 그랬다. 그들은 감각적인 일본의 기술 특징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갔었다. 물론 필자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발자국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도 우리의 목소리와 개성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늘은 이번에 서울 모터쇼에 등장해서 관심을 모았던 컨셉트 카 ‘네모’에 대해 살펴보자.


디지털 감각과 한국의 가치

이번 2011 서울모터쇼에 기아자동차가 내놓은 컨셉트카 중에는 '네모'라는 이름의 차가 있다. 네모는 길이 3,890mm, 폭 1,844mm, 높이 1,589mm, 휠 베이스 2,647mm의 B 세그먼트 급의 소형차, 말하자면 프라이드 정도의 소형 승용차에 가까운 크기이다. 물론 1,844mm의 차폭은 거의 대형 승용차에 필적하는, 아니 그보다 넓을 수도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일본의 소형 승용차들의 폭은 1,700mm 이하, 정확히는 1,695mm가 대부분이다. 그것에 비하면, 확실히 우리나라의 소형 승용차는 좋은 거주성(居住性)이 장점이다. 즉 실내공간의 크기가 널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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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이 바로 이 공간에 대한 개념이다. 일본이 흔히 ‘축소지향적 문화’ 라고 불리는 데에 비해서 우리는 가능한 한 여유 있는 공간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지형의 영향인 것 같기도 하다. 일본의 전통적 주택은 대부분 목조 다다미 구조로 돼 있고, 그런 이유에서 기둥과 기둥의 거리가 크지 않은 구조인데, 이것은 아마도 잦은 지진 때문에 가능한 한 지진에 안전한 구조물의 주택을 지으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제한된 공간에 놓을 가구와 가전제품은 당연히 작고 고밀도의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제약조건은 도로와 자동차에도 이어져서, 일본에서는 차폭이 좁아지게 되었던 것이다.


네모의 디지털 컨셉트

컨셉트 카 ‘네모’는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27kWh)와 모터(최고출력 80kW, 최대토크 280Nm)를 적용해 최고 속도는 150km/h, 1회 충전시 200㎞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토크만으로 본다면 거의 2,000cc 급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정도의 성능이다.
차체 디자인을 보면 무려 20인치에 이르는 커다란 휠을 달고 있다. 사실 요즈음에는 소형 승용차에서도 15인치는 그렇게 큰 휠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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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준 대형급 고급 승용차가 아니라면, 기본 차량에서 15인치 휠을 단 경우는 흔치 않았었다. 게다가 차체의 디자인은 매우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디지털적 이미지와 전기 자동차의 이미지가 잘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자동차들이 디지털 기술이 대거 적용되고, 또 전자 부품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보면, 아날로그적이고 기계적인 느낌의 지금의 차들은 정말로 과거의 유물처럼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디지털 기술은 0과 1의 2진수로 이루어진다는 기술적 특성에 의해 형태적으로도 기하학적이고 직선적인 이미지로 표현된다. 색채 감각 역시 차가운 색조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네모’는 이름부터가 디지털적이다. 그리고 차체를 구성하는 형태들 역시 ‘네모’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헤드라이트의 LED, 측면 방향지시등, 스티어링 휠 등등의 디자인을 '네모'를 주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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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네모’는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총괄책임자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 철학 ‘직선의 단순화’의 맥락에서 디자인되었다. 모터쇼 장에서 피터 슈라이어 역시 ‘네모’에 대해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신세대 디자인의 상징

게다가 실제로 ‘네모’의 실무 디자인을 담당한 젊은 디자이너는 우리나라의 ‘신세대’ 인물이다. 신세대라고 하더라도 한국인은 어디를 가나 한국인이다. ‘네모’의 실내 디자인에서 서구적인 이미지보다는 우리의 정서가 묻어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지도 모른다. 우리의 공간에 대한 인식, 그리고 간결하게 정리했지만,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소박함이 있는 실내공간 등은 바로 우리의 21세기의 한국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일본의 감각적인 디자인이나 중국의 장식적이고 화려한 이미지와는 다른 우리만의 오늘날의 양식(contemporary)인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 우리 문화에 대한 자신감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보고 싶다. 우리 자신도 신기하게 여겨지는 아시아에서의 ‘한류’는 바로 우리들이 어느새 가지고 있는 우리 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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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네모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잘 모르기 때문이거나 이미 잘 알고 있어서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모터쇼에서 우리가 만난 우리의 최신형 컨셉트 카 ‘네모’는 바로 오늘날 우리들이 어느새 가지고 있는 우리들의 능력과 지식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돼서 거기에서 나온 여유와 유머의 결과인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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