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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중국의 자동차 디자인은 어디로 갈 것인가?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5-31 00:47:31

본문

필자는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중국의 합비대학교를 방문했었다. 합비대학교는 필자가 근무하는 국립한밭대학교와 학생 교류 협정을 맺은 곳으로써, 매년 상호간에 교환학생을 파견하고 있다. 합비대학교는 1980년에 세워진 4년제 종합대학으로 합비(合肥) 시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가진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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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비(合肥) 시는 중국 안휘(安徽)성의 수도인데, 안휘성은 남한의 약 1.5배 면적에 6,700만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의 중부에 위치해 있다. 지도상으로 보면 안휘성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와 1시간의 시차가 나고, 비행기로 4시간가량 걸리는 거리이다. 합비 시는 중국어로 「허페이」라고 발음되는데, 안휘성의 남부에 있다. 합비 시가지에만 35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근래 들어 폭발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어서, 향후에는 수도의 인구가 1,000만 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또한 근래의 합비의 GDP 성장은 17%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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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의(名醫) 화타(華陀)를 비롯해, 후한의 장군이었던 조조(曹操) 역시 합비 출신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드라마로도 잘 알려진 판관 포청천(包青天)의 고향이기도 하다.


스펀지와도 같은 중국
필자는 네 명의 한밭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합비대학에서 열린 한국・중국・독일 3개국 공동 디자인 세미나에 참여했다. 세미나의 주된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3개국의 문화를 주제로 하는 제품디자인 워크샵이었고, 한편으로 필자는 최근의 자동차 디자인 동향에 대한 특강과 자동차 스케치 워크샵을 진행했다. 필자로써는 그간 합비대학과의 세미나에는 몇 번 참여했었지만, 3개국의 대학이 동시에 참여하는 세미나 진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합비대학은 이미 2000년부터 독일의 하노버 대학과의 디자인 세미나를 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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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버대학에서는 두 사람의 교수와 열 세 명의 학생들이 왔는데, 이들 3개국의 학생들은 서로가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주제를 가지고 자유로운 토론과 발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은 서로 번갈아 통역을 해 주면서 다른 학생 구성원들과 의사소통을 해 나갔다. 더 놀라운 것은 독일에서 온 학생들 중에는 중국어가 유창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독일 학생들에게 중국은 학습의 대상인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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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번 세미나 기간 내내 중국의 디자인, 특히 중국의 자동차 디자인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미나 기간 동안 만나본 중국의 교수진과 학생들에게서 공업디자인 분야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고, 3개국 교수 회합에서 만나본 합비대학의 총장 역시 그러했다. 그는 독일어에 능통했는데, 근대 디자인의 종주국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독일의 대학과 교류를 통해 디자인의 지식과 노하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오늘날의 중국을 ‘짝퉁 천국’이라는 조롱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불과 십 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역시 독자적인 한국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었다. 신형 차가 나와도 ‘어디선가 본 듯한 디자인’이 대부분이었고, 또 일부는 라이선스 모델로 도입된 차량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잊은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중국이 10년 후에도 ‘짝퉁 왕국’이라고 불리고 있을까?


중국 디자인의 방향은?
합비대학이 위치하고 있는 현재의 캠퍼스는 15년 전에 완공된 대규모 캠퍼스임에도 불구하고, 내년 6월 중에 더 큰 캠퍼스로의 이전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 새로운 캠퍼스의 맞은편에는 자동차생산단지를 비롯한 산업 단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그곳의 규모는 현재 중국 내 자동차 생산의 6/1, 중국 내의 전자제품 3/1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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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성을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로는 우리들에게 ‘짝퉁 마티즈’로 알려진 「QQ」를 생산하던 체리자동차와, 대형 상용차를 중심으로 생산하는 JAC 등이 있다. 물론 지금 체리자동차는 「QQ」 모델은 생산하지 않는다.

합비대학에서 공업디자인학과의 명칭은 ‘공업설계학과(工業設計學科)’이다. 이것은 다분히 기능 중심의 독일식 개념의 명칭이다. 기능을 우선시하는 독일 바우하우스의 근대 디자인 개념은 사실상 20세기 서구 산업의 모태와도 같다. 그런데 필자가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던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독일의 디자인은 책 속에만 존재하는 화석(化石)같은 것처럼 여겨졌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근대 디자인의 전형(典型) 대부분이 사실상 미국과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것들이었기 때문에, 서구 근대 디자인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그것은 오히려 먼 고전적인 존재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미국의 근대 디자인 역시 그 근원은 결국 독일의 바우하우스로 귀결되지만, 미국의 디자인은 독일의 기능주의와는 또 다른 소비중심의 상업적 개념에서 발전되어 온 것이었고, 우리나라는 상업화 된 미국과 일본의 디자인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디자인이라는 서구의 문명을 독일과의 교류를 통해 본류의 원리로써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의 시각으로 다시 해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합비의 중심가는 고층빌딩들이 들어서고, 명품 백화점이 있는 등 여느 나라의 근대 도시들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산허(三河)라는 이름의 지역에는 안휘성 고유의 건축양식을 보존하고 있는 곳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합비 중심가와 산허의 전통 시가지는 그 양식(style)의 세부적인 형태(detail)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차이를 보여주지만, 그 이미지(image)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 듯 보였다. 전통과 근대의 단절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인 디자인과 근대적인 디자인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중국의 10년 후의 디자인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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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제예측에 의하면 2015년경에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것은 중국의 엄청난 인구와 국토면적 등의 물리적 요인에 의해서 나타나게 될 결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더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리 물리적 조건이 갖추어진다고 해도, 문화적인 바탕이 없이는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우리들의 최근에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도약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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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은 ‘짝퉁 천국’ 이라고 놀림당하고 있지만, 저들의 느긋한 ‘만만디((漫漫的)’의 걸음걸이, 서둘러서 요령부터 배우지 않고 근본부터 배우려는 모습은 우리의 ‘빨리빨리’와는 대조적인 것이 틀림없다. 한 때 우리가 그러했듯이 지금의 중국이 베끼는 방법으로 공부하는 단계를 거쳐 마침내 자신들의 것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 위력은 어느 정도 일까?

그러나 한편으로 21세기의 자동차산업은 어느 한 나라의 힘만으로 주도권을 쥘 수는 없다. 그것은 자동차 자체가 글로벌 상품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우리가 우리의 것을 지키면서도 우리의 경험을 중국과 나누는 협력을 이루어 나간다면, 우리나라는 일본과는 다른, 세계에서 존경받는 자동차산업의 선구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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