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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드래건 일병 구하기? 쌍용자동차를 되살리려면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8-01 02:09:39

본문

십여 년 전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라는 영화가 있었다. 2차 세계 대전 중에 미군에서 있었던 일화를 가지고 만든 영화로, 전쟁에 참전한 4형제 중 유일한 생존자이면서도 실종상태인 막내 라이언 일병을 찾아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위해 다른 병사들이 희생을 치르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였었다. 정말로 2차 대전 중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군인들이 전장에서 수행하는 임무들은 모두가 목숨을 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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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필자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 것은, 오늘 하려는 이야기를 정리하다보니, 그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생각이 나서이다. 굳이 오늘 글의 제목을 붙이자면, ‘드래건 일병 구하기’ 정도가 돼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드래건(dragon)은 물론 용(龍)을 의미한다. 다름 아닌 바로 쌍용(雙龍)자동차를 말하려는 것이다. 사실 ‘쌍용’을 영어로 정확히 표기하자면 ‘더블 드래건(Double Dragon)’이나, ‘트윈 드래건(Twin Dragon)’ 정도일 것이니, 영화 제목처럼 영어로 표현한다면 ‘Saving Double Dragon’ 이나 ‘Saving Twin Dragon’ 정도가 되지 않을까?

현재의 쌍용자동차는

쌍용자동차는 이제 인도의 마힌드라(Mahindra) 자동차에 매각이 된 상태이다. 마힌드라 자동차는 인도 자본에 의해 세워진 인도 내수용 차량을 만드는 자동차 메이커인데, 일본산 소형 SUV를 기반으로 해서 변형시킨 몇 종류의 상용차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사실 쌍용자동차는 이전에 중국의 상하이기차와 합병됐다가 다시 분리된 이후 중국 메이커에게 ‘먹튀’ 당한 게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었기 때문에, 새로운 인도의 파트너에 대해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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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계사적으로 본다면, 인도인들의 상술 또한 중국 상인들 못지않은 명성(?)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인도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배경 때문에,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으면서 영국 문화의 영향으로 신사도(紳士道; Gentlemanship)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어서, 중국과는 다를 것이라는 견해가 있기도 하다. 실제로 필자가 그간 자동차 디자인과 관련해서 접했던 인도의 대학이나 인도의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에게서는 그러한 ‘신사도’에 대한 기대를 가져도 되겠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물론 그들의 속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긴 하지만…. 아무튼 이제 쌍용자동차는 새로운 경영체제 하에서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게 된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앞으로 쌍용자동차가 어떻게 발전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쌍용자동차의 현재 모습은 한편으로 본다면, 가장 21세기적인 자동차메이커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쌍용자동차가 가진 제품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중형급 이상의 SUV들과 하이엔드(high-end)급의 대형 고급 승용차들로 구성돼 있는 제품 구색은 지구상의 어느 자동차 메이커도 가지지 않은 것이다. 긍정적으로 비유하자면, 랜드로버와 마이바흐를 같이 만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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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세기가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파는 시대였다면, 오늘날 21세기는 개별화 된 소비자들에게 맞는 특화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소량으로 만들어 파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현대․기아 정도의 생산 볼륨을 가진 자동차메이커가 아니라면, 니치마켓을 위한 특화된 상품 전략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므로 적어도 현재 쌍용자동차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21세기적인 시장 전략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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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생각은 아마도 필자 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산업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여기까지는 전략, 말하자면 이론이고 목표이지만, 그 다음에 이런 전략을 실제 차량 개발이나 디자인 개발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 즉 어떤 행동, 전술을 취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화하는 게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론과 실제는 같지 않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의 DNA는…

쌍용자동차의 역사는 정말로 길다. 물론 보는 이마다 기준을 각기 달리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를 따져 보면 1954년의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 설립부터가 쌍용자동차의 시초로 보는 게 보통인데, 6.25 사변 이후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와 거의 같은 셈이다. 이후 1977년에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꾸고, 1957년에 설립되어 미국의 AMC 지프를 라이센스 생산하던 거화자동차(舊신진자동차)와 1984년에 합병되고, 1986년에 쌍용그룹에 인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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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98년의 IMF 외환위기 때에 대우그룹에 인수되었다가 2000년에 다시 분리된다. 그리고 2004년에 중국 상하이기차에 매각되었다가 2010년에 인도의 마힌드라에 합병되는 등 간단치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 속에서도 1991년에 독일 다임러 벤츠와 상용차와 디젤 엔진의 기술제휴를 이끌어내고, 1993년에는 대형 승용차와 가솔린 엔진에 대한 기술제휴를 체결하는 등 그 당시로써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기술 제휴선을 확보하는 수완의 경영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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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금까지 56년의 역사를 가진 쌍용자동차는 어찌 보면 한국의 근대사를 실증해주는 역사를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속에서 쌍용자동차의 DNA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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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가장 대표적인 DNA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SUV와 하이엔드(high-end)급 대형 고급 승용차들 중심의 특징이다. 이런 쌍용자동차의 특징은 1986년에 쌍용그룹에 합병되기 시작하면서부터 확연해진 것을 볼 수 있다. 그 당시에 쌍용그룹의 총수였던 김석원 회장은 자동차를 정말로 좋아했을 뿐 아니라,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했었다. 쌍용그룹으로의 합병 이후 영국 팬더자동차 인수와 벤츠와의 기술 제휴 등 활발한 경영활동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쌍용자동차의 대표적 특징들은 바로 이 시기에 만들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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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시기에 개발된 차종들은 성능과 디자인에서 어느 정도 독자성과 통일성을 가진 완성도 높은 것들이었다. 1993년에 나왔던 무쏘가 그랬고, 1996년의 뉴 코란도는 한때 한국 젊은이들의 드림카이기까지 했었다. 이런 느낌의 디자인은 초기의 렉스턴에까지 이어졌다. 이때의 쌍용차의 디자인은 외국 디자이너들의 손을 빌리긴 했어도 나름의 오리지널리티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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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때의 차들 중 체어맨은 ‘한국판 벤츠’라고 불리면서 고급 승용차의 성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체어맨의 디자인은 독자성보다는 고급 승용차임을 강조하는 ‘유사 벤츠’ 정도의 이미지였고 지금도 그런 면이 없지 않다. 게다가 디자인의 완성도도 초기 체어맨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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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디자인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족한 디자인 완성도와 집중력이 결국 완성차에서까지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은 디자인을 포함한 전반적인 개발과정에서 그런 점들을 걸러내지 못하는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쌍용자동차 디자인의 집중력과 완성도 부족은 로디우스와 액티언에 이르러 절정을 보여준다. 도무지 왜 그런 디자인으로 차를 개발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차들이 나오는 건 결국 의사결정과정의 문제라고 밖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설령 ‘대충’ 디자인한다고 해서 수천억에 이르는 개발비를 절반쯤 아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이란?

그렇다면 어떻게 디자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맞단 말인가? 결국 최종 판단은 최고 경영자의 몫일진대, 그걸 다른 사람에게 넘기란 것인가? 필자가 이야기하는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이란 그런 의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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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는 ‘결정’해야 하는 문제들이 엄청나게 많다. 크게 본다면 장기적인 기업의 발전 방향설정에서부터, 현실적으로 투자나 운영을 위한 자금의 확보, 금융기관에 지불해야 할 이자와 결제 대금의 조달, 그리고 작게는 직원들의 ‘봉급날’에 맞추어 현금을 확보해야하는 등 실로 ‘피를 말리는’ 일들의 연속이다. 그런 일상의 연속인 경영자들 앞에 어느 날 별안간 클레이 모델 서너 대를 가져다 놓고 어느 걸로 할지를 ‘결정’해달라고 한다면, 과연 올바른 디자인 의사결정이 가능할까?

그런데 과거에, 아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의 디자인 의사결정은 거의 대부분이 그런 식이었다. 결국 ‘회장님의 취향’ 또는 ‘요즘의 유행’이나 ‘그날의 회장님 기분’에 따라서,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의 답을 연필을 굴려 찍듯 결정했었다.

그렇다면 ‘전문 경영인 체제’의 기업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을까? 사실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는 결정된 디자인의 차가 안 팔릴 경우에 책임을 물을 걸 우려해서 결정권을 가진 임원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는다. 결국 ‘거수’로 결정하거나 ‘개발하기 편한 것’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거수’와 ‘개발하기 편한 것’은 일견 민주적이거나 효율적인 방법으로 보이지만, 결국 그렇다면 초기의 마케팅 전략이나 디자인 컨셉트는 휴지가 돼 버리는 것이다. 모두가 좋은 게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모두가 좋은 건 결국 ‘임의적 선택’이 되어 기업의 장기적 전략에는 독이 된다.

1990년대의 미국 GM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에 의한 경영이 절정이던 시기에 나왔던 차들 중에 ‘스카이락(Skylark)’이라는 모델이 있었다. 도무지 디자인 특징이 무엇이고 어디가 아름다운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차였지만, ‘전문 경영진’들의 의사결정으로 5년간 수억 달러의 개발비를 들여서 만들어졌는데, 사실 이 시기의 GM에는 이런 식으로 개발된 차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차들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거의 팔리지 않아서 렌트카 판매로 근근이 연명하면서 본전만 간신히 뽑거나 손해를 보고, 또 다시 그런 방식으로 개발된 다음 모델로 대체돼 버리곤 했다.

미국의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방식은 금융이나 증권회사 같이 통계적 실적이 힘을 발휘하는 기업에서는 유효하지만, 자동차는 단지 가격과 성능으로만 팔리는 단순기계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를 MBA를 가진 경영자들이 운영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전문가적 안목과 통찰력을 갖춘 전문가에 의한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니치마켓을 지향하고 있고, 그리고 또 앞으로도 계속 니치마켓을 지향해야하는 쌍용자동차에게 디자인 개발은 사실 어떤 엔진을 쓰느냐 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이다. 어차피 글로벌 메이커들 간에 하드웨어 공용화는 이제 당연한 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자동차의 상품성에서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이제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진부하기까지 하다.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토록 중요한 ‘디자인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사실 어느 자동차 메이커의 디자인이 달라지려면 우선은 그 메이커 디자이너들의 ‘그림 실력’이 좋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상품 전략을 가졌다고 해도, 그저 전략 보고서로 그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전략을 멋진 디자인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건전한 디자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실무적인 디자인 개발보다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동차로 만들어질 ‘최종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일은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의 그 어느 과정보다도 중요하다.

이것은 마치 오케스트라에 비유될 수 있다. 아무리 개별 연주자들의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만약 그들을 이끄는 지휘자가 장차 연주하려는 곡에 대한 창의적 해석과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각각의 연주자들의 역량과 연주 타이밍을 적절히 안배해주지 못한다면,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공연은 불가능할 것이다. 뛰어난 연주 기량을 가진 단원들로 구성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연주회를 앞두고 수많은 시간동안 ‘연습’을 되풀이하는 것은 연주자들의 기량이 부족해서가 절대 아니다.

지금의 쌍용자동차는 어쩌면 확고한 음악적 주관을 갖춘, 이를테면 ‘카라얀’ 같은 지휘자가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물론 지휘자 한사람만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전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전문성과 안목을 갖춘 치프 디자이너를 통해 결정된 디자인을 최종 완성차에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업의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발견하고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단지 치프 디자이너 한사람만 바뀌었을 뿐인데’, 즉, 디자인 의사결정이 전문가의 의견을 경영적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차들의 디자인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실무 디자이너들은 의사결정시스템이 바뀌기 전이나 후나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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