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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명품적 디자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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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8-06 15:36:14

본문

우리는 일상 속에서 ‘명품(名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제품들을 접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일상적으로 ‘명품’을 사용하기도 할 것이지만, 대개 명품들은 매우 고가이고, 또 그만큼 물리적인 품질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상의 수준을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다. 이러한 ‘명품’의 범주에 들어가는 제품의 종류를 보면 작게는(?) 보석류에서부터 그것을 활용한 액세서리, 의류, 가방 등등의 일상에서 활용하는 소품에서 덩치가 큰 것으로는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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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명품들은 물론 그 브랜드 자체로써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대개는 그 브랜드의 제품임을 암시하는 특유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표면에 특정한 패턴이나 색채로 인쇄 된 직물이나 가죽을 쓴다든가 브랜드의 로고가 선명하게 장식된 부품이 붙어있다든가 하는 등의 특징이다. 이른바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시각적 특징 이외에도 재료의 물리적 퀄리티나 제품의 마무리 같은 생산기술 측면의 품질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품’들은 단지 이름만 명품인 게 아니라, 물건으로써의 품질 역시 뒤지지 않는다.

앞서서 필자가 명품의 디자인 특징을 특정한 패턴이나 색채로 인쇄 된 직물이나 가죽의 사용이나 브랜드의 로고가 선명하게 장식된 부품 등으로 이야기했지만, 그런 측면의 디자인이 아닌 조형적 부분의 디자인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모든 제품의 디자인은 전체적인 형태의 균형과 아울러 세부적인 디테일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 말은 쉽게 말해서 ‘숲’과 ‘나무’로 비유될 수 있다. 전체적인 형태의 균형은 숲으로써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고, 세부적 디테일은 그 숲을 이루고 있는 각각의 나무들이 얼마나 잘 다듬어지고 조화 있게 놓여있느냐로 설명되는 것이다.

전체적인 형태의 균형이 훌륭하고 각 부분을 구성하는 형태들이 기능에 합당하고 다듬어진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면, 쉽게 싫증을 느끼지 않는 긴 생명력을 가진, 유행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디자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클래식(classic)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일견 클래식은 고전적인 것으로 시대에 뒤진 것이라고 여기기도 하는데, 실상 클래식은 시대를 초월한 속성을 말하는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은 유행이나 감각에 휩쓸리지 않고 긴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명품적 속성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상 최근의 자동차 디자인은 날마다, 혹은 해마다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고 또 메이커들 간의 차별화와 독자적인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경쟁이 심화되어 점점 ‘강하고 독한’ 디자인 일색이다. 조금이라도 더 차별화시켜야 하고 조금이라도 감각적으로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경쟁으로 사실상 오늘날에는 진정한 클래식은 없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는 무덤덤한 디자인이 클래식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를테면 시대정신을 가지고 본질에 충실한 것이 바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클래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각적인 디자인은 클래식이 아니고, 무미건조한 디자인이 클래식이라는 것 역시 옳은 답이 될 수는 없다. 시대를 대변하는 가치를 담고 있느냐의 문제이지, 어떤 가치냐에 따라 클래식으로써의 가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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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명사에서 자동차의 역사가 이제 125년이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차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현재에도 만들어지고 있다. 각각의 차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그 차가 만들어진 시대와 공간의 가치를 담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의 자동차들은 거의 대부분 대량생산방식이라는 기술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치’ 속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디자인되고 설계되어 만들어진다. 자동차의 디자인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특징이 만들어지는데, 그 요인 역시 그 디자인이 만들어질 때의 시대를 반영하게 된다. 그리고 그 특징은 그 브랜드의 중심 가치가 되어 변화하지 않고 이어지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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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 세계에 존재하는 4륜구동 차량은 다양하지만, 그들의 계보를 따져보면 의외로 독일의 쉬빔바겐과 미국의 Jeep의 두 갈래로 모아진다. 오늘날의 4륜구동 차량은 크로스오버 차량의 형태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본래의 4륜구동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브랜드도 여전히 건재하다. 랜지 로버는 2차 대전 이후 미군이 남겨놓은 윌리스 지프의 차대를 바탕으로 알루미늄 차체를 제작해 얹어서 개발되었다. 이러한 유래는 사실 최초의 국산차 시발(始發)과도 유사한 것이다. 이후 랜지 로버는 최초의 차량을 바탕으로 개발되어 영국군의 차량으로 쓰이면서 발전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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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은 전쟁으로 인해 철이 부족했기 때문이지만, 오히려 그로인해 가볍고 녹이 슬지 않는 랜지 로버의 특징이 되었고, 알루미늄 차체로 인한 기술적 특징은 한편으로 랜지 로버 차체 디자인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즉 가볍다는 알루미늄의 특징과 아울러 강철 차체만큼의 강성 확보를 위해 알루미늄 패널의 두께는 강철을 쓸 때보다 두터워져서 곡선 형태보다는 각진 형태의 차체로 만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특징의 차체 디자인은 랜지 로버의 대표적인 특징이 된다. 이러한 차체 디자인의 특징은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브랜드의 특징’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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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해도 직선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은 알루미늄 차체의 기술적 특징을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해석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완고함이나 보수적인 성향도 느껴진다. 그렇지만 신형 차량의 차체 디자인을 세세하게 살펴보면, 세부의 형태에서 기술적으로 많은 주의를 기울인 것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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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필러와 지붕, 그리고 앞문의 문틀(door sash)이 만나는 부분의 형태에서는 직선과 곡선이 공존하고 있다. 사실 이런 세부적인 부분이 이렇게 생긴 것에 대해서는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의 많은 고민과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있다. 가장 ‘만들기 편한’ 디자인은 두 선 모두 곡선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면 도어 새시도 훨씬 싼 값에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검은 색으로 만들어진 A 필러와 지붕이 만나는 곳에서의 선의 연결은 매끄럽게 되기 어렵다. 한편으로 모두 직선으로 처리한다면, 유리창의 모서리에는 각이 서게 된다. 물론 각이 서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런 ‘보통의’ 차들도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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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뒤쪽의 필러 모서리에 날을 세운 것은 공기의 흐름이 소용돌이를 적게 만들면서 떨어져나가도록 한 것이다. 일견 둥근 필러가 더 공기역학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각이 진 필러에서 소용돌이의 발생이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서리 처리가 다른 부분과의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세부적인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테일 램프 위쪽의 차체 옆면에도 D 필러의 에지와 같은 모양을 반복시켜서 통일성을 주는 한편, 옆 유리창의 형태에서도 A 필러에서의 직선과 곡선의 동시 사용에 의한 유사한 모서리의 반복과 몰드 류의 장착으로 통일성을 주고 있다. 게다가 이들 몰드 류의 연결이나 단차 역시 매끄럽게 마무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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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이런 부분들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차량의 동력성능이나 주행성능 같은 본질적인 특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이런 부분들이 간과된다면, 차체의 선이나 단차가 좀 안 맞았어도 단지 물리적 성능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명품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자동차는 알맞은 가격과 적당한 성능만으로 팔리는 단순기계제품이 아님이 다시 한 번 입증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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