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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코란도의 디자인 DNA를 찾아서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8-13 07:36:06

본문

한국형 지프의 시초

쌍용자동차의 코란도는 특별한 차다. 아니, 특별한 차였다. 지금의 신형 코란도 C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크로스오버 차량의 디자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필자가 이렇게 과거형으로 표현한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코란도는 1974년부터 생산된 신진지프까지 그 유래가 거슬러 올라간다. 1957년에 설립된 신진자동차는 미국의 AMC(America Motor Company)와 합작투자로 1974년에 ‘신진지프’를 설립하고, AMC의 민간용 지프(Civilian Jeep)의 부품을 들여와서 지프를 만들기 시작한다. 신진이 만든 신진지프는 기본적으로 AMC의 CJ-6와 동일한 모델이었고, 차체 앞쪽 옆면에는 ‘Jeep’ 이라는 로고도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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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C는 조금은 낯선 이름의 미국 자동차 메이커 카이저(Kaiser)에서 비롯된다. 카이저는 1953년에 윌리스-오버랜드를 인수하면서 회사 이름을 윌리스 모터즈(Willys Motors Inc.)로 바꾸었고, 1960년대에 와서는 다른 승용차 모델들을 모두 없애고 오직 지프만 생산한다. 한편 이때를 전후해서 미군의 군용 지프는 M150에서 포드에 의해 새로 개발된 일명 무트(MUTT)라고 불리던 M151 모델로 대체된다. 그러나 포드가 개발한 신형의 군용 지프 모델은 윌리스가 생산해서 미군에 공급하게 된다. 그리고 1970년대에 윌리스가 아메리칸 모터즈(American Motors Corporation)에게 합병되면서 윌리스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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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모터즈는 민간용 차량을 만드는 AMC와 군용 차량을 만드는 AM제너럴(AMGeneral)의 두 회사로 나뉘어 있었는데, AMC는 민간용 CJ 모델을 「Jeep」이라는 이름으로, 군용 M151은 AM제너럴에서 생산한다. 이곳 AM제너럴은 오늘날 미군이 쓰고 있는 대형 트럭 허머(Hummer)를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물론 AM제너럴은 허머 개발 이후에 GM에 인수되었다가 지금은 중국 자동차 메이커의 소유가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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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의 등장-한국형 지프의 시작

그런데 AMC와 합작으로 설립된 신진지프는 1978년에 1천 대의 지프를 아프리카의 리비아에 수출하게 되는데, 공산국가와 거래하는 나라에게 기술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던 AMC는 이 수출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선언하였고, ‘지프(Jeep)’라는 이름도 쓸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신진지프’는 1979년 3월에 ‘신진자동차’로 이름을 바꾸고 독립 메이커로 전환하면서 ‘지프’ 대신 ‘수퍼스타’라는 이름으로 지프를 만들어 판매한다. 그리고 1981년에 신진자동차는 ‘(주)거화(巨和)’ 로 이름을 다시 바꾸면서 ‘코란도(KORANDO)’ 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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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의 모태였던 ‘수퍼스타’의 차체 디자인은 이전의 신진지프, 즉 CJ-6모델과 거의 동일하지만, CJ-6의 뒷바퀴 휠 아치가 둥근 형태였던 것에 비해, ‘수퍼스타’는 앞뒤 휠 아치 모두가 사다리꼴이다. 사실 사다리꼴의 앞 휠 아치는 지프가 오프로드에서 서스펜션이 크게 눌린 상태에서 앞바퀴를 꺾더라도 바퀴와 차체가 서로 닿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4륜구동 차량에는 매우 기능적인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뒤 휠 아치까지 모두 사다리꼴로 바꾼 ‘수퍼스타’의 디자인은 그대로 코란도의 디자인 특징이 된다. 반면에 AMC의 지프는 70년대 중반에 나온 CJ-7모델에서도 계속 뒷바퀴에 원형 휠 아치를 쓰다가 1987년에 등장한 YJ 모델부터 사다리꼴 휠 아치를 쓰기 시작한다. ‘수퍼스타’가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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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화의 ‘코란도’라는 이름은 한국인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의 ‘Korean Can Do’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라는 설도 있고, 한편으로 ‘Korean Land-Over’를 변형시킨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Korean Can Do가 유력한 근거로 여겨지고 있다. 즉, AMC의 기술지원 없이도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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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화자동차는 이후 1984년에 동아자동차와 합병되었고, 동아자동차는 다시 1988년에 쌍용그룹에 인수되면서 쌍용자동차로 바뀐다. 쌍용자동차는 코란도를 꾸준히 개량시켜나가면서 후속 차량을 개발하게 된다. 1984년에 나온 코란도 패밀리(Korando Family)는 코란도의 롱 바디 모델을 5도어 차체로 만든 것이었다. 이 차는 5인승이면서도 뒤쪽의 화물공간을 크게 늘린 것이어서, 이 시기에 미국에서 나오기 시작했던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Sports Utility Vehicle)과 거의 동일한 성격의 크로스오버 차량이었다. CJ 계열의 모델들이 주로 비포장 도로 주행 중심의 이른바 하드코어 차량이던 것에서, SUV는 도심지에서 승용차로써의 기능과 아울러, 기후나 도로조건에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도 공간 활용성까지 갖춘 복합 개념의 차량으로 변화되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도어 코란도는 CJ 계열 모델과 같이 정통적(正統的) 개념의 하드코어 4륜구동 차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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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는 SUV 개념의 코란도 패밀리 이외에 정통 4륜구동 차량 코란도를 더욱 다듬은 디자인의 차를 개발하는데, 그것이 바로 1996년에 등장한 뉴 코란도이다. 뉴 코란도는 본래의 코란도가 가진 정통 지프의 이미지를 살리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마무리되어, 도시적 이미지와 하드코어 4륜구동 차량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독특한 차량이었다. 특히 원형 헤드램프와 거의 직각에 가까운 C 필러로써, 정통 4륜구동 차량의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미국의 CJ계열 차량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고유한 차체 디자인이다. 뉴 코란도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한때는 젊은이들의 드림 카로도 여겨지는 등 젊음과 자유의 상징으로 선망되기도 했었다.


코란도C의 충격적 선택

이후 코란도는 2011년 초에 코란도C 라는 이름의 후속모델로 교체된다. 그런데 새로운 코란도C는 신진지프에서부터 시작되어 자리 잡아 온 도회적이고 남성적이면서 정통 4륜구동 차량으로서 코란도 고유의 한국형 지프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는, 무난하면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크로스 오버 스타일’로 바뀌고 만다. 37년간 쌓아온 ‘코란도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디자인으로 나온 것이다. 물론 코란도 C의 차체 디자인은 저명한 외국 디자이너의 손을 통해 완성되어서, 로디우스나 액티언 같이 충격적인 쌍용차들의 디자인과는 달리 잘 다듬어진 무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왜 스스로 37년 코란도의 역사를 부정하는 디자인을 선택했는지는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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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디자인은 그 메이커나 브랜드를 나타내주는 얼굴이다. 오늘날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그걸 위해 먼지 쌓인 과거 차들을 다시 꺼내 보면서 고유의 모습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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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한때 미국 윌리스로부터 지프의 생산을 허가받아서 생산했던 FJ 모델을 다시 해석한 디자인의 FJ 크루저 차량을 내놓으면서,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1950년에 나온 FJ 모델은 윌리스 지프를 도요타가 변형시켜 생산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도요타의 신형 FJ 크루저 개발 사례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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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아보면, 사람들이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때때로 역사는 뒤집히기도 하고, 또는 발전하는 건지도 모른다. ‘코란도’는 30년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한국형 지프의 역사이며 쌍용자동차의 역사이기도 하다. 오히려 한동안 잊혔다가 다시 나온 FJ 크루저를 능가하는, 오늘까지 이어져 온 살아있는 족보를 가진 모델이다. 부디 쌍용자동차가 한국형 지프의 역사적 자산을 잘 찾아내서, 이다음에 또 다시 새로운 코란도가 나올 때는 그 역사적 자산을 제대로 이어받은 멋진 디자인의 코란도를 개발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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