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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힘과 에너지의 상징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6-06-24 09:01:41

본문

라디에이터 그릴은 힘과 에너지의 상징

글/구상(한밭대학 교수)

차량의 외부 디자인에서 장식은 의외로 그 비중이 높다. 그것은 차량의 전체적인 디자인에 대한 판단은 물론이고, 내․외장을 종합하여 편의성과 감성적 완성도 등을 고려하여 내려져야 하겠지만, 일차적으로 한 대의 자동차를 보게 될 경우 판단은 사실 거의 대부분 외부의 스타일 처리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차량의 외부 디자인은 자동차가 주행하는 데에 효율을 높이거나 또는 필수적인 기능요소들로 구성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그 자체에 장식적인 조형요소나 기술적인 뒷받침이 뒤따라 주어야만 한다.

실제로 바로 앞서 살펴보았던 헤드램프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등의 부품들은 기능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혀 쓸모가 없는 것들이지만, 한편으로 동일한 기능을 가지면서도 얼마나 독특하고 참신한 형태와 구조를 가지고 있느냐는 사실은 그 기능만큼이나,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기능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런데 자동차의 외장부품 중에는 물리적 기능은 거의 없이 오직 장식의 목적으로만 설치되거나 부착된 것이 있는데, 그러한 ‘효율’과는 전혀 상관없는 부품들이 한 대의 자동차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판단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경우 역시 드물지 않다.

아무리 오늘날의 디자인철학이 순수 기능미(機能美)를 추구하는 현대디자인(Modern Design)의 흐름 속에 있으며, 자동차 역시 그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는 공업기술의 산물(産物)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자동차가 가지는 스타일과 감성의 추구는 자동차 디자인을 맡고 있는 디자이너들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타고 다니는 우리들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자동차의 라디에이터 그릴(radiator grill)은 문자 그대로 엔진의 냉각수를 식혀주는 방열기(radiator)를 주행 중에 노면으로부터 튀어 오르는 돌이나 기타의 이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의 앞에 철망(grill)을 설치하는 데에서 된 비롯된 부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작은 매우 기능적인 목적을 갖는 부품이었다. 지금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는 모두 포장된 도로이지만, 자동차가 발명되어 발전하던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는 거의 대부분의 도로는 비포장이었다. 그런 이유로 방열기를 보호하기 위한 철망은 더욱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1930년대 이후 엔진기술이 발달하면서 다기통(多氣通, multi-cylinder)화와 배기량의 확대로 큰 엔진을 가진 고급승용차로 갈수록 더욱 큰 방열기(radiator)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커다란 라디에이터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급승용차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고급승용차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독특한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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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930년대 대형 방열기 앞쪽에 철망으로 만든 그릴을 붙인 캐딜락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진 고급승용차라고 하면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차는 세계최고급 승용차 롤스로이스(Rolls Royce)일 것이다. 롤스로이스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파르테논신전의 기둥이 서있는 모습을 형상화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롤스로이스의 가장 대표적인 아이콘(icon)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미 20세기의 초반인 1907년에 너무나 부드럽고 빠르게 달려 마치 은빛 유령(silver ghost)같다고 비유되었던 롤스로이스의 실버고스트(Silver Ghost)는 파르테논신전 모습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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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롤스로이스 실버고스트, 1907년



그 뒤로 자동차기술이 발전하면서도 라디에이터 그릴은 자동차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존재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 이후로 엔진기술의 발달로 후드의 높이가 낮아지고, 라디에이터 효율의 향상으로 냉각에 필요한 라디에이터의 방열 면적이 줄어드는 등의 변화로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도 줄어들고, 면적의 일부는 앞 범퍼의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등의 변화로 1970년대부터는 차량의 전면부에 라디에이터 그릴이 설치되지 않는 노 그릴(no grill) 스타일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물론 노 그릴 스타일은 이미 20세기 초에 프랑스의 르노(Renault)에서 라디에이터를 차체의 측면에 설치하여 전면부를 매끈한 커버로 막은 스타일이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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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르노의 노 그릴 설룬, 1906년



1980년대 후반에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은 각각 렉서스(Lexus)와 인피니티(Infiniti)라는 고급 브랜드를 만들어 LS400과 Q45의 최고급 세단을 발표하고, 그때까지 유럽과 미국메이커들의 무대였던 고급승용차 시장에 진출했다. 렉서스 LS400은 비교적 보편적인 유형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진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고, 인피니티 Q45는 고급승용차로써는 혁신적인 노 그릴 스타일로 개발되었다. 그런데 보편적 인상의 렉서스는 오히려 고급승용차로서의 전형적인 인상을 심어주며 시장진입에 성공했으나,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독특한 스타일의 새로운 고급승용차의 모습을 제시하고자 했던 인피니티는 고급승용차로써의 이미지 정립에 혼선을 겪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결국 라디에이터 그릴을 다시 부착하게 되었다. 이것은 사실상 자동차의 디자인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의 기능적 존재이유보다는 상징적인 존재로써의 위상을 확인시켜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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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세대 렉서스 LS400과 인피니티 Q45, 1989년



그러나 지속적인 엔진기술의 향상은 물론, 연료전지를 비롯한 대체에너지와 대체 동력의 사용으로 더 이상 라디에이터 그릴의 기능적 존재 이유가 남아있지 못하게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代案)으로 전면부의 인상에서 화려하고 인상적인 헤드램프의 디자인 변화로 이끌어가고 있지만, 그러한 기술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로서가 아니라 성격을 가지는 우리의 거울로서 존재하는 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본래의 자동차가 가지고 있던 힘과 에너지의 상징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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