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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기아의 박스카 레이는 베낀 디자인 일까?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12-07 02:51:25

본문

거의 완전한 상자형에 가까운 형태의 차체를 가진 레이가 출시됐다. 국산 차중에서는 쏘울이 박스형 차체 스타일의 효시라고 할 수 있고, 그 뒤로 레이가 다시 박스 형태로 나왔으니, 최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수도 있지만, 쏘울은 레이에 비하면 그다지 상자형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레이는 거의 직각에 가까운 상자형 차체를 가진 국내 최초의 차라고 할만하다. 정말로 상자에 가까운 형태의 레이의 디자인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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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활용성이 높은 박스카는 모두 똑같은 것인가?
레이의 차체 형태는 소위 ‘박스카’라고 불리는 유형의 일본의 차들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사실 일본의 차들 중에 상자형 차량이 많은 것은 지진이 많은 일본의 목조주택에 의한 주거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생활 문화와 관련이 있고, 그러한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자동차에 도입한 것이 바로 일본에서 박스형 차량이 많은 이유이다. 그런 공간 활용성은 차체가 작아질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서 소형 차량, 특히 배기량 660cc급의 경승용차들의 비중이 높은 일본에서 공간 활용성이 높은 박스형태의 차체를 가진 차가 많은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경승용차에서 박스 형태의 차체는 효율성을 높이는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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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산 경승용차도 1997년에 현대 아토즈(ATOZ)가 박스 형태로 나왔었지만, 그 당시에는 박스형으로써 보다는 톨보이(tallboy), 즉 전고가 높아서 타고내리기가 편하다는 특징으로 어필됐었고, 공간 활용성을 강조하지는 않아서인지 감성적인 측면이 강했던 마티즈가 더 인기를 얻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새로 등장한 레이는 높은 전고와 직각에 가까운 필러를 가지고 있어서 공간 활용성에서는 절대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레이가 개발되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박스카를 흉내낸 것이 아니냐는 비난에 가까운 이야기도 들려왔었다. 또한 지금도 일부 네티즌들은 그런 취지의 의견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과연 레이는 그러한 주장들처럼 일본 박스형 차량을 베낀 디자인일까? 사실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전에 그런 비방에 가까운 주장을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현실을 자세히 파악하지도 않은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 베낀 디자인이라고 몰아붙이는 의견을 접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지만, 아직도 깊이 있게 볼 줄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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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YF쏘나타가 나왔을 때도 어느 자동차전문 PD가 유선형 차체라서 머리공간이 좁을 것이라는 식의 아마추어적인 의견을 내놓는 동영상을 보면서 필자는 황당하기조차 했었다.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1세대 쏘렌토가 발표될 즈음에는 구형 렉서스 RX330과 비슷하다는 식의 보도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정작 실제 차는 전혀 비슷하지도 않았고, 차량이 공개된 뒤에는 아무도 그런 보도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단점부터 찾아서 헐뜯는데 혈안이 돼 있는 걸까? 비난을 하면 칭찬하는 것보다 유식해 보인다고 착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작 전문가라면 베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비난을 앞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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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다이하츠 탄토와 레이는 모두 박스카이기 때문에, 전체 입체 형태는 비슷한 상자 모양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레이와 탄토의 사진을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어느 부분이 그리도 똑같은가? 전체의 윤곽이 조금 비슷한 것 말고는 닮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만약 이 두 차를 똑같다고 주장한다면, 전 세계의 쿠페나 세단은 모두가 베낀 디자인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BMW 7시리즈와 벤츠 S 클래스의 실루엣을 보면 거의 동일하다. 과연 그들 두 차종이 서로 베낀 걸까?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제품의 디자인은 단지 겉모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가지고 있는 기능적 가치를 구체화시켜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디자인이다. 박스 카는 바로 박스 형태의 차체가 가진 공간 활용성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한 일본 자동차들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benchmarking)’ 한 디자인이 바로 다양한 형태의 박스카 들일 것이다. 일본에서만 하더라도 다이하츠를 비롯해서 혼다, 닛산, 도요타 등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차종과 등급의 박스 카들을 만들고 있다. 그들 모두가 서로 서로의 ‘짝퉁’ 들일까? 물론 우리는 소위 ‘짝퉁’ 이라고 불리는 기가 찰 정도로 베긴 디자인의 중국산 자동차들을 보게 된다. 과연 ‘벤치마킹’과 ‘짝퉁’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간혹 중국의 차들 중에서 쏘렌토의 차체에 싼타페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단, 혹은 그 반대의 ‘짝퉁차’들을 접하게 된다. 그 차들은 각각의 부품들의 형태를 그야말로 똑같이 만들었다. 시각적으로 본다면 그 부품들이 국산차에도 그대로 들어맞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 뿐이다. 똑같이 베끼는 것에서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쏘렌토의 차체에 싼타페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서로 어울리는 것인지, 혹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형태의 완성도를 높이려 했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짝퉁’의 한계이며, 높은 수준의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기능이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그것을 우리의 미적 감각으로 해석해서 우리의 정서에 맞는 차로써 디자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디자인 선진국의 모습일 것이다. 겉모습을 베끼는 것에 급급해서는 본질적 가치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레이의 실내외 디자인에 대해서는 이후에 좀 더 심도 있는 리뷰를 약속드리며, 오늘 필자는 최근에 논란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아울러, 많은 분들이 베끼는 것에 대한 비판에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시기를 당부드리는 차원에서 먼저 이 글을 쓰는 것임을 말씀드린다. 기아 레이에 대한 무조건적 칭찬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베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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