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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자동차디자인과 전략-디자인 컨셉트와 마케팅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6-02-21 05:52:58

본문

사진>차체 대비 넓은 비례의 유리창을 가진 1990년형 혼다



글/구상(한밭대학 교수)



디자인 프로세스와 조형이론을 잘 안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자동차가 디자인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매년 수십 종류씩 발표되는 신형 차들 중에 실패하는 차는 하나도 없어야 한다. 적어도 디자이너들은 프로세스와 조형이론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수준 이상의 수준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 작업이라 하더라도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는 디자인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역사적인 기록으로까지 남는 차가 있는가 하면, 거의 팔리지 않아서 렌트카로 전전하다가 단종 되고 마는 차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포함해서 자동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메이커들의 딜레마이다. 무엇이 성공하는 디자인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인가?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전체의 프로세스를 개괄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거기에서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디자인’은 하나의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과 용도에 알맞게 적절한 재료와 공법으로 합리적 과정에 의하여 개발한다는 의미이지, 모양만을 예쁘게 다듬거나 장식한다는 뜻이 아니다. 물론 위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은 합리적 과정을 거쳐 개발되고 제조된 제품은 아름다운 스타일이나 잘 다듬어진 형태를 가질 수 있지만, 단지 그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잘 만들어진 제품에 대하여 디자인이 잘 되었다는 것을 모양이 잘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의미로 잘못 받아들여져 이해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디자인과 스타일, 또는 디자인과 형태의 관계는 다음의 그림에서 제시된 프로세스에서의 역할과 비중으로 보면 된다. 이미 앞의 글 ‘자동차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서 설명했듯이 디자인이 잘 된 제품은 예쁜 형태를 가질 수 있을 뿐이지 디자인 프로세스 자체가 ‘예쁠’ 수는 없는 것이다.

디자인 프로세스에 포함되는 과정은 디자이너들의 ‘스케치’ 뿐 아니라, 그 이전 단계로써 시장의 분석과 제품 전략의 수립, 기술의 분석과 그에 따른 제품의 컨셉트 설정을 포함하여, 본격적인 디자인(실제로는 스타일링이라고 구분한다.) 작업으로 들어와 스타일링 컨셉트의 설정과 그에 따른 조형 작업, 그리고 최종 디자인 안(案)의 결정과 뒤이은 설계와 시작품(試作品; prototype) 제작, 그리고 최종적인 제품 품질의 마무리단계까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제품마다의 특성이나 메이커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하나의 제품(자동차)을 개발하기 위한 사전 조사활동, 이른바 마케팅(marketing)이라고 하는 개념의 활동이 디자인에 포함되는 것이다.

마케팅의 개념은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일련의 추상적 활동들로써, 일반적으로 시장조사, 홍보, 판매 정책이나 할부금융정책 등 매우 다양한 요소들로써 이루어져 있다. 최근에 와서는 마케팅의 개념과 그의 해석방법, 그리고 개발 프로세스에의 적용 방법 등에 따라 상당히 세분화된 기법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다양하고 세분화된 마케팅 기법은 제품 개발 과정을 기준으로 해서 사전(事前) 마케팅과 사후(事後) 마케팅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제품 개발이 이루어지기 전에 실시되는 시장조사와 전략수립, 제품분석 그리고 기술검토에 의한 컨셉트 설정과 같은 활동들은 사전 마케팅이라고 분류하고, 개발된 제품을 어떻게 시장에 접근시켜 소정의 목표를 이루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진 홍보와 판매 등이 사후 마케팅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한 때 국내의 자동차 메이커 간에 벌어졌던 마케팅 정책 우위에 관한 논란은 각 메이커의 마케팅에 대한 개념의 차이를 보여준다. 주로 건설업의 비중이 높은 기업문화를 가진 메이커는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를 만든다는 개념이 강해 사전 마케팅을 강조하였으며, 무역업의 비중이 높은 기업문화를 가진 메이커는 이벤트 적인 판매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의 폭을 넓히는 사후 마케팅을 강조하는 대조적인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두 가지 관점들은 서로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다르지만, 시장(market)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디자인 이전 단계로써 사전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에 대한 분석, 즉 소비자에 대한 분석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이 경쟁상품에 관한 분석과 그에 대한 대응 방법과 전략의 수립이다. 오늘날의 시장에서와 같이 한정된 규모의 소비자 집단을 놓고 다수의 제품이 경쟁하고 있는 체제에서는 독자적인 전략 수립보다도 경쟁자(rival)에 대한 분석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경쟁제품에 대한 분석 기법을 대표하는 것이 벤치마킹(bench marking)이다. 원래 벤치마킹의 의미는 실험대나 작업대(bench)에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을 올려놓고 비교하며 표시(marking)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으나, 현재에 와서는 총괄적인 경쟁상품이나 시장 분석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특히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이 기법이 철저히 응용되는데, 차량의 경우에도 경쟁사의 제품을 입수하여 나사못 한 개까지 철저히 분해하여 분석하는 작업(tear down)이 실시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경쟁 제품의 기술적인 수준과 재료 및 원가를 파악하여 자사의 개발 제품의 목표와 전략에 적용하게 된다. 그러나 벤치마킹은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 하고자 할 경우, 다른 시장(예를 들면 외국)에서 효용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제품이 있을 때, 그 제품이 가진 컨셉트를 분석하여 새로운 시장에 맞는 컨셉트로 변화시킬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기법이다.

디자이너들의 주된 임무인 제품이나 자동차의 조형 작업, 쉽게 이야기해서 형태의 결정인 스타일링 작업은 다분히 감성적(感性的)이고 직관적(直觀的)이며 추상성이 강한 조형작업임은 이미 이 전의 연재에서 설명한 바 있다. 다시 한번 요약해서 이야기한다면, 제품의 기능(機能)을 만들어 내는 기구적 요소인 하드웨어(hardware)를 단지 장식하거나 포장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제품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감성적 효과와 아울러 제품의 물리적 기능이 사람의 감성적인 부분과 함께 상승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제품(자동차)디자인에서의 스타일링의 힘이다.

이러한 스타일링 작업이 감성이나 직관적인 요소가 큰 소프트웨어(software)적 부분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 조형 결과물이 전적으로 비논리나 즉흥적 발상에 의한 결과물이라고는 할 수 없다. 디자인 작업이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결과물은 디자이너 자신의 만족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 존재하는 다수의 소비자들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디자이너의 결과물이 다수의 객관적인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아 하나의 상품으로써 시장에서 받아들여져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디자이너의 감성적인 조형 작업은 사전에 논리적인 분석과 목표설정이 전제된 ‘계산된 감성’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계산된 감성을 위한 구체적 작업은 지금까지 살펴본 마케팅 기법에 의한 분석의 결과로써 도출되는 컨셉트(concept)의 설정이다. 컨셉트의 설정에서는 그 제품(자동차)이 지향해야 할 목표가 뚜렷이 제시되는데, 그 형식에 있어서 다양함을 보이나, 대체로 6하원칙(六河原則)에 의해 그 내용이 구성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누가 - 주된 소비자 계층을 연령, 성별, 소득, 성향 등에 의해 구분한다.

․언제 - 대체로 제품의 출시시기에 따른 시점을 정의한다.

․어디서 - 주된 시장의 지역적 특성을 구분한다.

․무엇을 - 제품을 통해 시장에 어필하려는 기능적 목표를 정의한다.

․어떻게 - 기능적 목표를 구체화시키는 기술적 내용을 정의한다.

․왜 - 판매시점의 상황이나 경쟁 메이커와의 관계 등 을 정의한다.



이와 같은 분석적 방법 이외에도 보다 추상적인 목표로써 이미지단어 설정기법도 사용된다. 이것은 보다 감성적인 접근을 하는 방법으로 자동차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 명사와 형용사 등으로 우리의 감성과 상상력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이미지 단어들을 조합하고 그것을 단계적으로 구체화시키면서 실제의 차량 디자인과 설계 시에 그러한 감성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그 한 예로써 1990년대 초반에 개발된 혼다의 어코드(Accord) 승용차의 이미지단어는 ‘빛과 바람’이었다. 그에 따라 창의 면적이 넓어 실내가 개방적이며 밝고, 쾌적한 분위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냉난방 성능이 좋은 특성을 가진 차량이 개발되었다. 이것은 차량의 예상 소비자 층이 미국과 일본의 신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새로운 사고를 가진 청장년층으로써, 밝고 쾌적한 환경을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필자 약력



구 상(具 常)

1966. 6. 서울출생

1985. 2. 서울 경복고 졸업

1989. 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 졸업 - 미술학사

1988. 12. 기아자동차 입사 디자인실 근무

1991. 1.~1994. 12. 크레도스 승용차 책임디자이너

1991. 8.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 - 산업디자인석사

1995. 1.~1997. 2.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

1997. 3.~2002. 2. 대구가톨릭대학교 자동차공학부

자동차디자인 전공주임교수

1999. 3.~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자동차디자인 강의

2002. 3.~현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공업디자인전공 교수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박사과정





저서

-자동차디자인 핸드북(1993년)

-자동차디자인 북(1994년)

-자동차디자인 100년(1998년)

-자동차 이야기(1999년)

-운송수단디자인(2000년)

-디자인인간공학개론(2002년)

-디지털시대의 스케치와 렌더링(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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