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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의 디지털 복원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11-21 17: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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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의 디지털 복원

얼마 전에 현대자동차가 고유모델 포니를 ‘헤리티지 마케팅(Heritage Marketing)’의 일환으로 어느 장소에 전시했다. 헤리티지(heritage) 라는 단어의 의미는 ‘역사’ 혹은 ‘전통’ 등을 지칭한다. 현대자동차가 설립된 것이 1967년이고, 포니가 등장한 것이 1976년이니, 이제 45년이 넘는 메이커의 역사와 36년이 넘는 고유모델 개발의 역사를 가지게 된 것이다. 기술이라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로열티를 주고 사올 수도 있는 것이지만, 역사는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하루아침에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역사와 전통은 가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서두가 조금 다른 이야기로 같지만, 필자는 포니가 전시됐다는 뉴스를 보고, 10년 전에 필자가 고유모델 포니를 디지털로 복원하는 작업을 했던 일이 떠올랐다. 물론 그때 필자는 3D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기 위해 ‘혼자서’ 목표를 세우고 작업한 것이었고, 어디에 쓸 목적으로 작업한 것은 아니었었다. 그렇지만 필자는 1976년, ‘아날로그 시대’에 개발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를 디지털 도구로 되살려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한편으로 그것을 필자의 손으로 해 보고 싶었었다. 그래서 그런 계획을 세웠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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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니를 3차원 디지털 프로그램 상에서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차의 모양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정확한 치수를 알아야 했다. 그렇지만 26년 전(10년 전을 기준으로)에 나온 포니는 치수는 고사하고 굴러다니는 차를 볼 수도 없었다. 물론 그런 이유 때문에 필자가 더더욱 가상의 모습으로라도 포니를 되살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를 아는 사람은 10년 전 그 당시에도 20대 사람들은 ‘이름은 들어봤다’ 정도였고, 30대에서 40대, 그리고 그 이상의 장년층들도 기억은 하고 있었지만, 정확한 모양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자 주변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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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의 차체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거장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Giorgetto Giugiaro)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엔진과 변속기, 차축 등은 일본의 것을 기술제휴로 들여와 만들었다. 포니는 1976년 2월부터 판매된다. 포니는 뒤쪽이 크게 경사진 패스트 백(fast back) 형태이고, 네 개의 문을 가지고 있으면서, 승객실과 트렁크 공간이 분리된 3박스(box) 구조, 즉 세단(sedan)과 동일한 차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패스트 백 형태의 차들은 객실과 트렁크가 연결된 2박스 구조에, 커다란 테일 게이트(tail gate)가 있는 해치 백(hatch back) 구조인데, 포니는 그러한 유형이 아닌 구조였다. 물론 포니는 이후에 웨곤(wagon)과 픽업(pick-up), 그리고 1980년 4월에는 3도어 해치백모델도 개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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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포니를 정확한 모양으로 다시 만들어낸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필자는 포니와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도서관과 인터넷을 뒤져 사진이나 포니의 제원표 등 포니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그 시기에는 크기가 알맞고 해상도가 좋으며 정확한 투시각도를 가진 사진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차체도면 같은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필자가 구한 것 중 차체도면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란, 현대자동차에서 1997년도에 발간한 「도전 30년 비전 21세기」라는 두툼한 책자에 실린 명함 크기의 4면도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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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필자의 조각조각으로 생각나는 기억에 의한 내용들과 이러한 작은 도면과 전장(全長), 전폭(全幅), 전고(全高) 등의 기본적인 치수가 적힌 제원표를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해야 했으나, 너무나 막연했다. 실제의 차를 보고 치수를 잴 수 있다면, 그 이상 확실한 기준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기에는 현대자동차조차도 포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찾다 보니, 용인에 있는 교통박물관에 약간의 수리를 거친 검정색 포니 한 대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박물관의 커다란 배려로 필자는 작업에 필요한 치수들을 실측(實測)할 수 있었다. 물론 박물관에 있는 포니 역시 부품들의 연식이 일치하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박물관에 소장품으로 오기 이전의 사용 과정에서 수리를 하면서 여러 연식의 부품들이 섞였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디지털 복원에 필요한 치수들은 대부분 얻을 수 있었고, 마침내 필자의 ‘작업(!)’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필자는 범퍼나 차체에 장착된 장식품을 뺀 기본형의 모습을 살려보고 싶었다. 그것이 포니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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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필자가 포니의 디지털 복원에 사용했었던 3D모델링 프로그램은 라이노(Rhino)3D 2.0 버전의 것이고, 그 모델링 된 입체에 색과 질감을 입힐 때 사용한 프로그램은 플라밍고(Flamingo)였다. 물론 지금은 더 훌륭한 소프트웨어들이 많지만, 10년 전에 사무용 데스크 탑 PC에서 구동이 가능한 3D 프로그램은 라이노가 거의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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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의 기본 면이 만들어지고 세부적인 형상들로 진행되어 갈수록 모델링 작업은 박물관에서의 실측 치수와 필자의 어렸을 때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복원작업은 결국 나 지신과의 싸움이었다. 얼마나 자세히 세부형태까지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필자에게 달린 것이었다. 차체 후면에 부착되는 크롬도금 된 ‘조랑말’ 모양의 배지와 트렁크 리드에 붙는 「pony」 엠블렘의 모델링에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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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옛날에 포니의 ‘조랑말’ 배지와 엠블렘은 도난 1순위의 부품들이었다. 그 때 필자는 서울의 원효로에 있는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에 가서 보관용으로 이들 부품을 따로 구입하기도 했었다. 만약 지금까지 잘 갖고 있었다면 훌륭한 역사적 기록이 되었을 것인데,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아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것을 보상받으려는 심리에서 엠블렘과 배지의 모델링에 다른 부분보다 더 많은 정성을 들였던 것도 사실이다. 앞문과 트렁크 리드의 키 실린더(key cylinder), 아홉 개의 구멍이 뚫린 13인치 스틸 휠과 타이어, 앞․뒤 유리창의 고무 몰드와 거기 삽입된 크롬 몰드까지 만들자, 차체 외부는 거의 다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차체 아래쪽의 뒤 차축(車軸)과 리프 스프링(leaf spring), 머플러(muffler)와 테일 파이프(tail pipe), 연료탱크(fuel tank)도 만들어 넣었다. 이때의 차들은 연료탱크가 트렁크 바닥에 누워있었다. 지금은 후방추돌 시의 폭발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뒷좌석 아래에 장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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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아직까지 리어 뷰 미러(rear view mirror)와 와이퍼(wiper), 안테나(antenna)같은 부품들은 만들지 못했고, 작업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실내의 부품들까지 만들어 넣어, 포니를 완전히 복원하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일단 완성된 이미지를 가지고 모터쇼의 턴테이블(turn table)에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짧은 동영상도 만들어 보기도 했었다. 그렇게 ‘대강’ 완성해 놓았던 것이 벌써 10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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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현대자동차의 포니 전시를 계기로 앞으로 실제의 ‘국산 클래식 카’들이 우리들 앞에 더 많이 나타났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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