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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일석이조(一石二鳥)는 유효할까?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3-02-02 00:42:57

본문

일석이조(一石二鳥)는 유효할까?

필자는 자동차 디자인 칼럼을 쓰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디자이너의 관점과 대다수의 소비자들의 관점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필자 역시 자동차를 구입해서 타고 다닌다는 점에서는 소비자가 틀림 없다. 그렇지만 자동차 디자인을 판단하는 관점은 자동차 메이커에서 종사했던 개발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므로, 사용한다는 것 이외에도 많은 생각이 결부되어 이루어지게 된다. 한편으로 실제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디자인’ 즉 모양 그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요즘의 자동차 디자인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자동차뿐 아니라, 최근의 거의 모든 제품들이 가진 특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그럴듯하게 다듬어진 형태가 ‘디자인’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제품의 디자인을 판단하는 것은 ‘외형’뿐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의 여러 특징들이 결합되어 종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브랜드의 디자인이 달라졌다는 것은 물론 일차적으로 겉모양이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지고 멋있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겠지만, 그러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제품개발 프로세스에서 변화가 요구된다. 이것은 메이커의 의사결정이나 마케팅 정책, 기술 개발 등의 요소들이 결합돼서 만들어진 제품의 전체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의식에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써 보기 이전부터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결국 디자인의 문제는 역설적으로 디자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에 현대/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기아의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임명됐다. 사실 그가 기아에 온 뒤 그 동안 5~6년간의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발전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유럽에서의 평가도 기아를 가리켜 ‘이전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브랜드에서 이제는 새로운 것이 기대되는 브랜드’ 라고까지 이야기한다. 그러한 변화는 유럽의 3대 디자이너라는 평가를 받는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 능력과 그의 후광(!) 때문일 것이다. 독일의 기능주의적 성향을 가진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 역량이 발휘된 것이겠지만, 전체적으로 기아의 실무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가 와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최근 기아의 디자인의 발전은 실무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디자인이 양산 차량에까지 그대로 반영될 수 있는 디자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피터 슈라이어 부임 이후 정착된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경영진이 그런 피터 슈라이어의 능력을 인정해서 현대/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사장의 위치로 승진시킨 것일 게다. 즉 피터 슈라이어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에도 소위 ‘스타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지만 필자는 처음 그 소식, 즉 피터 슈라이어가 기아자동차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까지 맡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현대와 기아는 디자인에서 분명한 차별점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 두 브랜드를 모두 맡게 된다면,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때 ‘그 나물에 그 밥’ 이 될 수도 있다. 정말로 현대자동차가 ‘스타 시스템’으로 현대 브랜드의 디자인 가치를 올릴 요량이었다면, 피터 슈라이어와 라이벌 성격의 또 다른 스타 디자이너를 영입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가령 재규어의 치프 디자이너 이안 칼럼 정도 되는 인물이 왔더라면, 현대와 기아 두 브랜드는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막강해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내부적으로 심사숙고 한 결정이겠지만, 제3자의 관점에서 볼 때는 피터 슈라이어 한 사람이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경영적 판단, 말하자면 일석이조(一石二鳥)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 일면이 있다. 필자는 피터 슈라이어를 폄하한다거나 그의 능력에 대한 말을 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는 이미 유럽에서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렇지만 현대와 기아에 각각 다른 ‘디자인 지도자’가 자리잡는 체제가 됐더라면, 훨씬 더 큰 파급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든다. 피터 슈라이어에 의해 현대/기아가 디자인적으로 얼마나 더 차별화되고, 또 그의 관리 하에서 두 브랜드가 서로 다른 개성으로 위상을 높일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명품’은 ‘효율’을 따져서 만들어지는 게 아닌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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