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주파수는 빛이나 전파의 진동수를 나타내거나 측정하는 단위이다. 1초당 진동수를 의미하는 헤르츠(Hz)에 의한 진동 수로 저주파, 고주파 등으로 구분한다. 빛에서 진동수가 높아질수록 백색에 가까워지고, 소리 역시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고음이 된다. 일반적으로 주파수가 낮은 저음은 힘이 있으며, 주파수가 높은 고음은 세련된 느낌을 주는 소리라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소리에 의한 진동 수에 의한 감성의 변화를 형태에서도 동일하게 응용할 수 있으며, 형태의 비례와 여백의 처리 등에서 주파수의 개념을 응용하면, 디자이너가 의도하는 바를 예를 들면 힘 있고 무거운 느낌, 혹은 세련되고 정교한 느낌 등으로 만들 수 있다는 형태 주파수의 이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올해 자동차공학회의 세미나에서 발표한 주파수와 형태의 변화, 그리고 그에 의한 감성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물리나 과학적 이론에 대해서 논하기보다는 기본적인 개념에 입각해서 주파수, 혹은 진동 수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높은 주파수는 소리로 따지면 고음이고, 낮은 주파수는 저음이다. 고음은 마치 곤충이 날개를 덜 듯 매우 짧은 파장으로 이루어진 음색이다.
그리하여 대체로 힘이 있기보다는 날카롭거나 혹은 세련된 감성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가령 1분에 2만 회전 하는 높은 회전수를 가진 터빈 엔진이 내는 소리는 1500rpm의 디젤엔진 소리보다 훨씬 가늘고 높은 소리를 낸다. 같은 시간 속에서 훨씬 많은 진동수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동의 개념을 그림으로 만들면 오른쪽의 막대 그림과 비슷해 질 것이다. 즉 고주파는 가는 막대가 여러 개 그려진 그림이 되고, 저주파는 상대적으로 굵은 막대가 적게 그려진 그림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굵은 막대는 힘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막대의 굵기가 가늘어질수록, 즉 진동수가 많아서 같은 시간동안에 더 많이 진동을 하면 더 정교한 이미지를 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실제의 건물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밀라노에 있는 두오모(Duomo) 대성당은 서기 1386년부터 1965년까지 건축된 고딕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무려 2,245개의 조각과 135개의 뾰족한 탑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서울 광화문 소재의 정부 서울청사는 1970년에 건립됐으며, 지상 19층에 지하 3층 건물이며, 높이 84미터의 건물이다. 검은색 유리창의 디테일은 있겠지만, 전체의 이미지는 저주파의 힘 있는 건축물의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러한 조형 원리는 자동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에도 쓰이면서 차량의 인상을 강력하게 만들거나 혹은 클래식하고 세련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1969년형 다지 차저의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중앙에 자리잡은 은빛의 굵은 막대로 강조되고 있다. 물론 세부적인 디테일은 존재하지만, 전체의 인상은 검은 바탕에 은빛 막대가 강한 대조를 이룬다.
반면에 가늘고 여러 장의 리브(rib)로 만들어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정교하면서도 클래식한 이미지를 주게 된다. 물론 실제의 차량에서 디자인 이미지는 단지 물리적 그릴의 개수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는 형태에만 국한시켜서 본다면 이와 같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휠의 디자인에도 적용 가능하다. 스포크(spoke)의 수에 따라 굵고 스포티하거나 정교하고 클래식한 이미지를 주는 등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소리나 빛의 진동수에 의한 감성의 변화는 형태에서도 동일하게 응용될 수 있으며, 형태의 비례와 여백의 처리 등에서 주파수의 개념이 응용 가능하다. 형태 주파수의 개념은 형상을 통한 조형 감성의 안배에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 가능한 방법이며, 활용 방법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러한 조형 개념은 아날로그적 감성과 발상, 즉 정성적(定性的; quantitative) 발상에 바탕을 두고 있었던 전통적 감성조형 기법에서, 향후에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제품에서 디지털 기술이 절대적 비중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감성 디자인의 정량적(定量的; qualitative) 발상으로의 전환에 응용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이것은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되는 향후의 기술 발전에 대응 가능한 조형 방법의 하나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