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는 혁신(innovation)일까 발명(invention)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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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상(koosan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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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02 00:5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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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내놓은 전기차량 모델라인업 ‘i’ 시리즈, 정확히 이야기하면 서브 브랜드로 등장한 ‘i’ 시리즈 중 국내에 시판을 시작한 i3는 BMW의 순수 전기차량이다. 사실 필자에게는 BMW가 순수 전기차량을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낯설었다. 아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BMW의 차량들은 직렬 6기통 엔진으로 대표되는 고성능 가솔린 엔진을 비롯해서 효율이 높은 디젤 엔진 등등 모두가 전통적(?) 내연기관 기술에서 최고의 진보를 보여주는 차량을 바탕으로 차체의 내/외장 디자인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BMW 그룹은 2007년에 ‘i’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전기차량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새로운 동력원이 차체의 내/외장 디자인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동력원의 성격은 바로 그 차량의 차체 디자인의 감성을 좌우한다. 즉 동력의 유형은 차체 디자인에 ‘기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기보다는, ‘감성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것은 i3의 차체 디자인을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i3의 전체적 이미지는 마치 디지털 전자제품과도 같은 느낌이 드는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빛의 차체에 검은색으로 칠해진 후드의 강렬한 조합은 자동차보다는 휴대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서 볼 수 있는 감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색채는 단지 표면에 칠해진 도료의 색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차체를 구성하는 소재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차체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으로 제작되어 있고, 구동계통에는 알루미늄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소재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그러한 소재의 대표적인 특징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탄소섬유 소재는 매우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기 때문에 레이싱 머신의 차체나 구조재료로 쓰이지만, 가공방법의 한계로 인해 자동화 된 대량생산이 불가능하고, 그로 인해 생산량이 많지 않고, 가격도 비싸다. 그러나 BMW는 그것을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해결해서 자체의 생산시설에서 일정한 양을 대량생산하는 정도까지 기술개발을 진전시킨 것이다. 차체 구조는 별도의 프레임이 존재하고 그 위에 차체를 얹는 방식인 이른바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방식을 가지면서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구조로 무게중심을 낮추면서 BMW 특유의 50:50의 무게 배분을 통한 주행안정성 향상을 도모했다.
이러한 기술적 내용을 어떻게 시각적 요소로 보여주느냐가 디자이너들에게 주어진 사명인지도 모른다. 이런 사명은 차체의 외형 디자인뿐만이 아니라, 실내의 디자인에서도 사용되는 재료와 각 요소들의 형상에 의해 디지털 감성의 전달 뿐 아니라, 재활용 여부와 디지털적 감성의 전달 등과 같은 디자인의 감각적 요소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BMW의 i3는 기존의 차량을 크게 바꾼 혁신(innovation)인 동시에 새로운 차량을 만들어낸 발명(invention)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