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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욕망의 거울, 고급승용차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5-11-07 16:33:32

본문

오늘날 우리는 자동차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속에서 우리들은 자동차에서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우리들의 모습을 투사시키기도 한다. 근대 산업의 하나로, 경제개발의 방법으로 우리나라는 자동차산업을 50년 가까이 발전시켜 왔고, 그 속에서 자동차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왔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시대에 따라, 혹은 어떤 이유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우리들의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가장 오늘날다운 제품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 일지도 모른다.


그런 자동차의 모습을 나타내주는 디자인의 이면에는 우리의 첫 고유모델 포니를 자가용으로 가지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수많은 한국인들의 ‘열정(passion)’이 바탕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한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세계적 규모의 성장한 것인지도 모른다. 단지 경제개발을 위한 산업이었다고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다른 에너지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열정은 ‘이성(ration)’이 불가능하다고 한 일도 이루어 내는 에너지를 주는 건지 모른다.

 

1980년대의 성공에 대한 욕망의 상징 그랜저
국산 최고급승용차를 이야기 할 때 1986년에 등장한 그랜저(Grandeur)를 빼놓을 수 없다. 그 당시 그랜저는 성공한 기업가의 전형과도 같은 이미지를 제시한 차량이었다. 그랜저는 현대자동차가 일본 미쯔비시와 공동 개발한 고급승용차로 당시 한국에서 가장 큰 차체의 고급 승용차였으며, 앞뒤로 쭉 뻗은 길쭉한 비례의 각진 차체와 함께 굵직한 C필러에 달려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유리창은 전형적인 뒷좌석 중심의 ‘사장님의 차’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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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5 미터의 길이에 육박하는 대형 승용차 그랜저의 차체 폭은 1,725mm에 불과했다. 오늘날의 준중형 승용차 아반떼 조차도 차체 폭이 1,800mm인 것을 감안하면 의외로 좁은 것이다. 이는 차체 폭 1,700mm를 기준으로 자동차 세금이 달라지는 일본의 규제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중형 이하 승용차들이 1,695mm의 차체 폭으로 개발되고 1,700mm가 넘는 대형 승용차는 비싼 세금을 낸다. 마치 우리나라가 1,600cc 배기량을 기준으로 소형과 중형 승용차 세금이 달라지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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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미쯔비시는 차체 폭이 좁은 차와 넓은 차를 따로따로 개발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택시용 차량과 자가용 차량의 차별화 시키는 방법으로 1,695mm의 좁은 차체 양쪽에 각각 15mm 두께의 몰드를 붙여서 1,725mm로 차체 폭을 늘린 효과를 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준중형 승용차 차체 폭에 길이만 긴 대형 승용차였기 때문인지 그랜저는 일본에서는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긴 차체의 존재감으로 월등히 많은 판매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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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그 당시에 한국에서는 그랜저의 차체 폭이 준중형 승용차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랜저는 실질적인 실내 거주성 보다는, 긴 차체 이미지로써 재벌 총수들이 타던 국산 최고급 승용차라는 상징으로 보통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부와 성공에 대한 갈망이자 욕망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좋은 차에 대한 욕망의 표출, 제네시스

이제는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메이커의 자동차를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처럼 수입차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성능 좋은 수입차, 특히 독일 차들은 대체로 비싸다. 물론 최근의 ‘디젤 게이트’로 체면이 구겨지긴 했지만, 독일 차들은 튼튼하고 고속주행 성능이 좋으며, 프랑스의 차들은 독특한 예술적 감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차들은 크고 튼튼하다. 일본차들은 정교하고 감각적이며 고장이 안 난다. 이태리의 차들은 무척 비싸지만 ‘명품’ 감각이 넘친다. 영국 차들은 귀족적이다. 이처럼 각 국가의 차들은 모두가 개성이 있고 저마다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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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다양한 가치 중에서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받아들이는 특징은 아마도 성능 좋은 독일 차와 감각적인 일본차의 특징일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차를 선택하기엔 독도가 마음에 걸리고 독일 차들은 비싸다. 또한 이제 국산 차들도 적어도 디자인의 세련도나 승차감에서는 일본차와 겨룰만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렇지만 독일 차들의 성능은 아직도 따라가기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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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도 독일 차만큼의 좋은 차를 갖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난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런 욕구는 소비자들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동차 메이커의 욕구였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차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앞바퀴 굴림인지 뒷바퀴 굴림인지는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탔을 때 편안한 차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차이지 어느 바퀴로 주행하느냐는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동차 메이커에게는 뒷바퀴 굴림 방식의 고급승용차는 마치 전 과목 만점의 우등생 성적표와도 같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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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만들어진 차가 바로 후륜구동방식의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였다. 이제 2세대로 발전한 제네시스는 국산 차도 독일 차만큼의 성능을 가질 수 있다는 자동차 메이커의 욕망을 표출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런 욕망은 자동차 메이커의 욕망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구성원 개개인이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상승 지향과 성공에 대한 갈망이 투영되어 표출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차체 디자인에서도 1세대 제네시스는 독일 차의 모습이 얼핏 보였지만, 이제 2세대 모델에서는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독일차 콤플렉스’는 느껴진다. 이제 제네시스는 차명이 아니라 고급승용차 브랜드가 됐다. 앞으로 4년쯤 뒤에 3세대 모델이 나올 때쯤이면 그런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로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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