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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역대 그랜저와 드림 카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desk(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6-05-25 18:55:10

본문

얼마 전 그랜저 30주년 모델이 나왔다. 그래서 오늘은 30년동안 등장했던 역대 그랜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세대 그랜저가 등장한 것이 1986년이었으니, 정말로 30년이 된 것이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의 고급 승용차는 새한자동차가 독일 오펠(Opel)의 레코드(Rekord)를 들여와 조립 생산한 로얄(Royale) 시리즈가 독주하고 있었다. 대학생이었던 필자는 아직도 그 당시 그랜저의 광고 문구가 생생히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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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급승용차의 전통은 그랜저로 새롭게 시작됩니다.” 이 문장 속에는 국회의원의 차라고까지 불리며 고급승용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로얄 시리즈와 겨룰, 아니 능가하는 차가 되려는 현대자동차의 절실함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30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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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의 그랜저는 국산 최고급 승용차였지만, 지금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EQ900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오늘날의 그랜저는 성공한 중년을 위한 고급승용차가 되었다. 물론 5세대 30년의 전통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랜저(grandeur)’라는 이름은 장대, 웅대, 화려, 장엄, 숭고, 권위, 위엄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최고급승용차의 이름으로 들어맞는 이름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단어의 의미보다도 우리나라의 준대형 고급승용차를 통칭하는 대명사처럼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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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상 좋은 차는 단지 기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적 수준이 높다고 해도, 한 대의 자동차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에는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국내의 다른 메이커에서 그랜저와 동급의, 혹은 더 크고 성능 좋은 외국 메이커의 차량을 용병(傭兵)으로 데려오기도 했었고, 지금도 그런 모델들이 시장에 나와 있지만, 그랜저와 치열한 대결 구도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그랜저는 마치 토요타의 고급승용차 크라운(Crown)처럼 인식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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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급승용차다. 더 큰 차체의 센츄리나 국제적 감각의 렉서스도 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서도 등장하듯 크라운은 일본 사람들에게는 딱 잘라 설명할 수 없는 크라운만의 영역이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1세대 ‘그랜저’는 미쓰비시가 토요타 크라운에 대적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한 차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미쓰비시는 그 혈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했고,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는 5세대를 거치면서 마치 ‘한국의 크라운’처럼 발전했다. 실제로 도요타의 크라운은 지금도 일본에서는 대표적 고급승용차이고,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소수가 수입되어 쓰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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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등장한 2세대 뉴 그랜저는 1세대의 각진 이미지를 벗고, 중후한 디자인으로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국회의원의 차를 대표하는 모델로 국산 고급승용차의 역사를 이끌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랜저는 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타는 최고급승용차였다. 차체의 디자인도 긴 후드와 트렁크 비례로 그런 이미지를 잘 보여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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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는 1998년에 등장한 3세대 모델 XG에서부터 비로소 오너가 직접 모는 고급승용차로 변신하게 된다. 또한 국산 승용차 최초로 도어 섀시(sash)를 없애 개방적이고 스포티한 이미지의 하드탑(hard top) 모델로 개발돼 나왔다. 특히 그랜저 XG 디자인의 백미(白眉)였던 여백의 미를 살린 뒷모습은 가히 전위적이었다. 이처럼 보수적 이미지를 덜어낸 그랜저 XG는 성공한 중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대중적인 고급승용차’ 라는 아이러니한 타이틀도 가지게 되었다. 그랜저 XG는 아직도 많은 수가 건재할 뿐 아니라, 디자인도 시대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생명력 있는 디자인이다.

이후 2005년에 등장한 TG 그랜저는 도어 섀시를 가진 정통 세단으로 되돌아온다. 한편 17인치의 커다란 휠을 장착하는 등 건장한 비례와 앞 뒤 펜더에서 근육질 인상의 볼륨을 가지는 등 고급승용차의 스포티함이 무엇인지를 디자인으로 보여주는 시도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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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G 그랜저HG는 현대자동차의 독자적인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근육질의 캐릭터 라인과 적극적 이미지의 차체 디자인으로 나왔다. 그랜저HG는 역동성과 활력을 지향하는 이미지이다. 앞서 크라운을 잠시 언급했지만, 그랜저와 크라운은 실용적 고급 승용차라는 점이 공통적이지만, 크라운의 디자인이 균형과 보편을 추구하는 이미지인 반면, 그랜저는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한국인들이 고급 승용차에서 원하는 느낌인지도 모른다. 무난함이 우리의 전통적 정서였던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무난한 것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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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최고급승용차로 시작된 그랜저의 역사는 고급승용차로서가 아닌, 갖고 싶은, 선망하는 차로서의 역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 역사는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차, 이른바 ‘드림 카(dream car)’를 만드는 여정으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자동차는 필요에 의해서 사지만,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차를 사고 싶어하며, 그러한 선망(羨望)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되돌아보면 1세대 그랜저는 그 당시 한국인들에게는 드림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세대 그랜저는 지금도 한 대 갖고 싶다. 고급승용차로써가 아닌 ‘클래식 카’로써 말이다.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제부터 정말 필요한 것은 ‘필요에 의해 사는 차’가 아니라, 사람들이 ‘선망하는 차’를 개발하는 것이어야 할지 모른다. 그것이 스포츠카이든 세단이든 간에 말이다. 원가절감의 노력(?)이 눈에 띄기보다는 진지한 자세로 만들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선망하는 차의 요건 하나를 가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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