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스포츠카의 질감, 718 박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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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상(koosan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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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21 21:2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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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이라는 코드 네임을 가진 포르쉐의 미드십 스포츠카 박스터(Boxster)가 새로 등장했다. ‘박스터’라는 이름은 포르쉐의 수평 대향 구조를 가진 박서(boxer) 엔진을 탑재한 로드스터(roadster)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모든 박스터들은 철제 지붕이 없이 소프트 탑을 가지고 있다. 물론 718 카이맨은 지붕이 있다.
포르쉐의 대표적인 특징은 엔진이 차체 뒤쪽에 탑재돼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엔진의 무게 중심이 뒷바퀴 축보다 뒤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것은 후륜 구동 스포츠카에서는 매우 유리한 구조일 것이다. 그런데 박스터는 엔진이 차체 중앙에 탑재된 미드십(mid-ship) 구조이다. 그런 구조적 차이점을 차체 디자인에서도 역시 나타내야 한다. 즉 포르쉐의 디자인과 공유되는 DNA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엔진을 뒤에 탑재한 보통의(?) 포르쉐와는 차체 이미지에서 차별화 해야 한다는 아이러니를 가지는 것이 바로 포르쉐 박스터 시리즈 디자인의 딜레마일 것이다.
그래서 앞모습의 인상도 다르다. 둥근 헤드램프로 일명 ‘왕눈이’가 포르쉐의 표정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박스터는 타원형, 혹은 물방울 같은 형태의 헤드램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차이는 뒷모습에서도 나타난다. 그래서 역시 조금은 큼직한 마름모 형태의 테일 램프가 뒷모습에서도 차이점을 보여준다. 전체의 조형 구성으로 본다면 모든 포르쉐 모델들이 유사한 구성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형태의 구성에서는 적잖은 차이를 보여준다. 그것은 마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눈 둘, 코 하다, 입 하나로 똑 같은 구성이지만, 얼굴 생김새는 전혀 다르듯이 말이다. 이런 세부적 형태의 차이는 같은 포르쉐 차량에서도 박스터가 가진 성격의 차이를 말해주는 디자인을 암시하는 것이다.
박스터는 한편으로 다양한 디테일을 볼 수 있는데, 운전석과 조수석 헤드 레스트 뒤쪽에 자리잡은 롤바(roll bar)를 비롯해서 두 개의 롤 바 사이에 자리잡은 에어로 패널도 특징적이다. 롤바는 물론 차체가 전복되는 사고 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구조물이지만, 박스터는 최대한 차체와의 일체감을 살리고 있다. 한편 두 개의 롤 바 사이에 자리잡은 에어로 패널은 지붕을 열고 고속으로 주행할 경우에 발생하는 와류로 인해 탑승자의 머리칼이 흩날리거나 실내에서 들리는 풍절음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물이다. 이로써 로드스터나 컨버터블 승용차들도 지붕을 연 상태에서의 주행 시에 평화로운(?) 실내 분위기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포르쉐의 유형을 따르고 있지만, 실제 운전석에서 조작해보면 리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시프트 레버와 버튼 류 등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금속 질감의 느낌은 내가 정말로 정통 스포츠카에 타고 있다는 느낌 그 자체이다. 아무리 알루미늄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리얼하게 도금을 했다고 해도 리얼 메탈이 주는 무게감은 흉내내기 어렵다. 그런 느낌들이 바로 정통 스포츠카의, 무늬만 스포츠카인 대다수의 스포티 루킹 카(sporty looking car)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