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의 첫 SUV, F-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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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상(koosan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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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12 05:07: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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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브랜드의 첫 SUV로 F-Pace가 나왔다. Pace의 우리말 표기는 p와 f의 구분이 없이 모두 페이스 이어서 조금 헷갈리기도 하지만, 재규어의 신 모델 F-Pace 는 pace라는 단어를 쓴다. Pace는 우리 말로 걷는 속도나 보폭(步幅) 등을 의미한다. 모델명에 쓰인 알파벳 F는 대체로 강하거나 빠른 운동능력 등을 상징하는 글자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F-Pace라고 만들어진 이름은 추측하건대 ‘빠른 걸음걸이’ 등의 의미로 쓰였을 것이다.
그런데 일견 재규어 다운 이미지라면 XJ 세단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선에 의한 육중한 중량감과 우아한 선처리 등의 측면 디자인이겠지만, 전면의 인상은 이와는 달리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라디에이터 그릴 프레임에 메쉬 형태의 그릴 중앙에 박힌 둥근 배지가 모든 재규어 모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쿠페 모델은 좀 더 심플한 타원형 그릴을 쓴다. 그래서 F-Pace의 전면 인상은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재규어 임을 알 수 있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측면에서는 차체와 유리창에서 재규어 모델의 디자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C-필러,(물론 D-필러지만)의 경사는 세단이나 쿠페 모델들만큼 날렵하지는 않지만, SUV로써는 꽤나 많이 누워 있다. 그리고 테일 램프 역시 마치 표범이 먹이를 사냥하기 전에 응시하는 눈빛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실내에서의 품질감은 유럽 럭셔리 브랜드 다운 질감을 중시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사실 과거에는 럭셔리 브랜드와 SUV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제 SUV, 특히 유럽의 브랜드가 만드는 SUV는 럭셔리와 등식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미국의 SUV들이 실용성을 대표하는 것과 대비되는 참으로 흥미로운 현상이다. 사실 SUV의 시초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 없지만, 오늘날의 미국의 SUV와 유럽의 SUV가 이처럼 명확하게 대비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동차는 단지 기계가 아니라,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맹수의 추상성이 높은 재규어 디자인 특징은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칼럼 취임 이후 더욱 명확한 재규어만의 특징이 되고 있다. 자동차는 단지 효율과 성능만으로 좋은 차, 갖고 싶은 차가 되지 않는다. 바로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여주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규어는 이미 그 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재규어 F-Pace로 인해 딱딱한 디자인이 더 많은 SUV 시장에서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 감각으로 어필하는 재규어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더 강조해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