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중 가장 감각적인 세단이 될 스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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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상(koosan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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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03 15:2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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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후륜 구동 준대형 세단 스팅어(Stinger)가 완전히 공개됐다. 예상했던 대로 남다른 감각으로 중무장(?) 하고 있다. 양산 버전이긴 하지만, 실제로 양산되는 모델이 정말 이대로 완전히 똑같을지 살짝 의문이 들 정도로 급진적 이미지다.
스팅어는 이미 2011년에 공개됐던 ‘GT콘셉트’의 양산 버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필자는 ‘GT콘셉트’가 처음 공개됐을 때 자못 파격적 이미지이어서 단지 쇼카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 완전히 공개된 스팅어를 보고 적어도 기아의 디자인은 이제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어느 메이커나 브랜드의 디자인이 달라지려면, 소속 디자이너들의 그림 실력(?)이 높아져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디자인 결과물의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전문적 관점에 의한 판단을 하느냐가 가장 큰 비중을 가진다. 만약 디자인 의사결정이 각 차종의 상품전략에 입각한 창의적 디자인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이를테면 ‘회장님의 취향(?)’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면, 스팅어 같은 디자인은 선택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역동적인 콘셉트 였지만, 그걸 명확히 하지는 못했던K9은 그런 맥락에서 비교된다. 물론 이제 와서 K9의 디자인이 잘못됐다고 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스팅어와 비슷한 역동적 콘셉트의 차량 이면서 감각적 성향은 대조된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K9이 개발된 것은 디자인 작업을 기준으로 본다면 거의 10년 전쯤의 아주 오래된(?) 때 이므로 지금의 디자인 감각을 기준으로 이러 쿵 저러 쿵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스팅어의 세부 형태, 즉 휠이나 앞 펜더의 루버, 테일 램프 등등 혁신적 이미지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들에서 전문적 감각에 의한 치밀한 디자인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대체로 어느 메이커이든 간에 디자이너들은 적어도 조형 작업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과 조형적 완성도를 발휘하는 게 당연한데, 가령 새로 나온 차가 ‘디자이너의 상식’에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디자인 외적 요인에 의한 불가피한 사건(?)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스팅어에서는 적어도 그런 ‘불가피한 사건’의 흔적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실제 개발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필자가 제 3자의 입장에서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긴 하다.
필자는 스포티한 차체 디자인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차량의 콘셉트에 따라 때로는 실용적이거나 보수적인 디자인도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치 우주선을 보는 듯한 미래지향적 이미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리뷰에서 이야기했듯이 최근에 현대와 기아 브랜드가 각각의 특징이 없이 모두가 비슷하게 스포티한 경향을 가지고 가는 듯이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만나는 스팅어는 기아 브랜드, 그 중에서도 스팅어 만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GT콘셉트에서 보여줬던 전위적 조형성향이 그대로 스팅어 특유의 감성과 조형으로 완성된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고급 브랜드는 통일성을 중시하지만, 그러다 보면 차종 별로 ‘거기서 거기의 디자인’ 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한편으로 이제는 ‘남들이 타므로 나도’ 라는 식으로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 하면 브랜드 만의 차별성을 보여주느냐, 그리고 한 브랜드 안에서도 각 차종이 지향하는 가치와 소비자 특성을 어떻게 독창적인 차체 디자인으로 다양하게 제시하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그런 관점에서 남다른 조형감각의 스팅어가 국산 차량 디자인 다양화의 시작이기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스팅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 가치가 공존하는 시대를 여는 시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