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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소유와 공유의 양극화와 자동차 디자인의 변화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7-08-22 16:23:45

본문

요즈음에 가장 관심을 끄는 미래 관련 이슈는 아마도 자율주행차량과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카 쉐어링 같은 것들일 것이다.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이야기는 미래의, 그것도 상당히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미 초보적인 수준의 자율주행기능을 가진 차량들이 시판되고 있고, 또 머지 않은 미래에는 온통 자율주행차량으로 뒤덮일 듯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카 셰어링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처음에는 북유럽 국가 일부에서 자동차 사용 줄이기 캠페인 정도로 실험적으로 시행되던 정책으로 보였으나, 이제는 미래의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올 소비 형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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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현상적으로 본다면 자율주행차량과 카 셰어링 이 두 가지는 서로 상관이 없는 별개의 일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들은 놀랍게도 디지털 정보기술의 기반이 있어야 제대로 운영되고 유지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량의 또 다른 개념이 바로 커넥티드(connected) 라는 점에서 본다면, 자동차라는 기계 한 대가 도로 위를 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네트워크 속에서 무수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유기적인 관계로 존재하는 하나의 구성원으로 달리는 것이 바로 자율주행자동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러한 정보의 ‘구름(영어로 구름을 cloud라고 하듯이 정보의 가상 집합체를 실제로 클라우드 라고 부르기도 한다)’ 속에서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즉시즉시 자동차를 공유할 수 있다는 개념이 바로 카 셰어링 이다. 결국 디지털 정보기술이 높은 수준의 완성도에 도달했을 때 가능해지는 것이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와 카 셰어링 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두 가지 변화는 미래의 자동차 디자인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일견 이 두 가지 변화는 자동차 디자인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동차의 주행 방법과 사용 방법이 변화된다면 필연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은 변화를 맞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디자인의 변화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미학의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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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아름답다는 감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이상적인 아름다움(美)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어느 누구도 확답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대상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인류는 수많은 조형물과 건축물 속에서 그 ‘이상적 아름다움’을 찾으려 노력해 왔다. 자연물 속에 존재하는 균형적인 비례인 황금비(黃金比; The Golden Section)를 발견해내고는 그것을 건축물에 적용시켜 자연물이 가지는 완성미를 인공물에서도 가지게 하는 한편, 인체에도 그것을 적용시켜, 그 모습을 신의 모습으로 표현해서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이라고 믿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이 아닌 대상은 아름답지 않다고 판단을 하기도 했었다.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은 황금비를 적용해 완벽한 균형미를 가지게 하려 했으며, 황금비를 적용한 인체로 묘사한 밀로의 비너스는 그러한 이상적 아름다움을 구현한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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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균형 잡히고 안정적인 형태와 비례, 그리고 색상으로 이루어진 형태가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그 기준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생각과 기준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변화한다. 그리고 대상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생각도 변화한다. 만약 균형 잡힌 이상적 모습이 인체 아름다움의 완성된 모습이라면, 그것은 돌을 깎아놓은 조각품과도 같은 상태가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신체 자세와 표정, 그리고 그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감성에 의해 늘 변화한다. 그 변화하는 모습은 굳어 있는 대상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생명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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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개봉하는 영화 ‘혹성의 탈출: 종의 전쟁’에서는 2014년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실사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시켜 유인원들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유인원들의 리더 시저의 모습은 지도자로서의 엄숙함, 그리고 때로는 갈등하며 슬퍼하는 모습을 극도의 사실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그려진 주인공 시저의 모습은 우리가 지금까지 관념적으로 가지고 있던 인간보다 덜 진화된 유인원의 모습이 아닌, 바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시저는 고전적 의미의 미적 요소, 황금비에 입각한 신체 비례와 같은 이상적 아름다움의 요소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그에게 공감하고 그를 응원했다. 어쩌면 오늘날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진화론에 의한 ‘균형 잡힌 채 굳어버린 이상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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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미 디자이너들은 본능적으로 굳어진 지루함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감(共感; empathy)할 수 있는 역동성을 발견해내고 구체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공감의 가치가 드러나는 방식은 고전적 우아함이나 균형과는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균형적이고 우아함을 추구했던 것이 과거의 자동차 디자인이 추구했던 것이라면, 오늘날의 자동차들은 가장 효율적인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한편으로, 보다 다양한 미학을 추구한다. 따라서 그것은 ‘첨단’이 아니라, 때로는 각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B급 감성’ 일 수도 있다.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등장했던 미국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바이크 브랜드 ‘인디언 모터사이클(Indian Motorcycle)’은 바로 그런 감성을 보여주면서 호응을 받기도 했다.


미래의 디자인, 미래의 자동차가 보여주는 디자인은 어쩌면 이상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또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목표 또한 대중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가치를 찾고 있는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결국 미래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이상적 모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 발견하느냐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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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본다면 자율주행차량이나 카 셰어링을 위한 차량 디자인의 감각적인 스타일링(styling)은 지금의 차량과 마찬가지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게 될 것이지만, 전체적인 구조를 반영한 디자인에서는 기능적 효율성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동차의 특성은 내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가장 큰 장점이자 자동차만이 가지는 아름다움의 근원이다. 그러한 자율성이 사라진 자동차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수도 있다. 결국 소유와 공유, 혹은 운전과 자율주행으로 양분되는 미래의 자동차 디자인 미학은 고효율과 고감성, 또는 이성과 직관 이라는 가치로 양극화 될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지는 고성능 슈퍼카가 오늘날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용되지 않듯이, 결국 자율주행자동차와 카 셰어링 역시 미래에 우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의 유형이 몇 개 더 늘어나는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로써 존재하게 될 것이다. 절대로 자동차는 정해진 몇 가지의 모습으로만 존재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글 :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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