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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지진과 자동차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7-11-20 07:09:03

본문

포항의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피해도 의외로 크다. 국가 고시와도 같은 수능조차 연기될 정도로 지진의 영향이 크다. 한반도는 지진에서는 안전하다고 하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느껴지는 게 요즘의 일이다. 작년의 경주 지진 이후 1년이 약간 지난 시점에서의 지진이어서 여진(餘震)으로 인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글 /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 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사실 우리나라의 이웃 일본은 지진이 거의 일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진은 사람들의 생활에서 많은 변화를 불러온다. 그 변화 중의 하나로 나타난 것이 자동차에서는 상자형 차체 디자인일 것이다. 많은 분들이 지진과 상자형 차량 디자인은 별개의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보건대 이 두 사실은 퍽 연관이 깊다.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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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메이커에서는 상자 형태를 가진 차체의 승용차가 많이 나온다. 대중적인 경승용차를 비롯해서 거의 중형급에 이르는 크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한 상자형 디자인을 가진 차량의 대표로 알려진 닛산 ‘큐브(Cube)’ 승용차는 이름 그대로 ‘상자’ 형태의 차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B-필러와 C-필러의 디자인도 좌우가 다르게 되어 있는데, 이것은 운전자의 뒤쪽 시야 확보에 유리하다고 한다. 게다가 이 비대칭의 C-필러는 운전석의 위치가 왼쪽이나 오른쪽에 따라 다르게 차체가 디자인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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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비자들을 위한 토요타의 별도 브랜드였던 ‘싸이언(Scion)’ 역시 상자형 승용차를 미국에서 출시해서 인기를 얻었었다. 상자형 차체를 가진 싸이언 ‘Xb’는 차체 폭으로는 우리나라의 준중형급 승용차와 거의 같지만, 높이는 1,600mm에 이르고 있어서 마치 소형 밴 같기도 하다.


대체적인 일본 제품들은 고밀도에 작고 앙증맞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정밀성을 요구하는 전자기기와 카메라 등과 같은 상품에서 일본이 매우 높은 수준의 품질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런데 일본 제품들의 이런 특징은 근본적으로는 일본의 지형과 주택의 구조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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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적인 주택의 바닥에는 ‘다타미(畳: tatami)’ 라고 불리는 일본식 돗자리를 볼 수 있다. 본래는 나무로 된 방바닥에 접을 수 있는 깔개를 깔았기 때문에 ‘접는다’는 뜻의 ‘たたむ[畳む]’에서 다타미 라는 명칭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다타미는 짚을 엮어서 그 위에 돗자리를 씌워 만든 일종의 두꺼운 깔개라고 할 수 있는데, 덥고 습도가 높은 일본의 기후를 견디기 위한 방편의 하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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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많은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의 지질학적 특성으로 인해, 집을 지을 때 주로 나무를 쓰게 되는데, 기둥과 기둥 사이 간격을 좁게 설정하고 거기에 다타미를 깐 구조를 가져서 지진으로 인한 붕괴를 줄이는 구조를 취하게 되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일본 주택은 건물의 폭이 좁고 작은 공간들로 구성된 특징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자연 환경 특성에서 유래한 주택 구조 때문에 기본적인 공간 단위가 작아지게 되고, 그러한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가운데 일본의 의식주 문화가 정착되었던 것이다. 이로써 사실상 모든 사물들이 좁은 공간에 놓여질 수 있도록 수직∙수평 형태에 고밀도를 가지게 되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일본 주택에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붙박이 벽장이 많으므로, 수납을 위해 작은 크기는 필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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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상자 형태의 사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당장 우리가 거의 날마다 들여다보는 TV가 그렇고,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오디오 등은 물론이고, 장롱과 책꽂이, 책상 등의 물건들은 일견 복잡한 형태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상자의 모양에서 변형되어 만들어진 것임을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들 대부분이 살고 있는 집과 아파트 역시 상자 모양이다. 이처럼 우리는 상자의 형태 속에서 상자 형태의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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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승용차 중에도 상자형 차량이 있다. 바로 ‘쏘울’과 ‘레이’가 그들이다.  사실 자동차의 주행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더 날렵한 유선형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한편으로 실내공간의 거주성을 높이기 위해서 공간은 가능한 한 상자 형태에 가까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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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형 자동차가 가지는 추상적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자동차가 단지 장소의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또 다른 생활의 공간으로 변화됨에 따라서, 보다 쾌적한 거주성을 위해 주택과도 같은 개념의 네모난 공간이 요구된다는 것과, 한편으로 유선형을 가진 대상에 대한 저항의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상 오늘날의 대도시에서 자동차는 교통체증으로 더 이상 빨리 달릴 수 없다. 그럼에도 유선형으로 차체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것은 굳어져버린 편견일 수도 있다.


기존의 자동차들이 가지고 있던 가치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이 어쩌면 상자형 자동차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원동력 이었을 지도 모른다. 상자형 자동차는 일본의 환경과 문화에서 유래된 것일 수 있지만, 조형적으로는 기존의 자동차 형태가 가진 유선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모습이기도 하며, 오늘날의 자동차가 가진 다양한 가치들 중의 하나를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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