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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기능적 디자인의 정점, 메르세데스-벤츠 유니목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7-12-01 10:54:54

본문

흔히 벤츠는 고급승용차만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실이다. 그렇지만 벤츠 브랜드는 승용차뿐 아니라 트럭도 만든다. 그런데 벤츠가 만드는 트럭들은 여느 트럭들과는 ‘클래스’가 다른 ‘고급’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트럭에서의 고급은 승용차에서의 고급과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럭셔리 라는 의미보다는 높은 등급의 기능과 성능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에 맞는 독특한 외형 디자인을 보여준다.

 

글 /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 운송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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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트럭들의 디자인은 별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정말로 남다른 디자인을 보여주는 트럭이 하나 있다. 그 남다른 트럭이 바로 유니목(Unimog) 이다. 그렇게 독특한 트럭이 필자의 학교 캠퍼스를 방문했다. 사실상 한눈에 보더라도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보통의(?) 트럭들과는 확연히 다른, 마치 외계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독특한 인상의 유니목은 종종 제설차량으로 우리들의 눈에 띄기도 한다. 그만큼 전천후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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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높은 성능을 가진 유니목의 역사는 놀랍게도 70년이 넘는다. 유니목이 처음 탄생한 1946년의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직후여서 식량난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이 위기는 오히려 농업용 다목적 차량을 개발하는 계기가 된다. 즉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자동차 형태의 농기계를 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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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 벤츠에서 항공기 엔진 개발 책임자로 오랫동안 일했던 알베르트 프리드리히(Albert Friedrich)는 바로 그 아이디어의 주인공이었다. 프리드리히가 계획을 세우고 실제의 개발을 실행시킨 인물은 하인리히 뢰슬러(Heinrich Röβler) 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새로운 ‘다목적 엔진구동 기계 프로젝트’는 1946년 10월 9일에 첫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져 시운전이 된다. 독특한 구조의 4륜 구동 차량 차대로 개발된 이 ‘기계’는 감자가 담긴 자루를 두 줄로 나란히 놓을 수 있도록 휠 트레드(wheel tread)를 1,270mm로 설정하는 등의 설계가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이 바로 농업용 기계로서의 성격이 강했음을 보여주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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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더욱 농업용 기계임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기계의 이름이다. ‘다목적 엔진구동 농기계’ 라는 이름의 독일어 ‘UNIversal-MOtor-Gerät’ 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 바로 유니목(Unimog)이었던 것이다. 이 이름을 지은 인물은 이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참여 했던 엔지니어 한스 차벨(Hans Zabel)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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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목의 디자인 감각은 철저한 기능주의, 즉 전반적인 독일의 제품과 차량에 공통적으로 내재하는, 장식을 배제하고 오로지 가장 효율적인 기능을 위한 형태와 구조를 취하는 디자인 개념을 보여준다. 그러한 디자인 감각에 의해 대부분의 형태들이 기하학적인 조형 요소들로 구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실내의 환기구의 구조에도 기하학적 나선형이 응용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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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으로 차량 디자인에서 앞모습을 구성하는 요소로 중요한 헤드램프의 디자인이 유니목에서는 그다지 높은 비중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지 몇 개의 작은 원형 렌즈로만 구성된 모습이다. 그 대신에 엄청난 크기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전면의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마치 트랙터 바퀴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휠과 둥근 휠 아치는 가장 원초적 형태의 기능적 디자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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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목은 차체가 거대하다. 운전석에 오르려면 마치 암벽 등반을 하듯 몇 단계의 계단을 딛고 올라서야 하는데, 운전석에서 본 시야는 마치 하늘을 나는 새가 지상을 내려다보는 조감도(鳥瞰圖, bird’s eye view)와도 같은 인상이다. 게다가 유니목은 차체가 1.2m 깊이의 물에 잠겨도 주행이 가능하고 차체가 좌우로 38도까지 기울어도 주행이 가능하다고 하니, 사실상 만능의 차량인 셈이다. 유니목은 자체적인 타이어 공기압력 조절장치를 가지고 있어서 모래 위를 주행할 때는 공기압을 낮추어 접지면적을 늘리고, 일반적인 도로에서는 다시 공기압을 높이는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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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개발될 때 ‘농촌용 다목적 기계’라는 목적으로 개발된 유니목은 첫 개발 이후 7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건강한(?) 기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1세기의 디지털 패러다임이 자동차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예측이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이야기가 돼 버린 요즘이지만, 아무리 자율주행차량이 도로 위를 스스로 움직이고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해도, 농촌에서는, 폭설이 쏟아진 재난 현장에서는 여전히 튼튼하고 막강한 성능을 가진 트럭이 필요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에는 유니목 같은 가장 기능적인 차량들은 아무리 다른 자동차들이 변한다고 해도 결코 변하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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