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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디자인요소로써 머플러와 테일 파이프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7-06-09 07:46:50

본문

모든 자동차에는 소음기(消音器)가 달려있다. 소음기 덕분에 우리는 자동차가 그다지 시끄러운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최근에 나오는 신형 승용차들은 고급 승용차가 아니더라도 실내에서는 거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엔진이나 차체의 설계가 훌륭하다. 물론 대형 트럭이나 버스는 좀 예외이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대형버스나 트럭에도 소음기는 달려있다. 소음기로 조용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소음기가 달려 있지 않은 엔진의 소리는 어느 정도 일까? 물론 그 소리를 직접 들어볼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간혹 소음기가 부식되어 터진 차들이 내는 ‘폭발음’ 같은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소리도 사실은 소음기가 완전히 제거된 소리는 아니다. 대개의 차들은 두 개의 소음기가 장착되는데, 두 개가 동시에 터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음기는 배기가스의 섭씨 600도 내외의 온도에 늘 접촉하고 있으므로, 온도에 의한 일종의 촉매작용으로 철의 산화(酸化)작용, 즉 녹이 매우 쉽게 슨다. 이러한 이유로 튜닝 부품으로 개발되는 머플러들은 모두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로 개발되고 있고, 고급 승용차와 최신형 차량들은 최초 설계단계부터 스테인리스 재질의 머플러를 장착하고 있다.

흔히 자동차의 소음기를 일반 정비업소에서는 ‘마후라’ 라고 부른다. 이것은 영어 단어 머플러(muffler)의 일본식 발음 “マフラ” 를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목에 두르는 목도리도 “마후라” 라고 부른다. 게다가 「빨간 마후라」라는 군가도 있듯이 목도리도 틀림없는 ‘마후라’이다.

머플러는 영어의 동사 “muffle” 의 명사형 단어이다. “muffle” 의 뜻을 찾아보면 “wrap or cover something for warmth of protection” 또는 “something make the sound of something quieter by wrapping it, covering it in cloth” 라고 되어있다. 의미상으로 보면 ‘소음기’ 와 ‘빨간마후라’ 는 모두 틀림없는 머플러이다. 그러나 두 대상은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판이하게 다르게 보인다. 영국 사람들은 모두 머플러라고 부르지만 미국 사람들은 자동차의 것을 사일렌서(silencer)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자동차 소음기는 그 구조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배기음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경지가 되면 거기에는 많은 기술이 요구될 것이다. 대개의 자동차용 가솔린 엔진은 10 : 1 내외의 압축비를 가지는데, 이것은 연소가스가 고압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엔진의 연소는 압축후의 폭발작용이므로 그것은 아무리 주먹크기의 작은 연소실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이라고 해도 틀림없는 폭발이다. 더구나 엔진의 상용(常用) 회전수인 2500 ~ 3000rpm정도의 영역에서는 4기통 4행정 엔진일 경우에 초당 폭발 횟수는 3000(1분당 회전수) ÷ 2(1사이클의 회전수) ÷ 60(1분) = 25회이다. 4개의 연소실에서 교대교대로 1초당 약 25회의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드럽고 조용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엔진의 내부에서는 이렇게 격렬한 폭발 작용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10기압 가량 되는 연소가스가 초당 25회 방출될 때 그 압력과 흐름의 속도와 소리를 점진적으로 완화시켜서 대기(1기압) 속으로 배출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머플러의 역할이다. 또한 배기가스에 포함된 유해성분을 정화시키기 위하여 머플러 내부에 백금(platinum)으로 만든 촉매(catalyst)를 장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백금 촉매는 물론이고 머플러도 차량의 바깥에서는 손쉽게 관찰되지는 않는다. 차체 아래쪽에 ‘숨겨서’ 장착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백금” 같은 귀금속으로 부품을 만들어 달았으니 그것은 좀 잘 보이게 붙여 놓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해서 필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머플러는 차량 뒤쪽에서 범퍼 아래로 등을 구부려서 보면 보이기는 한다. 그 모양은 대부분 커다란 큼직한 깡통처럼 생긴 모양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머플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런 ‘깡통’ 형태보다는 배기가스가 나오는 배출구(tail pipe)의 모양이다. 배출구는 물론 머플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같은 부품으로 취급되는 것이지만, 이 배출구는 머플러와는 약간 다른 성격을 가지는 대상이다. 특히 자동차 디자이너들에게는.

테일 파이프는 연소가스를 배출한다는 물리적 기능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부품이다. 테일 파이프의 직경은 그 차가 가진 엔진의 배기량에 따라 정해지는데, 배기량이 큰 엔진을 가진 차라면 테일 파이프는 물론이고 엔진에서부터 시작되는 모든 배기 계통의 파이프 직경이 커진다. 이것은 배기 효율과 관련이 있어서 배기 효율이 높다면 그만큼 엔진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으며 출력도 높아진다. 레이싱 머신들은 출력을 높이기 위하여 별도의 머플러를 설치하지 않고 배기 밸브에서 거의 직접적으로 배기 파이프를 빼낸다. 따라서 레이싱 머신들의 배기음은 그야말로 ‘천둥’ 소리이다. 자동차 경주장에 가 본 사람이라면 필자의 말을 수긍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배기의 속도를 빨리 하면 그만큼 출력은 높아지겠지만 소리는 커진다. 반대로 소리를 ‘조용히’ 하려면 배기 계통의 설계를 다소 복잡하게 하면 훨씬 조용히 배기 시킬 수 있지만 출력은 줄어든다. 결국 ‘소리’와 ‘출력’은 두 마리의 토끼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고안된 방법이 배기 파이프를 여러 갈래로 나누어 배기를 하는 것인데, 나누어지는 갈래의 수에 비례만큼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전체적인 배기 속도는 큰 변함이 없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페라리들은 대부분이 4개의 테일 파이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Enzo Ferrari)가 8기통 엔진을 가지지 않은 차는 페라리가 아니라는 고집에서 모두 8기통 엔진을 가진 이유이기도 하지만, 테일 파이프를 네 갈래로 나누어서 배기가스를 배출시킨다는 것은 소리와 출력의 두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네 개의 테일 파이프는 단지 ‘멋’ 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페라리는 결코 속삭이듯 조용한 차가 아니다. 페라리 특유의 야성미 있는 배기음 또한 페라리만의 멋이다. 우렁찬 소리이면서 약간의 금속성 고음이 섞인 페라리의 배기음은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드라이버들의 피를 끓게 하는 마력(魔力)이 있다. 그 소리는 유리창을 꾹꾹 닫아 들리지 않게 하고 싶은 소리가 아니라 운전자 뿐 아니라 다른 어느 누구에게든 어떻게 해서라도 들려주고 싶은 소리이다.

그 소리와 배기가스가 동시에 분출되는 테일 파이프는 페라리의 스포츠 성을 잘 대변해주는 상징이다. 선명하게 도금이 된 매끈한 원형의 파이프 네 개가 주는 이미지는 고르게 다듬어진 근육을 가진 보디빌더(body builder)에게서 받을 수 있는 건강함과 아름다움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카가 아닌 일반 세단에서도 네 개는 아니지만 깔끔하게 만든 한 개 또는 두 개의 테일 파이프를 볼 수 있다. 차분한 세단의 이미지에서 단정한 테일 파이프는 ‘출력’을 위해서가 아닌 ‘차분한’ 소리를 얻기 위해서 일 것이다. 마치 섬세한 음을 연주하는 클라리넷과도 같은 성격이 세단에서의 머플러의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31042_1.JPG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앞으로 우리가 만나볼지도 모를 전기자동차에는 테일 파이프가 없다. 아니 필요치 않다. 그런데 다행(?)히도 연료전지 자동차에는 테일 파이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연료전지 차량은 전기를 만들 때 부산물로 수증기가 나오는데, 그것을 배출시키기 위해서는 테일 파이프와 같은 구조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료전지 차량의 수증기는 배기가스처럼 뜨겁지는 않겠지만, 배출 파이프가 수분으로 인하여 녹이 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내연기관을 쓰는 차라고 할지라도 테일 파이프를 보이지 않게 설계해 버린다. 이전에는 뒤 범퍼의 아래쪽에서 크롬 빛으로 반짝이던 테일 파이프가 요즈음은 잘 보이지 않는 범퍼의 훨씬 안쪽에서 지면을 향해 구부려 설계되고 있는 추세이다. 테일 파이프를 '숨겨서' 설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공해’의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 이다. 사실 내연기관의 배기가스가 인체에 유해한 이유로 테일 파이프는 공해를 배출하는 ‘악역’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없이는 엔진이 움직일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힘이 센 사람들 모두가 ‘나쁜’ 사람이 아니듯 깔끔하고 샤프한 테일 파이프는 건강한 자동차의 상징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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