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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보조범퍼의 장착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7-06-16 00:25:01

본문

어느 나라에 가든지 도로가 잘 정비된 나라에는 모두 나름대로의 체계를 가진 고속도로가 있다. 고속도로의 목적은 장거리를 빠르면서도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한 ‘자동차 전용도로’ 이다. 물론 빠른 속도가 전재된 조건에서는 항상 사고의 가능성이 일상적인 상황에서보다 휠씬 높으므로 ‘안전’ 이라는 개념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각국의 고속도로의 법규는 그 나라의 지형과 교통환경, 도시간의 거리, 국민의식 등 무수한 요인들에 의하여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지만, 그들을 크게 나누어 본다면 속도제한이 있는 고속도로와 속도제한이 없는 고속도로로 나누어볼 수 있다. 속도제한이 있는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고속도로이며, 속도제한이 없는 고속도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을 들 수 있다. 아우토반은 속도제한이 없으나 그렇다고 하여 무한정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국민들이 모두 고성능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아니므로 무턱대고 몰아 부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우토반에는 차선(lane)에 따라 자연스럽게 속도가 정해진다. 가장 안쪽차선에는 소위 말하는 고급의 고성능 차들이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포르쉐(Porsche)나 벤츠, BMW 등이 여기를 무리 없이 상당히 빠르게 달리고, 그 다음 차선에는 나름대로 충실한 성능을 가진 아우디(Audi)나 오펠(Opel)의 중형급 이상의 승용차들이 사뭇 빠른 속도로 달린다. 가장 바깥쪽 차선에는 소형승용차들이나 노령의 운전자들이 달린다.

고속에서 차량에 요구되는 것은 튼튼한 현가장치에 의한 정확한 코너링 성능 그리고 필요할 경우 강력한 제동성능 등 일 것이다. 사실상 시속 200km 내외의 속도에서 실내가 얼마나 조용한지 그리고 라디오의 음질이 어떤가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고속 코너링에서 운전자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홀딩이 좋은 시트와 주행 중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조작이 가능한 계기판, 그리고 스타일의 개성보다는 실질적인 공기저항 감소가 가능한 차체의 형태가 요구될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독일에서 개발된 차들은 공통적으로 고속주행성이 높고 견고하며, 부드러운 승차감 보다는 고속에서 안정적인 승차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들이 바로 아우토반에서의 주행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아우토반은 숲 속을 지나가는 경우도 많아서 도로상에 들고양이나 오소리 같은 동물들이 출몰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독일 교통당국은 이처럼 도로상에 야생동물들이 나타나더라도 운전자들에게는 ‘그냥’ 지나가도록 권유한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동물들을 피하려다 자칫 대형 교통사고가 유발되면 인명이 희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량 개발 과정에서는 이렇게 갑자기 ‘출몰’하는 동물들을 피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지도록 하는데, 일정 속도 이상에서 급 코너링 성능을 시험하는 엘크 테스트(elk test)가 그것이다. 그런데 벤츠사가 개발하던 소형 승용차는 엘크 테스트에서 전도(顚倒)되기도 했었는데, 벤츠사는 타이어의 폭을 늘리고 서스펜션을 보강해서 이 문제점을 시급히 보완했다.

그러나 야생동물들의 몸집이 큰 경우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과의 충돌은 때로는 심각한 2차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것은 몸집이 큰 야생동물들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거나 차체를 파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야가 가려질 경우에는 운전자는 당황하게 되어 급 차선 변경이나 급 제동으로 다른 연쇄 추돌 사고를 야기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엘크 테스트는 문자 그대로 사슴과 같은 동물들이 갑자기 도로 상에 나타났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그런데 특히 호주(濠洲 ; Australia)에서는 캥거루(kangaroo)와 같은 몸집이 비교적 큰 직립보행(直立步行) 동물들이 시내외곽지역 도로에서 주행 중인 차의 불빛을 보고 달려들어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 이와 같은 동물과의 충돌은 2차 사고의 유발은 물론이고 차량의 파손 또한 매우 심각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갑작스러운 동물들과의 사고 시에 사고의 확대와 다른 사고로의 연결을 막기 위해 시골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레저용 차량에 설치되기 시작한 것이 캥거루 범퍼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주로 외관상 강력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심에서 운행되는 4륜구동 차량들도 거의 대부분 달고 다닌다.

실험에 의하면 철제 범퍼보호대가 달린 차량에 의한 보행자 사고가 났을 경우의 상해지수는 범퍼보호대가 없는 차량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한 부상으로 그칠 수 있는 사고가 부적절한 캥거루 범퍼로 인해 영구장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의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레저용 차량의 41%인 약 60만대 이상이 캥거루 범퍼, 또는 그와 유사한 보조범퍼를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모든 보조범퍼가 위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메이커에서 차량개발단계에서 여러 차례의 충돌실험을 거쳐 개발되어 차체구조에 적합하게 장착된 보조범퍼의 경우에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완충구조와 그에 알맞는 재질로 제작되어 있다. 그러나 튜닝 부품으로 판매되는 상당수의 보조범퍼들은 외관미의 부각에만 치중하여 규정에 맞지 않는 등화장치(燈火裝置)를 부착하거나 또는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지고 있고, 충격에도 변형되지 않아 오히려 사고 시 피해가 확대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보조범퍼는 물론이고 모든 차량에 설치되어 있는 범퍼(bumper)는 문자 그대로 충격을 흡수하거나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부품이다.

31058_12.jpg범퍼의 구조와 재료는 매우 다양하지만, 최근의 차량들에서의 범퍼재료는 대부분 폴리우레탄(poly-urethane)이나 폴리프로필렌(poly-prophilen), 폴리에틸렌(poly-ethilen) 등의 재활용이 가능한 연질 플라스틱이다. 이들 재료들은 자체의 탄성(彈性)으로 충격을 흡수하거나 일정 세기 이상의 충격에서는 변형되거나 구부러져 충격 에너지를 분산시키도록 되어있다. 또한 캥거루 범퍼와 같이 특별한 목적에 의해 제작된 보조범퍼라고 하더라도 알맞은 강성을 가지는 합성수지, 또는 강관(鋼管)을 사용한 것이어야 한다. 만약 범퍼 자체의 강성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 외부로부터의 에너지에 변형되지 않아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그 충격은 그대로 차체에 전달되어 차량의 파손은 물론이고 탑승자의 부상으로까지 연결된다. 그러므로 외관미 보다는 알맞은 강성을 가지는 범퍼의 장착은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는 사용 환경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그 영향은 기후나 기타 지리적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겠으나, 보다 더 큰 요인은 그 차량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성과 아울러서 그 차량이 사용되는 지역(국가)의 교통법규와 교통문화 등 사회적인 요인들에게서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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