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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난세에 새로운 패자(覇者)가 나올까?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8-08-22 09:23:03

본문

2018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브랜드는 두말할 것 없이 BMW일 것이다. 게다가 작년에는 아우디와 폭스바겐도 이른바 디젤 게이트로 이목이 집중됐었다. 독일 브랜드에 대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요즘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기술의 강자, 아니 거의 절대적인 기술 패권(覇權)을 가지고 있던 독일 브랜드에게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없었다. 절대우위의 패권을 가진 메이커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 아니, 절대우위의 패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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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눈을 돌리면 지금 G2의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그리고 그들 틈새에 통일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우리나라가 있다. 자동차 이야기가 아닌 정치 상황이지만, 자동차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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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자동차시장은 이제 볼륨 면에서는 미국을 능가해 세계 최대규모로 커져 있다. 중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2,100만 대 가량이고, 우리나라 전체 차량 보유 대수가 2,100만 대 이니, 중국에서는 매년 우리나라가 하나씩 생겨나는 꼴이다. 그러는 한편으로 미국 시장은 여전히 우리에겐 가장 큰 단일 수출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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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생산량 기준으로 2005년에 처음으로 글로벌 5위로가 된 이후 10년간 5위를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7위까지로 내려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를 보유한 이탈리아는 생산량 기준으로 10위권에 들지 못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이탈리아 자동산업의 영향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탈리아는 또 다른 기준에서 패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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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되는 미국의 보호무역과 급격한 중국의 성장과 추격, 그리고 통일 후의 내수 자동차시장과 산업을 대비하면서도 또 다른 도약이 필요한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은 지금 난세(亂世)에 처해 있음이 틀림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은 어떤 자세로 미래를 대비해야 할까? 제네시스는 그런 전략 중 하나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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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일본이 렉서스를 내놓은 것 역시 도약의 움직임이었다.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 이후 효율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시장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일본 자동차는 1980년대부터 하이 터치(Hi-touch)라고 불리는 감각적 디자인을 앞세워 판매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전성기에 들어서기 시작할 즈음 렉서스를 필두로 고급 브랜드를 출범시킨다. 그러나 고급승용차는 품질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며 초기에 일본제 고급승용차를 인정하는 시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렉서스 등장 이후 일본 자동차의 위상은 달라졌다. 이는 마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변방 국가였던 초(楚)나라의 초장왕이 주(周)나라 왕실에 군사를 이끌고 와 옛날 하(夏)나라 우(禹)왕이 만들었다는 전설 속의 다리가 아홉 달린 거대한 솥인 구정(九鼎)이 얼마나 큰지 보러 왔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손에 넣으면 대륙의 패권을 쥐게 된다는 전설의 솥을 보여달라 함은 패권에 대한 도전 내지는 무력 시위이다. 이후로 초나라는 남만(南蠻)의 변방 국가가 아닌 중원의 일원으로 평가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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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패권을 가진 독일 브랜드들의 혼란, 그리고 거대 시장을 가진 중국의 부상, 여기에 이제 세단을 만들지 않겠다는 미국의 자동차산업과 아울러 더욱 위상을 높여가는 일본의 자동차산업, 그리고 인도 등 신흥 자동차산업국가의 성장 등 지금의 국내외 자동차산업은 틀림 없는 난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난세는 새로운 패자(覇者)를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기술력만으로 패자가 될 수 없음을 목도하는 것이 요즈음이고, 경제성 또한 기준이 될 수 없음이 세단을 만들지 않겠다는 미국의 모습이다. 품질을 바탕으로 한 감각적 디자인의 일본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무장한 이탈리아는 저들의 방법으로 패권을 거머쥐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새로운 패권은 무엇일까? 품질이나 디자인도 아닐지 모른다. 기존의 패권자들을 쉽게 앞설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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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을 업으로 삼아왔고, 그것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는 국제정세나 경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와 자동차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금융대란이나 디젤 게이트의 원인은 어느 역사학자의 말대로 국가나 기업들에게 ‘세계’만 있고 ‘천하’가 없는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피부에 와 닿는다. 그는 ‘천하’는 민심을 얻는 것이며, 그를 통해 적군조차도 벗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패권을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보면서 역사학자의 지적은 공감되는 면이 없지 않다.


필자는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지금 수 천대의 BMW차량들이 안전점검을 위해 기나긴 순서를 기다리며 운행제한을 받고 있을 때, 현대자동차가 전격적으로 나서서 그걸 도와준다면, 초장왕의 구정(九鼎)을 보여달라는 시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방법으로 ‘천하’를 얻는 일이 될지 모른다. 이건 표면적으로 경쟁기업을 돕는 이적행위(?) 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를 통해 이 난세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당당한 중원의 또 다른 패자(覇者)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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