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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미래의 페라리는 어떤 디자인일까?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9-08-01 12:05:19

본문

1947년에 엔초 페라리(Enzo Ferrari; 1898~1988)에 의해 창업된 페라리의 역사는 이제 72년에 이르고 있다. 사람 나이 고희(古稀)에 비유해도 될 법한 긴 역사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18년 앞서 1929년 11월에 엔초는 F1 경주팀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를 만든다. 그 역사가 올해로 90년이니, 거의 전체 자동차의 역사와 비슷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페라리 자동차 회사보다 경주팀이 먼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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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데리아 페라리 팀은 초기에는 알파로메오의 차량을 가지고 경주에 참가했지만, 1939년부터는 직접 차량을 제작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런 이유에서 자동차 회사 페라리의 시작이 늦은 것이다. 1947년에 첫 차량 125 S를 만든 이후로 페라리는 경주용 차량과 아울러 일반 도로 주행용 차량, 즉 시판용 차량을 제작하게 되는데, 그것은 재정적 이유에서였다. 사실 엔초는 처음에는 경주차 이외의 시판용 차량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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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주용 차량은 기술개발만 생각해도 됐지만, 시판용 차량을 개발하면서는 차체 디자인까지도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중 하나였던 피닌파리나(Pininfarina)에 의뢰하게 되는데, 이로써 1951년부터 2013년까지 62년 동안 페라리의 차체 디자인이 피닌파리나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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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의 창업자의 손자 세르지오 피닌파리나(Sergio Pininfarina)가 운영하던 피닌파리나는 2012년에 그가 사망하기까지 페라리와 깊은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그리하여 거의 모든 페라리 차량들은 차체 측면에 피닌파리나 엠블럼을 붙였었다. ‘피닌파리나’ 라는 회사명은 창업자 피닌 파리나(Pinin Farina)의 이름을 연결해 쓴 것으로 본래 피닌(Pinin)이 이름이고, 파리나(Farina)가 성(姓)이었는데, 자동차산업에 대한 공로를 이탈리아 정부가 인정해 ‘피닌파리나(Pininfarina)’ 라는 연결된 이름 전체를 이들 가문의 성(姓)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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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08년 전후부터 페라리는 자체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피닌파리나가 이 시기를 즈음해 부도가 나기도 하는 등의 운영 불안정이 계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적인 슈퍼카 메이커가 60년 가까이 자체에 스타일링 스튜디오가 없었다는 점이 한편으로 놀랍기도 하지만, 설립자 엔초 페라리가 오로지 엔진 성능에만 집중했기에 나타난 현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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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페라리와 피닌파리나의 오랜 동안의 디자인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Leonardo Fioravanti; 1938~)를 거론할 수 있는데, 그것은 그가 피닌파리나에 입사한 1964년 이후부터 대부분의 페라리가 그의 손을 거쳐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이 인물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는 또 다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Giorgrtto Giugiaro; 1938~)와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 1938~) 등과 함께 이탈리아의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불린다. 이들 세 사람 모두가 1938년생 이며, 현재는 80대의 노인들이 됐지만 이들은 20세기 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인을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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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쥬지아로와 간디니는 세계적으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도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피오라반티는 그렇지는 않다. 그것은 그가 피닌파리나에 속해 있으면서 피닌파리나의 이름으로 디자인을 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밀라노 폴리테크닉(Polytechnics di Milano)에서 공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피닌파리나에 근무하면서 피닌파리나의 연구소장까지 역임했다. 그는 특히 공기역학과 차체 설계의 전문가였으며, 그런 이유에서 차체 스타일링 개발도 직접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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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닌파리나 디자인의 페라리 중 공식적으로 피오라반티의 손을 거친 디자인은 1968년에 등장한 디노(Dino)를 시작으로 1984년의 288GTO와 테스타로사를 비롯해 1987년의 페라리 F40 등 모두 14종에 이르고 있다. 실질적으로 페라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대표적 모델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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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디자인한 차량들 중 디노(Dino)는 페라리 모델들 중 유일하게 6기통 엔진을 써서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가 페라리의 이름을 허락하지 않았던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후드에는 페라리 엠블럼 대신 ‘Dino’ 라는 배지가 붙어 있다. 그런 이유로 디노가 피닌파리나의 디자인이 아니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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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02년에 등장한 모델 페라리 엔초는 피닌파리나의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차체에 볼륨감이 빈약한 홀쭉한 인상인데, 피오라반티가 은퇴한 이후에 피닌파리나의 수석이었던 일본인 디자이너 켄 오쿠야마(Ken Okuyama)가 손을 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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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피닌파리나의 엠블럼이 붙은 마지막 페라리 모델은 2009년에 등장한 ‘458이탈리아’ 로서, 그 시기에는 이미 페라리 소속의 스타일링 디자이너가 있었지만, 피닌파리나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두 업체가 협업해서 디자인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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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비로소 피닌파리나와의 협업 체제를 종료한 뒤에 폭스바겐에서 영입한 이탈리아 태생 디자이너 플라비오 만조니(Flavio Manzoni)를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해 페라리 디자인 스튜디오가 독자적 디자인 한 모델이 2014년에 발표된 라 페라리와, F12TRS, 최신형 F8 등이다. 이 차량들은 다양한 방향성의 조형요소를 활용한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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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피오라반티 디자인의 페라리 차체 디자인에서는 차체의 앞 뒤로 이어지는 하나의 직선이 기준선처럼 존재하고, 그 위에 역동적 볼륨이 만들어지는 조형 방법으로 ‘달리는 조각품(moving sculpture)’ 이라고까지 불리며 페라리만의 개성을 보여주었었다. 그러나 플라비오 만조니에 의해 디자인 된 라 페라리, F12TRS, F8, 그리고 SF90 스트라달레 등을 보면 이전의 페라리와는 다른 조형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피닌파리나 디자인시대’ 와 ‘페라리 자체 디자인시대’의 페라리 디자인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향후에 그러한 특징은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의 페라리는 어떤 모습일까? 게다가 페라리는 향후에 SUV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정말로 이제 세계의 모든 럭셔리 카와 슈퍼카 브랜드가 모두 SUV를 만들게 됐으니, SUV 전성시대가 틀림 없기는 하다.


아마도 미래의 페라리는 디지털 기술을 가장 많이 적용한 슈퍼카가 될지 모른다. 바라건대 새 시대의 페라리는 자율주행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안전하게 고성능을 즐길 수 있는 슈퍼카가 됐으면 한다. 여기에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차체 디자인을 가져서 모두를 가슴 설레게 하는 ‘페라리다움’을 변함없이 가진 모습으로 달려오기를 기대해본다.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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