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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미래의 코란도에 대한 상상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9-08-08 09:34:27

본문

전동화와 디지털 기술에 의한 자율주행과 차량공유가 미래의 자동차산업과 사람들의 자동차 이용 형태를 바꿀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제 당연한 게 돼 버린 시대이다. 게다가 ‘혼족’, ‘혼라이프’ 같은 신조어도 등장했으며, 그런 계층들을 위한 소형 SUV도 등장하고 있다. 늘 그렇지만 미래의 모습은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무리 가능성 높은 예측이라고 해도 그대로 되리란 법도 없고, 가 봐야 알 수 있는 일들이다. 그래서 미래가 더욱 궁금한 건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우리들의 생활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누군가는 계속 현실적인 차를 만들고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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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을 강조하는 추세라고 해도 승용차에 비해 연비도 안 좋은 SUV가 많이 팔리는 건 이전보다 사람들이 비포장도로에 더 많이 가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오늘의 소비자들은 4륜구동기능이 필요해서 SUV를 사는 것이 아니라, SUV의 이미지를 소비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추어 자동차 메이커들은 다양한 SUV를 개발한다. 만약 미래의 자동차가 환경보호만을 위해서 발전돼 간다면, 우리들의 카 라이프는 재미 없어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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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프 브랜드의 역사가 2019년을 기준으로 74년을 넘어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국산 SUV 코란도를 만들어 온 쌍용자동차-물론 ‘신진지프’에서 비롯됐지만-의 역사도 1974년부터라고 본다면 45년이 넘는다. 결코 짧지 않은 역사다. 그리고 쌍용자동차의 변화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티볼리로 팔리는 모델을 인도에서 쌍용의 새로운 파트너-쌍용을 인수했으니 파트너라고 하기 어려울지는 모르지만-마힌드라(Mahindra)가 약간 디자인을 손 봐서 XUV300 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수정된 디자인에는 그릴과 휠 아치, 펜더 등이 포함돼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 같은 부분은 인도 소비자들의 취향을 따른 것이겠지만, 휠 아치와 펜더는 필자 개인적으로는 티볼리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완성도가 아쉬웠던 부분인데, 마힌드라가 결국 그 부분에 손을 댔다. 보는 눈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티볼리는 이제 국제적인 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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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쌍용자동차의 대표적인 제품은 단연코 코란도 일 것이다. 이처럼 국산 SUV의 대명사가 돼 버린 코란도의 기원은 미국 AMC로부터 라이선스 생산한 CJ-6에서부터이다. 그런데 AMC가 1978년에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철수하면서-오늘날 일본과의 무역 갈등과 조금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불가피하게 ‘지프’ 대신 ‘코란도’(KORANDO; Korean can do가 가장 유력한 근거다)라는 이름으로 지프의 변형 모델로 국산 차량을 만들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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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96년에 뉴 코란도가 나오는데, 각이 선 구형 코란도의 이미지를 계승하면서도 좀 더 모던하지만, 본래의 코란도가 가지고 있던 4륜구동 차량의 하드코어적 이미지를 간직한 독특한 도시형 디자인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 뒤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뉴 코란도는 한국의 청장년 소비자들의 드림 카 였고, 자유를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과도 같았다. 물론 프레임 구조를 기반으로 해서 연비도 좋지 않았고 가속도 더뎠지만, 뉴 코란도는 히트 상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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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코란도 라는 이름은 2011년에 등장한 ‘코란도C’에게 넘어간다. 프레임 구조의 4륜구동 차량보다는 부드럽고 운전하기 편한 크로스오버 차량을 요구하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었지만, 코란도C는 이름 이외에는 선대 코란도의 이미지를 계승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트렌드에 맞춘 나긋나긋한 디자인의 도시형 차량 티볼리가 등장하면서 코란도 라는 이름은 잊혀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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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얼마 전 쌍용은 다시 코란도라는 이름의 차를 내놨지만, 티볼리와 패밀리 룩(?)의 디자인으로 나와서 본래의 쌍용 코란도의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어졌다. 이럴 요량이라면 처음부터 ‘코란도C’ 라는 이름 대신에 티볼리 시리즈로 나왔더라면 크로스오버 콘셉트의 티볼리 역시 나름의 역사를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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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지프(Jeep) 브랜드 역시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고, 컴패스와 레니게이드 등 시대의 추세에 맞춘 크로스오버 차종도 많지만, 오리지널 모델 랭글러는 다른 어떤 차종과도 구분되는 명확한 고유성을 지키고 있다. 랭글러는 지프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아이콘 같은 존재이고, 그것을 위한 고유의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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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4륜구동 차량을 만들어 온 쌍용자동차의 한결같음을 필자는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건 정말 쉽지 않은 것이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메이커의 역사이다. 그래서 시대가 바뀌더라도 독자 모델 뉴 코란도가 보여줬던 고유의 이미지를 유지해주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데 히트 상품이라는 이유로 티볼리의 디자인으로 쌍용의 차들이 똑같아지는 건 전체 제품의 다양성이나 잠재력을 스스로 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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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 않은 미래에 혼족들을 위한 2-door, 혹은 3-door 형태로 새로운 디자인의 코란도가 다시 나오게 된다면, 본래의 코란도가 가지고 있던 아이콘적 특징은 유지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게 바로 브랜드의 역사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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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어도 지프 브랜드가 유지해오는 디자인이 있듯이, 코란도 역시 그래야 한다. 쌍용의 역사성보다는 트렌드에 맞추어 개발된 티볼리의 디자인으로 모든 쌍용 차들의 이미지를 통일하는 건 올바른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략이라고 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물론 티볼리나 렉스턴 등의 모델들은 시대 별로 변화하는 다양한 가치를 폭 넓은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보여줘야 하지만, 코란도만은 지켜나가야 한다. 그게 바로 브랜드와 제품의 역사이며 아이덴티티 인 것이다. 마힌드라가 마음대로 바꾸어버리는 티볼리의 디자인이 쌍용의 아이덴티티를 대표할 수 있을까?

 

글 / 구상 (자동차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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