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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페라리 SF90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9-08-16 09:26:44

본문

페라리에서 F1레이싱 팀(Scuderia Ferrari) 설립 9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의 ‘SF90’이라는 이름으로, F1머신을 연상시키는 후드 캐릭터 라인을 가진 차량을 내놓았다. 이 차량은 페라리 최초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한다. 후드의 페라리 배지 이외에 양쪽 앞 펜더에도 방패형태의 스쿠데리아 페라리 배지도 붙어 있는데, 사실 자세히 보면 모든 페라리 모델들이 방패 배지를 붙이고 있는 건 아니다. 레이싱 머신 개념이 들어간 페라리에만 그걸 붙인다. 이를테면 테스타로사나 348같은 모델들은 방패 배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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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SF90은 레이싱 머신은 아니어서, 운전석과 조수석으로 구성된 폭이 넓은 캐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로나 길 등을 뜻하는 이탈리아 어 스트라달레(Stradale)라는 이름을 붙여서 구분해 모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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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90은 페라리의 첫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던 2014년형 라 페라리 등장 이후로는 플러그 충전식 하이브리드 차량으로는 첫 모델이니, 전동화에 따른 페라리 디자인 변화를 볼 수 있다. SF90의 앞 모습은 슬림한 헤드램프가 눈에 들어오지만, 양쪽의 헤드램프 아래에 흰색으로 그어진 세 줄이 어느 스포츠용품 브랜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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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전체 차량의 이미지는 지금은 인도 타타자동차에 인수된 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인 전문 기업 피닌파리나(Pininfarina)가 최근에 발표한 EV 슈퍼카 바티스타(Battista)와 얼핏 닮아 있다. 피닌파리나는 1950년대부터 2010년까지 60여 년동안 페라리를 도맡아 디자인 했던 이탈리아의 역사 깊은 카로체리아 이지만, 타타자동차 소속이 된 지금은 페라리를 디자인하지 않는다. 페라리는 2010년부터 자체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두 모델이 닮아 보이는 건 오랜 기간 함께 한 두 업체 간의 기술적 관련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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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90의 차체 비례는 미드십(mid-ship) 구조 페라리의 전형(典型) 그대로인데, SF90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페라리의 상징과도 같은 8기통 엔진을 탑재하면서 거기에 추가로 3개의 모터를 연결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한 다른 미드십 페라리들처럼 뒤쪽 유리창을 통해 엔진이 보이도록 디자인 했다. 이건 노출된 엔진을 디자인 요소의 하나로 활용하는 모터사이클과도 비슷한 디자인 기법인데, 엔진 성능을 중시하는 페라리만의 특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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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SF90의 뒷모습은 변화가 자못 크다. 엔진 커버와 나누어져 있는 뒤 유리는 마치 방공호의 경계용 창문(?) 만큼 슬림하고, 페라리의 전형과도 같았던 원형의 테일 램프 대신에 둥그스름한 LED 사각형 네 개가 배치돼 시대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중앙에 자리잡은 두 개의 원형 크롬 배기 파이프는 본래의 페라리의 원형 테일 램프를 상기시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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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적인 SF90의 차체 조형 언어는 그 동안 보아온 페라리들과는 사뭇 다른데, 부드러운 곡면을 넓게 쓰면서도 차체와 유리창을 구획하는 경계선은 간결한 기하학적 곡선이면서도 경직된 기계적 곡선은 아니다. 부드럽지만 탄력이 들어간 선으로, 검은색 지붕과 엔진 커버 유리창을 마치 차체에서 잘라내듯 구획했다. 새로운 페라리 디자인 센터의 수장 플라비오 만조니(Flavio Manzoni)의 개성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폭스바겐 출신 디자이너이면서 건축학 전공의 배경을 가졌기에, 수학적 조형 추구의 특성이 나타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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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도 이러한 조형 성향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등의 형태에는 부드러운 곡면이 쓰였으면서도 각각의 형태를 구획한 선은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선-분명히 언어적으로는 모순(矛盾)이지만 형태에서는 조화가 된다-을 썼다. 여기에 가죽과 스웨이드를 쓴 패널 류의 질감과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판, 터치 방식 인터페이스 등으로 새로운 페라리의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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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페라리에서 변화되지 않은 것은 오디오가 없거나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대체로 페라리 특유의 8기통 엔진은 시동을 걸면 엔진 소리 때문에 사실상 실내에서의 음악감상(?)은 어렵다. 아니, 페라리의 엔진 소리가 그 어떤 음악보다도 아름다워서 다른 음악을 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지 모른다(페라리 애호가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물론 신형 SF90 스트라달레는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소음이 거의 없는 드라이브 모드가 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센터 페시아에서는 오디오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비중으로 설계했다. 페라리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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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SF90 스트라달레는 페라리의 달라진 모습과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전동화의 시대에 기술적으로나 조형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페라리 본래의 역동성은 변함 없을 것이다. 어쩌면 페라리 애호가들은 미래의 페라리에게서 극단적 변화를 원치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창의적인 차체 디자인은 크게 열망할 지도 모른다. 그걸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새로운 페라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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