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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최초 고유 모델의 오마주, 현대 45 콘셉트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9-09-24 12:45:30

본문

현대자동차가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 내놓은 전기 동력 콘셉트 카 ‘45’는 1974년에 현대자동차가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했던 포니 쿠페 콘셉트 카의 4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45년 전에 현대자동차는 포니 쿠페 콘셉트 카와 고유 모델 양산형 포니 승용차를 내놓는 등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를 가진 ‘45’ 라는 이름의 콘셉트 카는 샤프한 모서리를 강조한 차체 형태에 사선형 캐릭터 라인을 특징으로 하면서 디지털적 이미지도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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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인상의 앞 범퍼와 슬림한 틈새(?) 사이로 자리잡은 LED 헤드램프와 테일 램프의 모습은 미래지향적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뒤 유리와 트렁크 리드가 하나로 이어진 이른바 패스트 백(fast back) 형태가 바로 포니 쿠페 콘셉트 카와 양산형 포니 승용차의 차체 디자인 특징이다. 그 두 차종을 오마주(homage)하면서 현대자동차 브랜드의 역사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자동차 개발 역사도 반 백 년이 되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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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도와 멕시코 등 신흥 자동차 공업 국가들로 인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량 순위가 7위가 됐지만,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동안 자동차 생산량에서 글로벌 5위를 유지했다. 물론 생산량 자체는 절대적 척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과 같은 자동차산업 선진국들이 글로벌 생산량 10위권 밖에 있으므로, 단지 우리나라가 7위라고 해서 5, 6위 국가들보다 자동차 기술이 뒤져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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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에 등장한 포니 쿠페 콘셉트와 양산형 포니 승용차는 이탈리아의 거장 자동차 디자이너 죠르제토 쥬지아로(Giorgetto Giugiaro; 1938~)에 의해 디자인되었다. 포니의 등장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열 여섯 번째로 고유 모델을 개발한 나라가 됐던 것이다. 비록 엔진과 변속기는 일본 기술이었고, 차체 디자인은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했지만, 우리 기업이 주도해 개발한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고유 모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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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고유 모델 포니의 개발 이후에 1990년대부터는 기아자동차와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대부분의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이 고유 모델 개발에 나서게 되는데, 각 기업 별로 엔진과 변속기 등의 개발을 위해 일본으로부터 부품이나 설계 기술 도입 등이 상당 기간 동안 이루어졌지만, 차량의 내/외장 디자인 개발만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사례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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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은 고유 모델의 디자인 개발 시에 주로 이탈리아와 영국 등 서유럽의 자동차 디자인 전문 업체와의 협업을 했었고, 일본 디자인 업체와의 협업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디자인은 일본의 영향보다는, 본고장 유럽 디자인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해서 나름의 조형성과 독자성을 키워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일본과의 상황을 보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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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 포니 승용차의 크기는 전장 3,970mm에 휠베이스 2,340mm, 전폭 1,558mm, 전고 1,360mm로,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B 세그먼트 승용차에 가까운 크기이다. 그렇지만 포니는 그 당시의 한국 사회에서 가족용 승용차이기도 했고, 기사를 두고 타는 이른바 ‘사장님의 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했으며, 많은 가장들에게 ‘자가용의 꿈’을 심어준 드림 카 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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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에서 포니 승용차는 그 시대를 살았던 한국인들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 차량이었다. 동시에 현대자동차의 오늘날이 있게 한 고유모델 개발 역사의 시작 과도 같은 차량이다. 콘셉트 카 ‘45’ 라는 이름은 바로 그런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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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콘셉트 카 45는 포니 쿠페 콘셉트를 모티브로 한 것인지, 아니면 양산형 포니 승용차를 모티브로 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차체 측면 이미지에서 C-필러의 경사와 두 개의 측면 출입문을 가진 것, 그리고 뒤 유리 양쪽에 각각 두 개씩 붙은 가느다란 스포일러 형태 등을 보면 콘셉트 카 보다는 양산형 포니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LED를 쓴 네모난 형태의 네 개의 사각형 헤드 램프와 테일 램프는 오리지널 포니를 떠올리게 하는 조형 요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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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필자가 볼 때 양산형 포니에서 정말로 인상적인 부분은 C-필러의 디자인이다. 특히 뒷문의 쿼터 글래스 윗부분의 삼각형 조형이 지붕과 만나는 건축적 구성, 그리고 도어 섀시(door sash)가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크게 라운드를 그리는 디자인은 가히 모던한 기하학적 조형의 백미(白眉)라고 할 법하다. 마치 오늘날 BMW의 C-필러에서 볼 수 있는 호프마이스터 커브와도 비슷하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로 놀라운 점은 1975년의 BMW 차량에는 저 정도의 드라마틱한 커브가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 저 정도의 과감한 커브는 포니가 유일했다. 그런 점에서 콘셉트 카 45에서 저러한 드라마틱한 C-필러 디자인을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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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듯이 45년 전의 포니가 보여준 기하학적 스타일이 오늘날의 디지털적 이미지로 다시 옷을 입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복고라기보다는 새시대의 기술을 반영한 재해석이라고 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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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한편으로 오리지널 포니의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면서 오늘날의 기술을 도입한 전기동력의 포니 승용차가 포니 탄생 50주년이 되는 2026년에 나오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본다. 포니와 함께 살았던 그 당시의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포니는 영원한 드림 카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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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상 (자동차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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