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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벤츠의 대형 SUV, 2020년형 GLS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19-10-14 09:56:32

본문

우리나라에서 요즘처럼 대형 SUV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때가 있었을까? 문득 1993년에 쌍용자동차에서 무쏘를 처음 내놓았을 때가 떠오른다. 무쏘는 현재의 싼타페 정도의 크기였지만, 당시에는 가장 큰 차체의 SUV였고, 가솔린 모델은 직렬 6기통 3,200cc 벤츠 엔진을 탑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고급 SUV로 받아들여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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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솔린 엔진 무쏘는 부의 상징이었다. 벤츠의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대중적인 것이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주문이 밀려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정도의 판매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었다. 그렇지만 요즘 같은 대형 SUV에 대한 높은 인기는 차량의 가격 대나 유지비, 주차 편의성 등과 같은 논리적 기준들만 가지고 봤을 때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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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승용차보다 SUV에 더 선호도가 높아지는 건 전 세계적인 경향이다. 이미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세단의 비중을 줄이거나 세단 모델 자체를 없애기 시작한 곳-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라 대중 브랜드이다-도 있고, 기존의 브랜드도 SUV 모델을 세분화해서 차종 구성을 다양화 하고 있다는 것이 그러한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비슷하다. SUV가 전무했던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가 SUV를 개발하는 건 물론이고, 기존의 SUV 를 가지고 있던 곳들도 SUV 모델의 라인업을 더 촘촘하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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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GLS는 이미 2007년에 나온 GL과 같은 족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새삼스럽게 등장한 모델은 아니다. GLS 라는 이름은 새로운 벤츠의 차종 명명법(nomenclature)에 따라 끝의 알파벳을 기준으로 보면 벤츠 승용차의 S-클래스 급의 최고급 대형 SUV의 포지션이다. 다만 벤츠가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대형 SUV의 마케팅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가 비로소 대형 SUV를 전면에 내놓은 것 같은 인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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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GLS의 차체 크기를 보면 전장 5,130mm, 축간 거리 3,075mm, 전폭 1,980mm, 전고 1,880mm로 최근에 나온 쉐보레 트래버스의 5,200mm 3,073mm와 거의 비슷하다. 길이는 GLS가 70mm 짧지만 휠 베이스는 2mm 긴 걸로 돼 있으니, 실질적으로는 휠 베이스는 동일한 셈이다. 여기에 벤츠 GLS는 8기통 4.7리터의 엔진으로 GLS 500 이라는 모델명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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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S 의 조상 GL의 시간은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처음으로 벤츠에서 대형 SUV를 개발해서 GL 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5도어 해치백 구조의 스테이션 웨건의 구조를 가진 차체로, 전형적인 공간활용성 중심의 SUV 모델로, 벤츠의 원조 4륜구동 모델 G바겐과는 다르게 큰 차체를 가져서 끝에 L 이라는 알파벳을 붙여 공간 활용성을 강조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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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차량 모델 중에서 4륜구동 모델의 상징적 존재는 하드코어적 성격의 G바겐으로, 작은(?) 차체이면서 1960년대부터 고수해온 특유의 차체 디자인을 가진 하드코어적 4륜구동 모델이다. 그런 모델에 대비되는 크로스오버 성향의 SUV로 GL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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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G바겐의 뿌리는 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 1940년에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 박사에 의해 개발된 퀴벨 바겐(Kübel Wagen)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독일어 퀴벨 바겐은 영어로는 큐빅 비클(cubic vehicle), 즉 상자형 차량 이라는 의미로, 비포장 도로나 야지 주행이라는 군용 차량의 기능에 적합하게 튼튼한 사각 차체를 가진 차량이었다. 종전 이후 퀴벨바겐의 설계를 바탕으로 폭스바겐 181과 1960년대에 벤츠에서도 G바겐 이라는 이름으로 4륜 구동 차량을 내놓는다. 그런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벤츠의 G바겐은 매우 상징적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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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등장한 1세대 GL은 라디에이터 그릴 외곽 형태에는 각이 살아있지만, 전반적인 차체 형태는 자못 유연한 곡면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2013년에 풀 모델 체인지로 등장한 2세대 GL은 그 시기의 벤츠 승용차들의 경직된 디자인 성향을 따라서 모서리를 날카롭게 강조한 차체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09년형 벤츠 E-클래스 승용차(W-212)에서도 쓰였던 뒤 휠 아치 부분의 폰톤(Pontoon) 펜더가 2세대 GL에서도 동일하게 쓰였다.


사실 이 폰톤 펜더 디자인은 E-클래스 승용차에서도 차체에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인상이 있었는데, 2013년에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내놓으면서 벤츠는 이례적으로 폰톤 디자인을 포기(?)하고 말끔히 지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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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네 나온 2세대 GL은 2017년에 GLS라는 이름으로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면서 라디에이터 그릴이 좀 더 부드러운 형태로 바뀌었지만, 뒤 휠 아치의 폰톤 펜더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형으로 새로운 GLS가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차체 디자인과 폰톤 펜더는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은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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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GLS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벤츠 SUV의 플래그 십 모델답게 자못 거대하다. 두 개의 굵은 가로 바와 중앙의 커다란 엠블럼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헤드램프도 육중한 인상이지만, 그에 비해서 의외로 테일 램프는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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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오면 벤츠의 플래그 십 SUV 다운 면모를 보여주는데, 두 장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넣어 길게 만들어진 클러스터는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중앙의 환기구는 원형인 승용차의 것과 다르게 둥근 사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SUV의 인상을 강조해주는데, 중앙부에만 네 개의 환기구를 배치해서 일종의 카리스마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것이 바로 플래그 십의 인상을 만드는 디자인 요소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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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은 3열로 구성돼 있는데, 3열의 거주성도 비좁지 않고, 좌석의 쿠션 두께도 두터워서 그야말로 구색만 갖춘 3열 좌석이 아니라, 안락한 3열 좌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플래그 십 SUV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3열 이후의 적재공간은 2열 좌석만 가진 중형 SUV의 적재공간보다도 더 커 보인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벤츠는 GLS모델을 이용해 마이바흐 버전의 최고급 SUV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글로벌 시장에는 다양한 울트라 럭셔리 SUV가 존재하게 될 것 같다. 오늘날의 차량의 비중이 세단에서 SUV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차종 중의 하나가 벤츠의 신형 GLS 일 것이다.


 

글 / 구상 (자동차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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