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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디자인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재활용과 디자이너의 딜레마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kookmin.ac.kr)
승인 2019-12-02 20:06:57

본문

재활용(再活用; recycling)이라는 말은 요즈음 가장 ‘트렌디(trendy)’한 단어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제품의 종류를 막론하고 재활용의 개념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없는데, 작게는 우유팩에서부터 크게는 냉장고나 TV, 심지어는 자동차까지도 이 개념이 들어가게 된다. 그것은 모든 제품들이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고, 제품의 종류나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재료의 소비와 동시에 폐기되는 제품도 늘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합성수지(合成樹脂)로 대표되는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점차로 소비와 재활용에서 그 심각성을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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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고급화됨에 따라, 각 부품의 기능이나 구조에 따라 여러 가지 합성수지 재료가 사용되는 것과 동시에, 표면 처리도 다양한 질감의 적용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금속만이 가질 수 있었던 차가운 은백색의 질감은 이제 더 이상 금속 고유의 전유물이 아니다. 경량화와 원가절감을 위해 금속 질감으로 표면처리를 한 합성수지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사용되는 나뭇결 역시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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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화와 생산성 등의 이유 이외에도 합성수지는 폭넓은 가공성과 강성 등 물리적 성질이 높아짐에 따라 거의 모든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또한 합성수지의 활용을 더욱 더 늘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처럼 합성수지는 쉽게 쓸 수 있지만 반대로 ‘버리기’는 상당히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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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느 정도 보편적인 지식이 되어버렸지만, 합성수지는 자연분해가 상당히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다. 즉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합성수지가 영구불변인 것은 아니지만, 그 분해 속도가 인간의 시간 척도에서 볼 때 상당히 길고 느리다. 종류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완전분해가 되려면 50~100년 내외의 시간이 요구된다. 이것은 폐 부품들을 ‘그냥’ 땅속에 묻었을 때의 이야기이고,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 어류 등의 체내에 축적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결국 우리들 사람의 생명까지도 위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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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들 폐 부품들 녹여서 다시 쓴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그런데 녹여 쓸 때 여러 종류의 수지들을 함께 섞어서 쓸 수는 없다. 수지의 종류별 물리적 특성이 달라서 함께 가공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합성수지를 종류별로 구분해서 나눈다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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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합성수지는 아니지만, 차량용 타이어 역시 재활용이 불가능한 부품 중 하나이다. 차량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점점 더 타이어의 소비와 폐기가 늘어난다. 또한 소각시키면 타이어 제조과정에서 고무를 강화시키기 위하여 첨가한 각종 화학성분들 때문에 유독가스가 발생하게 되므로 대체 연료로 쓰는 것에는 또 다른 공해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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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 재질 중 하나인 림(RIM; Reaction Injection Molding) 재질 역시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료이다. 1990년대까지는 높은 유연성 때문에 림 수지가 미국에서 승용차의 범퍼 커버로 널리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림 재질은 성형 시 두 종류의 액상의 합성수지가 금형 내부에서 혼합되면서 경화되는 제조 공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성형성을 좋게 하기 위해 액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제품의 형상에 줄무늬(groove)가 많은 형태로 디자인 되는데, 특히 림 재질의 범퍼 커버에서 줄무늬가 많은 특징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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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범퍼 커버의 사용이 절정이었던 1980년 초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특히 GM 브랜드의 차량들에서 ‘줄무늬’ 범퍼 커버의 디자인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재질의 고유한 특성에 의하여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료는 이제는 설계 단계부터 배제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재 성형이 가능한 소재를 쓰거나, 폐기 이후 체계적으로 분류될 수만 있다면 재활용 비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사용된 재료가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라고 하더라도, 제품 표면에 우드 그레인(wood grain) 전사 코팅처리를 하거나, 금속 질감을 내기 위해 알루미늄 진공 증착(眞空 蒸着) 공법, 혹은 다양한 색상의 페인트 칠을 할 경우에는 재활용을 위해서 이러한 표면 처리한 것을 벗겨내야 하므로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표면 처리된 합성수지를 재활용하면 수지의 순도가 낮아져 물리적 성질이 나빠진다.


한편 수지 역시 다양한 색채를 띠는데, 이런 다양한 색의 수지들을 재활용하면 결국 여러 가지 색채가 혼합되는 것이므로 제품의 색채는 탁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재활용된 수지로는 채도 높은, 소위 예쁜 색상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패스트푸드 점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쟁반 대부분이 재활용 수지로 만들어지는데, 이런 이유에서 그 쟁반들이 어둡고 채도 낮은 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엄격히 따진다면 플라스틱 범퍼 커버에 차체 색으로 페인트를 칠하거나,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내/외장 부품에 우드 그레인 전사 코팅 처리, 혹은 금속 재질의 증착 처리 등은 가능한 한 채택하지 않는 것이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의 상품성을 높이고 외관의 차별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표면처리 기법은 불가피하게 사용되고 있다.


감각적 만족감 향상과 재활용률 향상 사이에서 디자이너들의 딜레마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무엇이 진정으로 훌륭한 디자인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과연 디자이너들은 감각적 만족감을 높이기 위한 표면처리를 사용한 디자인을 해야 할까, 아니면 재활용이 용이한 검소한 디자인을 해야 할까?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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