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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디자인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6.5세대로 이어진 그랜저의 연대기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kookmin.ac.kr)
승인 2019-12-29 13:15:22

본문

얼마 전 6세대 그랜저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혁신적 인상을 가진 앞모습으로 등장했다. 6.5 세대로 불러도 될 정도의 변화이다. 고급승용차 그랜저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고급승용차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보여주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1986년에 등장한 최초의 그랜저 이후 34년동안 등장했던 역대 그랜저 모델의 디자인과 특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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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그랜저가 등장한 것이 1986년이었으니, 정말로 34년이 된 것이다. 그 당시에 현대자동차는 독일 포드로부터 도입한 후륜 구동 세단 그라나다(Granada)가 최고급 승용차 모델이었으나 포드와의 제휴를 끝내고 미쯔비시로부터 앞 바퀴 굴림 방식의 기술을 도입하게 된다. 그리고 등장한 그랜저의 광고 문구는. “이제 고급승용차의 전통은 그랜저로 새롭게 시작됩니다.” 였다. 그리고 그 뒤로 34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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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 최초의 그랜저는 국산 최고급 승용차였지만, 지금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G90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랜저는 성공한 중년들을 위한 고급승용차로 어필되고 있다. 물론 6세대의 페이스 리프트를 거쳐 6.5세대가 되면서 34년의 전통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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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grandeur)’라는 이름은 장대, 웅대, 화려, 장엄, 숭고, 권위, 위엄 등의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고급승용차의 이름으로 들어맞는 이름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단어의 의미보다도 우리나라에서는 준대형 고급승용차를 통칭하는 대명사처럼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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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등장한 2세대 뉴 그랜저는 1세대의 각진 이미지를 벗고,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가미된 곡면을 쓰면서도 중후한 디자인으로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국회의원의 차를 대표하는 모델로 국산 고급승용차의 역사를 이끌었다. 이때부터 오너가 직접 모는 고급승용차의 모습을 가지기 시작하지만, 그랜저는 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타는 최고급 승용차의 인상이었다. 차체의 디자인도 긴 후드와 트렁크 비례로 그런 이미지를 잘 보여줬었다. 그리고 뉴 그랜저는 최고급 승용차의 이미지를 계승해 3,500cc엔진까지 얹으며 다이너스티(Dynasty) 라는 모델로 가지치기까지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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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중심의 고급승용차 이미지를 보여주던 그랜저는 1998년에 등장한 3세대 모델 XG에서부터 비로소 오너가 직접 모는 고급승용차로 변신하게 된다. XG는 국산 승용차 최초로 도어 섀시(sash)를 없애 개방적이고 스포티한 이미지의 하드탑(hard top) 모델로 개발돼 나왔다. 그랜저 XG는 성공한 중년의 상징으로 호응을 얻었고, ‘대중적인 고급승용차’ 라는 아이러니한 타이틀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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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05년에 등장한 4세대 TG 그랜저는 다시 도어 섀시를 가진 정통 세단으로 되돌아온다. 여기에 그 당시로서는 매우 큰 17인치의 커다란 휠을 장착하는 등 건장한 비례와 앞 뒤 펜더에서 근육질의 볼륨을 넣어 스포티한 디자인을 시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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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세대로 등장한 5G 그랜저HG는 더욱 스포티한 캐릭터 라인과 공격적인 앞모습의 차체 디자인으로 나왔다. 그랜저HG는 역동성과 활력을 지향하는 이미지를 보여줬었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한국인들이 고급승용차에서 원하는 느낌 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견 무난하고 조화로운 성향을 추구하는 게 우리의 전통적 정서였던 것 같기도 하지만, 무난한 것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리의 감각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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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후로 등장한 6세대 그랜저 IG는 여전히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앞 모습은 오히려 조금은 보편적 성향을 보여주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물론 현대자동차 브랜드가 새롭게 적용하기 시작했던 캐스캐이딩(cascading) 그릴을 채용하면서 고급승용차의 이미지에 맞도록 일부의 디테일을 손봤지만, 오히려 제네시스 브랜드의 크레스트(Crest) 그릴과 유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으로 6세대 그랜저의 뒷모습은 매우 스포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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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전에 등장한 대대적인 페이스 리프트를 거친 IG 그랜저는 혁신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일견 앞뒤가 안 맞는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렇다. 과감한 조형으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디자인을 시도했지만, 앞 모습은 스포티함 보다는 정적인 이미지가 보이고, 측면 이미지는 보수적 성향을 보여준다. 뒷모습 역시 혁신적이지만, 그것이 스포티한 감성으로 연결되기보다는 오히려 차체의 폭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고급승용차의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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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최고급승용차로 시작된 그랜저의 역사는 사실상 대중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갖고 싶은, 선망하는 차의 역사를 걸어왔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족을 거느린 보통의 가장들이 바라는 ‘좋은 차’의 모습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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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가족들 모두가 편안하게 탈 수 있는 넉넉함을 갖추면서 어디에 가든 가장의 위신을 세워줄 수 있는 차, 어찌 보면 가장 당연하고 보편적 가치를 충족시켜주는 차 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1세대 그랜저와 6.5세대 그랜저의 측면 이미지를 비교해보면 각진 쿼터 글라스 같은 디테일들 때문인지 어딘가 상통하는 면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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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는 6.5세대를 이어오는 동안 대대로 한국인들에게는 소위 ‘드림 카’ 이었을 지도 모른다. 슈퍼 카 같은 비현실적인 드림 카 가 아니라, 언젠가는 사야 할 차, 성공하면 꼭 살 차로서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현실 속의 드림 카 였던 것이다. 그랜저는 앞으로도 계속 그런 역할을 해 나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현대자동차의 차량들이 그런 과정을 거쳐 정말로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드림 카 가 되기를 바래본다. 자동차는 필요에 의해서 사지만, 사람들은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바에 더 가까운 차를 사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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