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의 자동차산업과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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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상(koosan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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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23 11:54: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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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글로벌 차량 생산 통계가 공식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글로벌 순위 7위에서 머물거나 혹은 더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들려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에 글로벌 생산 5위애 올랐고, 그 후 2015년까지 무려 10년동안 5위를 기록했다. 물론 이 생산량은 순수한 대한만국 내에서의 생산량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의 해외 현지 생산 물량은 제외된 것이니, 실제로 한국 메이커의 배지를 단 차량의 생산량은 이보다는 훨씬 많다.
그런데 2015년에 우리나라 다음으로 6위를 기록했던 인도는 2009년까지는 20위권 밖에 있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고, 지난 2016년에 우리나라를 제치고 사상 첫 글로벌 5위를 달성했고 2018년까지 계속 5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건 생산량에 대한 통계일 뿐이고 자동차 기술력의 순위는 아니다.
세계적인 슈퍼카를 만드는 이탈리아의 생산량 순위는 17위 권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이를 두고 이탈리아가 우리나라보다 자동차 디자인과 기술력에서 뒤져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생산량은 단지 생산량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높은 생산량에 의한 기술 잠재력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의 생산량에서 품질을 관리하려면 기술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가 2019년 하반기에 생산을 시작한 인도 공장(연산 30만 대)을 포함하면 현대·기아자동차의 글로벌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940만 대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까지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세계 10개국 35개 공장을 통해 연 913만 대를 생산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전체 생산능력은 13년 전인 2007년에는 연간 500만 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판매량이 50만 대 가량 늘어나면서 생산능력을 대폭 키워왔으며, 현재 913만 대 수준까지 됐다. 기아자동차 인도 공장이 가동에 들어간 현재 현대기아 그룹의 최대 생산능력은 940만 대 정도로 추정된다.
한편으로 인도의 주요 토종 자동차 브랜드 마힌드라(Mahindra), 타타(TaTa), 에이처(Eicher), 포스(Force), 마루티(Maruti) 등의 디자인이나 품질은 최근에 약간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과 거의 동일한 12억 인구에 의한 엄청난 규모의 내수 시장으로 인해 다수의 인도 토종 자동차 기업과 일본, 미국, 독일, 영국 등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인도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고, 여기에 우리나라도 이제 참여한 상태이다.
전반적인 인도의 자동차 관련 인프라는 상당히 열악한데, 특히 도로는 큰 도로를 제외하면 매우 열악하다. 게다가 하루 종일 24시간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도로도 도처에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전체적인 인도 소비자들의 평균적인 소비 요구 수준이 높지 않고, 19세기의 계급 사회에 의한 다양한 계층과 민족이 공존하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의 인식 등에서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인도 자동차산업의 태동은 191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의외로 긴 역사를 가진 인도 자동차산업의 발전 과정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필자와 인연이 있는 DY Patill Design College에서 작성한 자료를 근거로 살펴보면 인도 역시 산업화 초기에는 라이선스 생산에 의한 국산화가 이루어 졌음을 볼 수 있다.
1900년대 인도를 식민지배하던 영국의 귀족들에 의해 차량이 수입되고, 유럽 브랜드들이 인도 시장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국식의 좌측통행과 우 핸들 차량이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1945년 인도의 독립과 함께 마힌드라가 설립되어 미국의 지프를 라이선스 생산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쌍용자동차의 전신이었던 신진 지프와 비슷한데, 결국 마힌드라와 쌍용이 합병된 것은 우연의 하나라고 말 할 수 있을까?
1970년대에는 힌두스탄 모터스가 설립되고 고급승용차와 트랙터 등이 수입되거나 생산됐다고 한다. 그리고 스쿠터와 같은 소형 바이크도 개발되는 등 다양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1980년대에는 일본 기업이 대거 인도 내수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일본 메이커들이 인도에 현지 공장을 세우는 방법 등으로 상당수가 진출해 있다. 또한 1990년대에는 경제 붐으로 인도의 전 산업이 고속 성장하게 되면서 인도 최초의 콘셉트 카도 등장했다. 2009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염가의 차량이었던 ‘타타 나노(TATA Nano)’도 등장한다.
전반적으로 인도의 차량 개발은 스타일의 세련미보다는 기술 혁신과 실용성을 중심 개념으로 두고 있다. 실제로 인도에는 260개가 넘는 소수 민족과 언어가 존재하고, 그에 따른 종교의 다양성 등으로 인해 보편적 기준에 의한 미적 가치 판단은 사실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여전히 인도 국민들의 소비수준 향상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해 인도의 자동차 디자인은 다양한 개성을 추구하면서 기구적 혁신을 차체 조형에서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