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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고민스러운 제네시스 GV80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0-01-28 12:26:09

본문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 GV80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은 최근의 자동차 시장 동향이 SUV 중심인 것이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급 브랜드에서 내놓은 준대형 SUV이기 때문일 것이다.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조차도 SUV를 내놓는 시대이니, 그런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에서도 SUV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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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80은 그 동안 다양한 유출사진(?)을 통해 거의 모든 부분의 디자인이 마치 퍼즐 맞추기를 하듯이 하나하나 공개돼 왔던 데다가, 한 번 출시 날짜를 연기했다가 나온 때문인지, 신차라고 말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서 인지 눈앞에 나타난 GV80은 약간 김빠진 맥주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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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GV80의 앞 모습은 커다란 크레스트 그릴을 보여주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럭셔리 브랜드의 이름표 같은 역할이다. 그래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대표적 이미지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지고 있다. 1989년에 인피니티가 처음으로 럭셔리 모델 Q45를 내놓을 때 노 그릴 디자인을 실험했지만, 전형적인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지고 있던 렉서스 LS400에 밀려 고전하다가 나중에 서둘러서 옹색한 그릴을 달았던 것이 바로 럭셔리 브랜드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관계를 말해주는 일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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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이덴티티 문제에 대해서는 정해진 답이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가지를 붙들고 늘어져서 시간이 흐르면 그게 곧 그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것이다. 현재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들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어느 시점부터 다양한 이유와 이야기를 가지고 어떤 형태를 ‘고집해 왔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디자인 아이덴티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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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80은 신차 발표회에서 ‘이제부터 두 줄입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쿠페의 실루엣(이것이 또 다른 신차라는 설이 있다)과 함께 두 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덧붙여서 아디★스 운동화와 코★콜라의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제네시스가 왜 두 줄의 디자인을 가지고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냥 ‘두 줄입니다’ 가 전부였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될 지도 모른다. 렉서스가 스핀들 그릴을 주장해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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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들 그릴은 도요다 산업이 100년 전에 처음 만든 방직기계 프레임의 형상을 딴 디자인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그 방직기계 어디에도 스핀들 그릴의 형상은 없었고, 결정적으로 방직기계 프레임의 형상으로 고급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디자인했다는 것 자체가 끼워 맞춘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우기면서 10여 년이 흘렀고, 이제 저들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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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네시스 브랜드는 방직기계 프레임 같은 엉뚱한 이야기 조차도 없었다. 그냥 두 줄이라고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인 게 전부다. 그리고 보여준 전투기가 날아가는 궤적이나, 비행기 조종간의 막대기가 두 개인 사진은 제네시스 브랜드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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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두 줄’ 이라고 선언했지만, 정작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는 두 줄을 찾아볼 수 없다. GV80 라디에이터 그릴의 외곽 형태는 얼핏 최근의 캐딜락 SUV와 비슷하다. 차라리 도발적으로 슬림한 두 줄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디자인했더라면 훨씬 강하게 어필됐을 것이다. ‘두 줄’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할 요량이었다면 당연히 라디에이터 그릴에 두 줄을 이용한 조형이 들어갔어야 했다. 두 줄의 테일 램프는 중간에서 끊어져 있어서 메시지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게다가 GV80의 뒷모습은 어딘가 구 소련의 차량 같은 인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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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오렌지 주스 광고에서 ‘따봉’ 이라는 말이 크게 히트 한 일이 있지만, 정작 어느 오렌지 주스 인지 알려지지 않아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었다. 결국 나중에 주스 이름을 ‘따봉 주스’ 라는 상당히 촌스러운 이름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두 줄’이 없는 건 ‘따봉’만 강조한 광고와 비슷한 경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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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GV80의 차체 측면에서 눈에 띄는 건 어마어마한 크기의 20인치 휠 이다. 그런데 차체 형태가 뾰족한 이미지의 산발적인 선들로 구성돼 있는데다가, 뒤쪽이 쳐진 인상이어서, 차체가 휠의 크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18인치 휠을 단 모델이 더 나아 보인다. 그리고 차체에는 일곱 개의 선들이 모두 제 각각의 방향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렇게 산발적인 선으로 디자인 한 이유가 무엇일까?


실내 디자인은 최근의 유행에 따라 수평적 인상을 강조했다. 그리고 심플함과 여백의 미를 중심으로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런데 필자가 GV80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디자인에서 받은 첫 인상은 테슬라를 흉내 낸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8천만원짜리 SUV인걸 감안하면 매우 검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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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브랜드 폭스바겐 투아렉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터치 디스플레이 패널을 넓게 배치해서 그야말로 21세기의 차량 같은 느낌이고, 돈 값을 하는 인상이다. 그런데 럭셔리 SUV GV80은 가격을 생각하면 퍽 검소하다. 한편 GV80의 가죽 시트는 샤넬 핸드백이 떠오르기도 하고, 군인들의 방한 내피, 소위 ‘깔깔이’ 도 생각나는 디자인이면서 심플하지는 않다. 시트의 디자인 콘셉트는 심플과 여백의 미가 아닌 게 틀림 없다. 그런데 이 깔깔이 패턴은 이미 서유럽의 고급차들이 오래 전부터 써 왔던 것이다. 유럽에 GV80을 내놓으면 중국산 자동차를 보듯 할지도 모른다.


럭셔리 브랜드의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에서는(물론 어느 나라에서든지) 성공의 척도이고, 그것을 사려는 사람의 꿈과 로망이다. 그래서 수입차 보다 약간 싼 게 상품성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모자라서, 다른 고급 브랜드보다 약간 더 싼 값이어서 사는 차가 돼서는 럭셔리 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조금 더 싼 가격 때문에 사더라도 그걸 감추고 정말로 이것 때문에 산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GV80이 내세우는 럭셔리의 가치는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국산 차들 중에서는 덩치가 제법 크다는 걸로 커버될지도 모른다. 그 외에는 무엇이 있을까? 테슬라를 연상시키는 검소한 인테리어? 무겁게 쳐진 데크? 산만한 선으로 디자인된 뾰족한 인상의 차체? 깔깔이 패턴의 가죽 시트? 또 다른 답이 있을까? 게다가 왜 ‘두 줄’ 일까? 럭셔리 브랜드라면,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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