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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미래의 모빌리티와 상대성이론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0-05-04 09:27:58

본문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변화가 목도되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일상이다. 아직은 안심하기 어렵긴 하지만, 점차 잦아들고 있는 듯 해서 하루 속히 진정돼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우리들 주변의 많은 것을 바꾸었기 때문에, 향후에는 작금의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BC(Before Corona; 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rona; 코로나 이후)로 시대 구분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사람들의 행동이나 가치관뿐만 아니라, 시대의 특징까지도 바뀔지 모른다는 의미일 것이다.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이를 계기로 해서 향후에는 비대면(非對面)과 가상성(假像性)이 중심이 되는 기존의 디지털 패러다임이 더욱 폭넓게 확산될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견해이고, 새로운 세대들, 특히 2020년 이후 태어나는 사람들은 더욱 더 디지털 기술에 의한 일상 속에서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가상성 속에서는 소유(所有)보다는 이용(利用)의 개념이 더욱 큰 비중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그런 바탕에서 쓰이게 될 ‘모빌리티’는 지금까지 130년이 넘게 발전돼 온 전통적인 자동차와는 얼마나 다른 디자인을 가지게 될 것인지가 더욱 궁금해지기도 한다.


평소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 필자 역시 신간 서적부터 살펴보게 되지만, 종종, 아니 자주, 서점의 판매대에서 잘 보이는 쪽에 진열된 책들이 아닌, 조금 비껴진 곳에 꽂혀있는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정말로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앞줄에서 밀려난(?) 책들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의 인도 방문 이후 귀국하기 전날이었던 2월 8일에 푸네(Pune) 도심의 대형 쇼핑몰에 있는 서점에 들렀다가 눈에 띈 책이 한 권 있었다. 지금부터 무려 105년 전인 1915년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정리해 출판했던 원본을 바탕으로 2019년에 재 간행된 클래식 시리즈 단행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특수상대성이론(Special Relativity)을 발표했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1915년에는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Relativity)을 발표했는데, 1915년에 출간된 이 책의 원형에는 그 두가지 이론이 함께 설명돼 있었다. 그 원본에서 표지만 바뀌어 재 출간 된 책이 그곳 서점의 서가 한 켠에 그것도 딱 한 권이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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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그 두 가지 이론을 정리해 발표했던 1915년은 미국에서 포드의 모델 T가 대량생산방식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실제로 1908년에 처음 등장한 모델T는 사실 처음부터 대량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헨리 포드는 부품 규격화와 단순화, 표준화 등을 통해 차량을 개선하는 동시에 대량생산기법을 발전시켜 나갔고, 1915년에 모델 T의 중기형(中期形) 개선 차량을 내놓으면서 대량생산의 효율을 더욱 높인다. 이때 헨리 포드는 차체 색도 검정색 한가지로 통일하면서 모든 옵션을 없애는 등의 단순화를 실현한 단일 모델을 통해 20세기 산업기술의 핵심 개념이 된 대량생산방식을 완성한다. 그리고 우연처럼 그로부터 100년 후인 2015년에는 서로 다른 메이커이기는 하지만 역사상 첫 자율주행 콘셉트 카 F015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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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이라는 연도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들자, 아인슈타인의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귀국한 뒤 학교에서 의무로 지정한 2주간의 자가격리기간 덕분(?)에 필자는 책에 집중해서 두 번이나 읽을 수 있었다. 물론 필자는 물리학이나 과학을 전공하지는 않았기에 이 분야는 사실상 문외한이지만, 상대성이론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호기심이 컸다. 그런 이유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적 시간의 개념을 다룬 해설서 몇 권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궁금증이 풀리지는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아인슈타인이 직접 저술한 책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모든 운동은 상대적이라는 것과 광속불변의 법칙을 제시한다. 그리고 1915년에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하는데, 그 유명한 E=mc2, 질량이 에너지로, 에너지가 질량으로 바뀔 수 있다는 공식이 여기에서 나온다. 이 책에서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해서는 도해를 제시하지 않고 달리는 열차에서 돌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설명한다. 돌을 떨어뜨리면 돌이 낙하하는 궤적(軌迹; trajectory)은 떨어뜨린 사람의 관점에서는 지면을 향해 수직방향으로 중력가속도로 떨어지지만, 열차 밖에서 지켜보는 관찰자의 시각에서는 열차의 속도와 돌의 낙하가 결합돼 포물선 궤적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의 텍스트는 명확 했지만 필자의 전공 특성 때문인지 보다 현상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그래서 돌 대신 야구공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여기에 간단한 수치를 대입했다. 열차 안에서 야구공을 떨어뜨린 행위자 B 기준의 좌표에서 낙하 거리를 1.5m로 설정하고 열차가 달리는 속도(편의상 시속 100km라고 설정했다)를 더해서 계산해 보았다. 일반적인 자유낙하속도는 1초에 약 9.8m 이므로, 야구공이 1.5m를 낙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산술적으로 약 0.153초이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시속 100k로 달리는 열차가 이동하는 거리는 약 4.25m 이다. 한편, 열차의 밖에 서 있는 관찰자 A에게 보이는 공의 궤적은 앞서 살펴본 낙하 거리 1.5m와 이동 거리 4.25m 간의 벡터 값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것이 대략 4.5m정도이지만, 공의 궤적은 낙하 속도와 열차 속도 때문에 포물선을 그리게 되므로, 직선 벡터보다는 약간 더 길 것이다. 즉 공의 궤적은 긴 포물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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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열차 내부의 행위자 B 기준의 좌표를 ‘위치(position)’라고 설명했고, 열차 바깥의 관찰자 A 기준의 좌표를 ‘공간(space)’이라고 구분했다. 또한 이동 여부와 상관 없이 물체에 적용되는 물리적 법칙은 달라지지 않으며, 관찰자 기준의 포물선 궤적은 실제 상황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이는 이론상의 상대적 궤적이다. 이 두 궤적만으로 따져 본다면, 멈추어 있는 상태에서 1.5m 이동해야 할 야구공은 시속 100km로 달리는 열차에서는 같은 시간 동안 4.5m 이동 하게 되므로, 야구공에게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느려진 결과가 된 것이다. 이 상황은 SF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등장하는데, 주인공쿠퍼가 웜 홀을 통한 광속 우주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자신의 딸이 할머니가 돼 있는 설정이 그것이다. 이것 역시 상대적 시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런 시간 인식의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고속도로를 차를 몰고 달릴 때와 잠시 휴게소에 들렀을 때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휴게소에 잠깐 머무른 15분이 고속도로 주행 시의 15분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 그것이다. 정말 일상에도 상대적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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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반상대성이론은 상대적 운동을 하는 관점에서 중력을 재해석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들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상승 시에 순간적으로 중력(체중)이 증가한 듯한 느낌을, 그리고 하강 시에 순간적으로 중력(체중)이 감소한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것이 바로 중력(重力; gravitational force)과 관성력(慣性力; inertial force)의 동시작용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비유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대략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중력과 관성력은 본질적으로 같은 힘이며, 이들 힘은 시공연속체(時空連續體; time-space continuum)를 매개로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시공연속체는 오늘날의 양자역학에서는 ‘중력장(重力場; gravitational field)’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는데, 이는 중력이 존재하는 들판이라는 의미지만, 1915년의 아인슈타인은 그것을 연속체(連續體; continuum)라는 용어로 설명했었다. 한편 오늘날의 장(場; field)의 개념은 우주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電子)와 양자(量子) 등 다양한 원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이야기하는 현대물리학의 한 분야인 양자론에서의 관점이다. 양자론은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이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용어와 이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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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론을 연구하는 과학자의 한 사람인 이탈리아의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1956~)는 최근 출간된 그의 책에서 뉴턴 이후 아인슈타인을 거쳐 양자론까지 변화돼 온 주요 개념을 여섯 단계로 요약해 설명하고 있다. 로벨리는 여기에서 아인슈타인의 시공 개념에서 ‘연속체’ 라는 말을 빼고 시공(spacetime) 이라고만 표기해 놓았다.


필자가 이렇게 전공도 아닌 전혀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중력과 관성의 개념 등은 ‘자율주행차량’에서 직접 운전을 하지 않는 승객이 느끼게 될 수동적 관성과 그로 인한 체감 요인 등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용성이 중심인 ‘모빌리티’ 역시 그러하다. 이들은 미래에 등장하게 될 모빌리티나 자율주행 차량의 실내 구조와 형태 등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어떻게 안락한 디자인으로 구체화시킬 것인가가 향후의 모빌리티 디자이너들에게는 도전적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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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은 대격변을 맞고 있는 것만은 틀림 없다. 미래에 어디로 가야 할지 어느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소유’하는 이동수단이 지금까지의 자동차였다면, 미래에 이동성이 강조된, 소유가 아닌 ‘이용’이 더 강조되는 것이 모빌리티 라고 한다면,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동의 특징은 무엇일까? 보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모빌리티에서 얻는 이동 경험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미래의 디자인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오늘 필자의 상대성이론의 글에서 오류가 발견된다면 가차없는 질책을 해주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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