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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디지털 아르누보, 프로페시 콘셉트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0-06-08 10:16:25

본문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새로운 콘셉트 카 프로페시(Prophecy)가 등장했다. 영어 단어 프로페시는 예언, 예언력 등의 의미이다. 즉 앞으로 현대자동차가 내놓을 차량들의 디자인 방향에 대한 예언이라는 의미로 봐도 될 듯 하다. 대체로 예언은 다른 사람이 이러할 것이 라고 말하는 것이지만, 콘셉트 카 프로페시는 현대가 말하는 것이므로 셀프-프로페시(self-prophecy)일지 모른다.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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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시는 얼마 전 갑자기(?) 현대자동차를 떠난 수석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가 담당했던 디자인이라고 알려지고 있고, 그는 프로페시를 1920년대와 30년대의 스포츠카에서 영감을 얻어서 디자인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 맥락에서 프로페시는 약간 복고풍으로 보이는 차체 스탠스를 보여준다. 즉 뒤 데크가 나지막하게 떨어지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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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를 보면 1920년대와 30년대는 자동차 기술이 북미나 유럽 할 것 없이 모두 대량생산방식에 의한 변혁을 맞고 있던 때였다. 딱 100년이 지난 현재 2020년에는 디지털 기술과 전동화로 인한 모빌리티 라는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화를 두고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듯이, 100년 전인 1920년대는 수공업적인 자동차 제작이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공업 제품으로서의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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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라 차체를 만드는 방법도 이전의 수공업으로 두드려 만드는 판금(板金)에서 프레스 금형을 이용한 스템핑(stemping) 공법으로 바뀌어 빠른 속도로 대량의 차체를 찍어낼 수 있게 되는 등 그야말로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던 시기였다. 이러한 새로운 공법은 차체의 형태도 변화시켰는데, 이전의 공예방식에서 철이나 알루미늄 판을 해머로 두드려 접어 만들어진 각진 형태에서 미리 깎여진 틀로 찍어내면서 둥근 형태를 보다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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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당시 차량들이 상당히 볼륨이 큰 둥근 형태로 만들어진 이면에는 금형으로 프레스 가공을 하면서 각이 선 형태로 인해 금속 패널이 찢겨 나가는 걸 막는 기법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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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사조 역시 부드러운 곡선의 아르누보(Art Nouveau)와 아르데코(Art-Deco) 양식이 이전의 정형화 된 고전 양식을 대체해 나가던 시기이다. 그런 상황에서 개발된 1930년대의 차량들은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형태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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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둥근 디자인의 가장 대표적인 차량들은 정말 다양하지만,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차량 중 하나가 바로 딱정벌레 비틀이다. 비틀은 독일 국민차 개발을 목표로 1938년에 Kdf 라는 이름으로 정말로 딱정벌레처럼 둥근 차체 형태로 개발이 완료됐다. 그리고 나중에 비틀의 차체를 바탕으로 포르쉐 356과 이후 911의 클래식 모델도 개발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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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40년대 후반부터 유럽에서는 이른바 신대전후 스타일(new post-war style) 이라고 불린, 곡선적이지만 약간 평면적이면서도 데크는 더 낮은 형태의 차체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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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맥락에서 1920년대와 30년대의 차량을 모티브로 했다는 프로페시 콘셉트는 둥근 볼륨의 차체와 낮게 떨어지는 데크로 인해 복고풍의 이미지를 준다. 그래서 얼핏 보면 마치 클래식 포르쉐 911 같은 인상이 스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차체 형태를 제외하면 나머지 디자인 요소들은 매우 디지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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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후드 끝 중앙의 현대 엠블럼 이다. 기존의 크롬 재질의 입체적 형태가 아닌, 마치 매끈한 플러시 서페이스(flush surface) 차체 위에 인쇄된 것 같은 이미지에 조명도 적용된 모습이다. 사실상 최근의 디지털 패러다임에 따라 많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심벌을 평면적이고 대비가 강한 디지털 이미지로 바꾸고 있는데, 프로페시에 적용된 현대 엠블럼 역시 그러한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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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실내로 오면 디지털 기술로 인해 혁신적 인상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센터 콘솔에 마치 전자 게임기의 조이스틱 형태처럼 보이는 콘트롤러 한 개만 붙어있는 것이다. 여기에 긴 디스플레이를 가진 수평형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필요에 따라 수납되거나 펼쳐져 디지털 시대의 자율주행차량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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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프로페시의 곳곳에 복고의 코드가 보이는데, 마치 대문이 열리듯 양쪽으로 열리는 코치 도어(coach door)부터 시작해서 곡선을 강조했던 아르누보 양식과 아르데코 양식을 모티브로 한 좌석과 플로어 패턴의 형태 등 단지 클래식 한 이미지의 복고가 아니라, 20세기 초를 풍미했던 근대의 곡선적 건축과 제품의 형태를 주제로 한 형태가 물밀 듯 눈에 들어온다. 특히 플로어 패턴은 그야말로 아르누보 그 자체이다.


콘셉트 카 프로페시는 이미 글로벌 기업이 된 현대자동차가 지금까지 지향해왔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탈바꿈해 새로운 조형적 해석의 디자인 경향 제시를 통해 리더로 올라서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요소가 후발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더 적극적으로 보여져야 할지 모른다. 아무튼 그런 맥락에서 현대든 제네시스든 이런 양식을 디지털 아르누보 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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