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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랜드로버 2세대 디펜더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0-06-29 09:26:59

본문

랜드로버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차종을 꼽는다면 단연 디펜더 일 것이다. 디펜더의 1세대 모델은 1948년에 나왔다. 물론 이 첫 모델은 미군이 사용하고 있던 윌리스 MB의 차대를 기반으로 했다는 게 통설인데, 2차대전 직후여서 철이 부족했던 시기였으므로 철보다 구하기 쉬운(?)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만들어 제작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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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에서 1세대 디펜더는 평평한 형태의 차체 면을 가지면서 각진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형태 특징은 이제는 랜드로버 차량의 차체 디자인 아이덴티티 요소가 되긴 했다.  1세대 모델의 또 다른 특징은 지붕의 측면 모서리에 있는 슬림한 유리창, 이른바 천창(天窓), 즉 하늘을 볼 수 있는 창문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 슬림한 유리창은 그야말로 랜드로버 디펜더의 상징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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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프리카 등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등장하는 랜드로버 디펜더 모델 지붕 옆면의 천창은 바로 그런 개척자적인 이미지의 전형 이기도 했다. 그리고 2세대 신형 모델에서도 이 천창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이 지붕 측면의 천장은 선루프나 파노라마 루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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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아이콘적 이미지를 만든 1세대 모델은 배기가스 규제 등으로 2015년 말에 단종됐다. 디펜더는 1세대 모델이 휠베이스를 기준으로 90인치와 110인치 모델로 구분됐는데, 신형 2세대 모델 역시 90모델과 110모델로 구분된다. 물론 1세대는 실제 90인치(2,286mm)보다 긴 2,360mm의 휠 베이스를 갖고 있었지만, 110모델은 그 치수 그대로 2,794mm의 휠 베이스였다. 그리고 50년만에 나온 2세대 모델은 모두 이보다는 큰 치수 여서 90이나 110은 이제는 상징적인 이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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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의 차체 이미지를 보면 1세대 모델도 거의 수직, 수평의 조형 요소에 앞 유리 슬로프만 약간 기울어져 있거나 110모델의 뒷문의 분할 선이 휠 아치 근처에서 사선으로 나누어진 부분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직, 수평의 요소들로 이루어진 걸 볼 수 있다. 그런 이미지를 이어받아 2세대 신형 모델 역시 거의 사각형 요소로 구성된 이미지다. 신형의 측면에서 수직, 수평이 아닌 건 휠 아치의 둥근 사다리꼴 형태와 앞 펜더와 앞 문 사이의 아가미(?)처럼 생긴 에어 스쿱 하단의 사선, 그리고 후드 윗면 양측에 만들어진 사선 그래픽 안쪽에 마치 무늬 강판처럼 패턴이 들어간 프로텍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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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수직 수평의 조형이 50년 전에는 알루미늄 가공 방법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시간이 흐른 오늘날에는 놀랍게도 가장 디지털적 이미지의 디자인으로 탈바꿈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강렬한 인상의 프론트 마스크는 사각형 요소로 구성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범퍼 등으로 인해 최신의 감각으로 어필되는 건 물론이고, 둥근 링처럼 만들어진 LED주간주행등의 이미지는 마치 인공지능 로봇의 표정같은 이미지도 풍기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가 가장 아날로그적으로 보이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극과 극은 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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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디펜더의 뒷모습은 커다란 스페어 타이어가 특징적이다. 최근의 SUV들은 대부분 도심지형 크로스오버 콘셉트를 지향하기에 이처럼 스페어 타이어를 단 모델은 지프 브랜드의 랭글러 하나뿐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렇다 보니 도회지 이미지로 깔끔하게 정돈된 차체 디자인이면서 스페어 타이어를 단 신형 디펜더의 모습이 자못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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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뒷모습 전체 인상이 얼핏 쌍용의 뉴 코란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쌍용이 3세대 코란도를 이런 감각으로 만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수천억을 개발비로 쓰면서 티볼리와 비슷한 디자인의 코란도를 내놓은 건 아무리 봐도  실책이었다. 충성스러운 코란도의 소비자들 대부분을 등돌리게 했기 때문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에 불과한 이야길 해봐야 뭐 하겠는가? 쌍용을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만 아플 뿐이다.


테일 램프의 구성은 크고 작은 둥근 사각형들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돼 있는데, 이런 독특한 구성은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보여주는 요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중적 성향의 디자인이 아니면서도 급진적 이미지를 주지 않는 디자인, 이런 것이 바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 조형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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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오면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에서도 역시 수직, 수평의 조형 기조가 보인다. 그러면서도 디지털화와 전자화 된 인터페이스들이 눈에 들어온다. 변속 조작 레버 역시 전자식 인터페이스이다. 게다가 실내에는 기능적인 수직, 수평의 조형 이외에 별도의 장식 같은 처리는 없다. 도어 트림 패널의 형태 역시 튼튼한 이미지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시트의 가죽 재질 등은 고급스럽지만 섬세한 감성이기보다는 내구성이 있을 것처럼 보이는 느낌을 준다. SUV에서의 고급감 이란 이런 감성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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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모델의 뒷좌석에서는 C-필러 위쪽에 자리잡은 천창이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온다. 작은 창으로 바라보는 하늘의 모습은 여행의 또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 선루프나 파노라마 루프는 물론 개방감은 더 크겠지만, 쨍쨍 내리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쉐이드를 닫고 다닌다는 점은 그런 고가 장비들의 역설이다. 그렇지만 이런 천창은 햇빛에 대한 염려 없이 마음껏 푸른 하늘을 훔쳐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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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디펜더는 지붕 모서리 이외에도 C-필러의 수직 모서리, 즉 뒷면에도 수직으로 긴 쪽창이 양쪽에 있었다. 2세대 모델의 C-필러는 블랙아웃 처리돼 있지만 유리창은 없는데, 어쩌면 디자이너들은 여기에 쪽창을 넣을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앞 뒤 모습을 1세대 모델과 2세대 모델을 비교해보면 무척 다른 듯 하면서도 어딘가 닮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1세대 모델이 조금 사무적이면서 장년의 인상이라면, 2세대 모델은 매우 감각적이면서 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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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SUV가 주류가 되는 경향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덩치 큰 도시 지향 웨건형 SUV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오프로드 지향의 하드코어 SUV의 감성 역시 우리의 눈을 잡아 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3세대 코란도를 만나게 된다면 이런 감성의 디자인으로 나와주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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