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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자동차 디자인의 완성과 역사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0-11-02 10:51:16

본문

자동차 메이커에게 자동차 디자인은 중요한 의사 전달의 수단이다. 자동차는 물론 하드웨어적 성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이고, 차량의 하드웨어는 그 메이커의 기술철학과 역사, 기업문화 등이 종합되어 나타나는 결과이다. 그리고 차량의 내/외장 디자인을 통해서 비로소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선택된다.

글/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차량의 내/외장 디자인은 시장이나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따라서 기업이 만들어내는 자동차는 단지 외형 디자인의 미려함 여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관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자동차 디자인은 감각 있는 디자이너의 그림 실력만으로 다루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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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990년대까지의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에서는 주로 내수 시장에만 판매를 했으므로 멋진 외관을 만드는 것으로 디자이너의 역할은 충분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업이 돼 전 세계 시장으로 판매를 하는 위치에서는 자동차 디자인은 단지 미려한 외양의 문제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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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맥락으로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이제 3세대 경영 체제로 들어서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1세대 경영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개척자 정신으로 불모지에서 기업을 일으킨 분들이고, 또 그 기업을 이어받은 2세대 경영자들은 세계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제 3세대 경영자들은 이제까지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시대, 특히 오늘날의 코로나-19와 같은 인위적인 힘으로 아직까지는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들도 존재하고 있는 환경의 시대를 이끌어 가야 한다. 여기에 현장 조립 품질 향상을 위한 직업 윤리(working morals)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의 디자인은 분명 다른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기술의 발달 단계에서 이웃 일본의 자동차산업의 영향을 빼 놓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1990년대는 물론이고, 2000년대 초반까지도 우리들이 일본 자동차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던 시기가 있었던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이 독자적인 개발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 바로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때였고, 일본의 자동차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기술적으로나 디자인에서 자신의 색채를 내세우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일본의 디자인, 특히 일본의 자동차 디자인은 감성적으로는 더 이상 우리에게 선망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자동차 디자인이 완성의 단계에 이른 것 또한 아직은 아니다.

우리나라 메이커가 외국에서 외국인 디자이너를 데려오는 것은 그들에게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는 과거에서부터 서유럽의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덕분에 자동차 디자인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본바닥 디자이너’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만약 이웃 일본차를 가져다 놓고 따라 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오늘날 한국의 자동차 디자인은 일본의 아류에 불과했을 지도 모른다.

모든 발전 과정에는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고, 시행착오 없는 발전은 불가능하다. 특히 자동차 디자인은 계량(計量)할 수 없고, 정량화(定量化)가 어려운 정성적(定性的) 영역이다. 단지 외국 디자이너를 데려다 놓고 그의 도구와 기법을 보고 똑같이 한다고 해서 높은 수준의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물론 같은 도구와 기법을 쓰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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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디자인 개발 과정에는 ‘디자인 의사 결정’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의사 결정은 최고 경영자의 디자인 승인이 가장 크겠지만, 디자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선임 디자이너, 혹은 수석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지휘 역시 선택의 과정이다. 과거에는 이런 디자인 의사 결정이 ‘회장님의 취향’ 이나 경영진들의 ‘다수결’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했고, 지금도 그럴지 모를 일이다. 과연 ‘회장님의 취향’ 이나 ‘다수결’은 훌륭한 디자인 의사결정방법 일까?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가 독자적인 능력으로 고유모델을 디자인하고 설계할 수 있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여전히 그걸 스스로 하지 못하는 메이커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단지 그림실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일 확률이 더 높다.

유럽 메이커의 차들을 보면 각 메이커나 브랜드의 개성을 가진 디자인을 다양하게 보여주지만, 그건 성향의 차이이지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고 낮음의 차이는 아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글로벌 1위의 생산량을 가진 국가로 발전한 중국 메이커의 차들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만큼 완성도가 떨어지는 디자인을 보는게 어렵지 않다. 이건 물리적 품질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요즘의 일부 일본 메이커의 차들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된다. 그들의 물리적 품질은 높지만, 디자인의 완성도는 의심스러운 경우를 보게 된다.

미국 차들 중에도 감탄이 나오는 차가 있는가 하면, 고개를 가로 젓게 만드는 차들도 종종 보게 된다. 디자인의 완성도는 설계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건 기량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임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가치관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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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전세계에 영향력을 파급하고 있는 한류는 우리를 뿌듯하게 만든다. 우리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은 한국인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함께 기뻐하는 것은 저마다 다른 성격과 감성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는 인식의 바탕에 한국 사람으로서의 공통된 문화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팝송을 들으면서 흥얼거릴 수는 있지만, 판소리를 들으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한(恨)’의 정서에 공감할 때만큼 소름이 돋지는 않는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기업에 있는 디자이너들은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며 일하는 사람들이다. 기업의 신입 직원이 어설퍼 보이는 이유는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아직 완전히 동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참’이 됐다고 해서 그 기업의 가치관을 완전히 체득하고 있다는 보장은 물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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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느 기업의 디자이너가 그 기업을 떠나 다른 기업으로 간다면, 그는 새로운 기업의 가치관을 익히고 그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디자이너들의 이직이 잦은 서구 메이커들이 디자인 아이덴티티 유지 측면이나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은 걸 보면 저들은 기업의 가치관에 적응하는 공부(?)를 정말 잘 하는 것 같다.

포니와 스텔라로 대표되는 현대자동차의 역사는 물론 과거의 이야기이고, 지금 그 이야기를 한다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라떼는 말이야~’ 라고 설교하는 구세대로 치부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포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디자이너가 과연 그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살린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이건 단지 차의 모양을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역사나 가치관을 인식하고 있느냐의 차원이다. 감각 있는 디자이너를 뽑아서 창의적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사가 만든 차들을 정확히 각인시키는 건 더욱 더 중요하다. 하지만 몇 년 전에 필자가 만났던 어느 디자이너는 의외로 ‘옛날 차’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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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은 아이디어의 원천을 찾아 자사의 박물관에, 수장고에 수시로 드나들며 자사의 클래식 카를 보고 익혀 그 메이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체질화’ 돼서 작업을 한다. 이제 국내 메이커에도 서구 메이커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유능한 내/외국인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으니, 그들이 우리나라 메이커에 와서 그 역사와 가치관을 체질화 시켜서 작업하고 있을 지 모른다는 추측을 해 본다. 근자에 포니를 모티브로 한 콘셉트 카가 등장한 것은 물론이고, 그걸 바탕으로 전기차도 개발하고 있음이 그런 추측의 바탕이다. 비록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의 역사는 서구의 그것에 비하면 짧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와 가치관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5년전, 필자가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해외 연구소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1995년에 캘리포니아 주의 아카디아(Arcadia) 라는 도시에서 열렸던 글로벌 색채 트렌드 세미나에서 유럽의 어느 색채 디자이너가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지만,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Fading with sunlight, it becomes a history, dyeing with moonlight, it becomes a myth)’ 그의 말은 그 당시 갓 서른 살이 된 철없는(?) 디자이너였던 필자에게는 서양인 디자이너의 현학적 수사(修辭; rhetoric)로 들리기도 했지만, 꽤나 인상적으로 남았다. 

지금 문득 그 말이 떠오르는 건 그 의미가 별안간 와 닿아서 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자동차는 지나간 역사이지만, 그것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내면에 자리잡는다면, 새로운 신화나 전설을 만들어 내는 바탕이 될 수 있음에 틀림 없다. 자동차 디자인의 완성은 디자이너의 손끝 기술의 그림 실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메이커의 역사와 가치관에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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