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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자동차에서 모빌리티로의 변화와 디자인의 변화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1-01-03 18:21:20

본문

2021년을 맞이하는 오늘날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말은 이제 당연한(?) 표현이 돼 버렸다. 세균을 문명변화 원인의 하나로 예측하면서 2005년에 출간됐던 책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농경의 시작을 인류역사에서 1차 혁명으로 보았지만, ‘한계비용 제로 사회(Zero Marginal Cost Society, 2014)’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증기기관의 발명에 의한 대량생산의 기반 제공을 1차 혁명으로, 1890년에 시작된 가정용 전기 보급을 2차 혁명으로 보아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증기기관 발명을 두 번째 혁명으로 보는 것과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3차 혁명에 대해서는 1995년의 상업 인터넷, 이른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의 등장이라는 데에서 일치된 관점을 보여준다.

글 / 구상 (자동차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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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4차 산업혁명의 원인이나 시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대체로 디지털 정보기술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된 2016년 전후로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변화에서 앞의 세 번은 식량이나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의 변화에 그 핵심이 있었으나, 4차 산업혁명은 보다 포괄적인 요인인 ‘정보’에 초점이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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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피케티(Thomas Piketty, 1971~)는 저서 ‘21세기의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2014)’에서 새로운 세기(世紀)의 특징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은 달력 상의 날짜가 바뀐 뒤로 10~20년이 지난 이후부터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의 견해와 같이, 21세기가 시작되고 20년이 지나는 오늘날은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격랑과 변화가 여러 산업 분야에서 목도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이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갑작스런 코로나-19의 창궐로 더욱 더 비대면과 정보화가 가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패러다임 변화의 한가운데에 바로 오늘날의 자동차가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인 기계공업의 한 분야로 인식돼 온 자동차산업은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변화를 거쳤을까? 그 과정을 살펴본다면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지 모른다.

기술 패러다임 변화의 관점으로 본다면, 인류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의 발명은 자동차산업에서의 1차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가솔린 엔진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는 수레’의 발명으로 동물의 힘에 의존하던 마차에서 벗어난 개혁적 변화 이후 자동차는 다양한 사회적, 산업적 요인에 의한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는 1886년에 독일의 카를 벤츠(Karl Benz; 1844~1929)와 고틀립 다임러(Gotlieb Daimler; 1834~1900)가 제작했는데, 이들은 각각 칸슈타트와 만하임 이라는 도시에 살면서 자전거 부품과 마차 부품을 이용해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몰랐으며, 생존 기간 동안 교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각각 자동차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했으며, 그들 두 회사가 1925년에 다임러-벤츠로 합병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최초의 차량은 마차 구조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오늘날의 자동차와는 다른 개념이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엔진은 좌석 밑에 달려 있고 냉각장치도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차의 구조에서 탈피해 비로소 자동차로서의 구조를 갖춘 차량은 1887년에 세워진 프랑스의 자동차 메이커 파나르 르바소(Panhard et Levassor)가 1890년에 처음으로 FR구조를 가진 차량 시스템 파나르(System Panhard)를 제작한 것이 처음이었다. 이후로 자동차들은 모두가 이러한 구조로 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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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의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가 포드자동차를 설립(1903)한 뒤 1908년에 개발한 모델 T는 그 전까지 수공업적으로 제작되던 자동차를 부품규격화를 통한 조립방식으로 바꾸는 기술 개량을 1915년에서 1921년에 걸쳐 완성하면서 대량생산방식을 창안했다. 이후, 포드의 대량생산방식(Fordism)은 다른 산업 분야로 파급되어 20세기를 대표하는 혁신을 이끌게 된다. 놀랍게도 이는 달력 상의 날짜 변화와 기술 변화 시점이 차이를 보인다는 토머스 피케티의 주장이 100년 전에도 들어맞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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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드의 대량생산방식은 아무런 옵션도 없이 획일화된 검정색 단일 모델 T형의 생산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포디즘은 경쟁사였던 GM에 의해 보다 다양화된 디자인과 옵션을 가진 차량을 제조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킨 알프레드 슬로언(Alfred P. Sloan Jr; 1875~1966)에 의해 체계화된 대량생산방식으로 진화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생산방식은 1950년대에 이르러 화려한 테일 핀(Tail-fin) 장식의 차량 등장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시기를 예술사조에서는 아르데코(Art-Déco)의 시기, 일명 ‘미친 시대’라고도 표현한다. 그것은 현란하게 번쩍이는 금속장식을 가진 이 시기의 화려한 자동차 디자인이 때마침 이루어진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황금유물의 발굴로 인해, 많은 이들이 화려한 장식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에서도 원인을 찾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화려한 차량들은 1980년대에 이르러 비효율적 디자인으로 비난 받기도 했으나, 오늘날에는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디자인을 보여준 시대로 재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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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오일쇼크에 의한 자동차의 고성능화와 활용성 향상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시기에 등장한 차량 중에는 오늘날 고성능과 창의적 차체 디자인을 가진 이른바 슈퍼카의 시초가 된 차량으로 이탈리아의 거장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Marchello Gandini; 1938~)에 의해 디자인된 미래지향적 차체 디자인으로 1971년에 등장한 쿤타치(Countach)가 가장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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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아울러 1973년에 등장한 폭스바겐의 골프(Golf) 승용차는 소형 해치백 승용차의 유형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 시기는 1973년과 1978년의 두 차례의 오일 쇼크가 겹치게 되면서 소형 승용차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때마침 등장한 골프는 공간의 실용성과 소형 차체를 양립 시킨 차체에 뒤쪽을 매끈하게 처리한 이른바 패스트 백(fast-back) 형태의 차체로 소형 승용차의 대표적인 모델로 자리잡게 된다. 골프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는 앞서 등장한 쿤타치를 디자인한 마르첼로 간디니와 쌍벽을 이루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죠르제토 쥬지아로(giorgetto Giugiaro; 1938~)에 의해 디자인되었다. 간디니가 일필휘지(一筆揮之)적인 감성의 디자인이 특징이라면, 쥬지아로는 양산형 차량으로써 폭넓은 지지를 받는 감성과 대중성을 갖춘 디자인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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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오일쇼크에 의해 경영난에 처했던 미국의 빅3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였던 크리이슬러(Chrysler)는 승용차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공간 활용성을 높인 미니밴을 개발해 새로운 유형의 차량을 창조해낸다. 이처럼 다양한 특징을 가진 차량의 등장은 이후의 자동차 개발에서 성능과 공간 활용성 이라는 개념이 정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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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간 활용성에 21세기의 특징을 대표하는 자동차가 2015년에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자율주행기능을 가진 F-015이다. 4인승 승용차로 제작된 이 차량은 스스로 도로를 이동하는 거실과 같은 개념으로 미래의 모빌리티(Mobility)의 모습을 공식적으로 처음 제시했다. ‘모빌리티’의 개념은 기존의 자동차에서 더욱 확대된 개념으로서, 여기에는 하드웨어(hardware)로서의 자동차가 아니라, 다양한 개념과 형태의 이동이라는 포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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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자동차가 하나의 기계로서의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는 것이었다면, 미래의 모빌리티는 다양한 정보에 의해 구성된 이동 공간, 이른바 정보의 클라우드(cloud) 속에서 연결되어(connected) 정보를 주고받으며 운행하는 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다양한 이동의 도구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동의 도구에는 지상을 주행하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하늘을 나는 드론(dron)과 같은 소형 비행체와 도심 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와 개인용 항공체(PAV; Personal Air Mobility) 등의 다양한 비행체를 모두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 될 것이다. 결국 자동차와 모빌리티의 변화는 이동 행위 중심의 개념에서 이동하는 동안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의 개념으로 변화돼 온 것이다.

마차와 자전거 부품을 이용해 가솔린 엔진동력을 단 것에서 비롯돼 이제 막 134년의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 온 자동차 디자인의 변화 역사는 인류 문명의 역사 5000년동안 이루어진 네 번째 혁명의 한 가운데에서의 정보화와 팬데믹 이라는 변화와 혼란 속에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과연 미래의 자동차, 새로운 시대의 모빌리티는 어떤 변화된 감성과 디자인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지나간 자동차의 역사는 분명 빛 바랜 과거가 틀림 없다. 그러나 과거가 없이 현재가 존재할 수 없듯이, 현재는 또한 새로운 미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에서 오늘날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는 과거의 자동차 디자인을 돌아보며 미래의 모빌리티의 모습을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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