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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디자인 아이덴티티와 명제 사각형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1-04-18 16:42:37

본문

모든 디자인은 완성의 최후의 순간까지 여러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고 다듬고 또 다듬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상하게도 공개하는 순간부터 미흡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점들을 다시 다듬고 다듬어 개선한 모델을 내놓지만, 공개하는 순간 또 미흡한 부분이 보인다. 그런데 어쩌면 이게 모든 분야 디자이너의 숙명 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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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강조하는 디자인 아이덴티티 전략을 취하는 경우에는 차량의 모델들이 전반적으로 통일성을 가진 이미지로 디자인되겠지만 그때조차도 이런 고민은 여전하다. 대체로 브랜드 중심 전략은 대중적 브랜드보다는 프리미엄 혹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볼 수 있는데, 차종이 다르더라도 라디에이터 그릴 형태를 매개로 브랜드 통일성을 가진 이미지로 강조하게 된다.

이와 같은 디자인 아이덴티티에 대해서는 통일성(統一性; unity)과 획일성(劃一性; uniformity)의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필자가 2018년 가을 경에 그 주제로 여기에 칼럼을 쓴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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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해 설명하자면, 예를 들어 붉은 악마 축구응원단의 구성원들은 각기 다양한 옷을 입더라도 모두 빨간색으로 색을 같게 하는데, 이걸 통일성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획일성은 군인의 군복처럼 신체 크기에 맞추어 옷의 크기는 조절하더라도 모든 구성요소가 동일한 옷을 입는데, 이게 획일성이다. 이런 맥락으로 본다면 대부분의 럭셔리/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서 취하는 전략은 획일성보다는 통일성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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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그러한 아이덴티티 전략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 독립은 2015년에 이루어졌지만, 제네시스 이름과 심벌은 2008년의 BH세단 등장과 함께 제시됐다. 그 뒤로 작년까지 12년동안 심벌이 다섯 번 정도 변화를 겪은 걸로 보인다. 그런데 그게 이전의 것을 완전히 갈아 엎는 식의 변화가 아니라, 조금씩 다듬는 방법으로 계속 진화해온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변화의 폭이 한데 모아놓고 보면 의외로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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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나왔던 BH모델용 심벌은 브랜드 독립 이전이었지만 고급승용차의 심벌로 최선을 다한 디자인 이었을 것이다. 이들을 모아놓고 보니 처음 것은 심벌의 비례가 단출해서 마치 소형 승용차에 쓰일 법한 약간 귀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2011년에 BH 세단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에 들어간 심벌은 날개 깃을 약간 위쪽으로 들어 올렸고, 깃털에도 빛의 반사가 되도록 입체감을 더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귀여운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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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DH로 풀 모델 체인지 되면서 2013년에 등장한 심벌은 좌우 날개 폭을 크게 늘리면서 아래쪽 라인은 역동적인 V형으로 심플하게 만들어서 매우 다이내믹하고 모던한 동시에 성숙한 인상이다. 물론 중앙의 방패의 폭이 약간 좁아진 게 살짝 아쉽긴 하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여섯 개 중에서 세 번째의 것이 젊은 이미지이면서 심플하고 역동적이어서 가장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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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립하면서 바꾼 심벌은 디테일이 더해져서 모던한 느낌은 줄어들었지만 흡사 어느 유럽 브랜드 심벌 같은 인상도 준다. 그리고 작년에 GV80이 나오면서 심벌이 다시 바뀌는데, 최근의 디지털 패러다임을 반영한 것인지 입체감을 제거한 이미지로 바꾸었다. 날개의 깃도 ‘두 줄’을 암시하는 구성으로 세부적인 모양을 바꾼 것이 보인다. 물론 디지털용 흑백 버전도 있다. 그렇지만 2013년과 2015년 심벌에서 보여준 아래쪽의 유려한 V라인과는 다르게 오히려 복잡한 구성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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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지막 버전의 것은 GV80과 그 이후에 출시된 G80, GV70, 그리고 얼마 전 공개된 콘셉트 X등 현재의 모든 제네시스 브랜드 모델에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입체감이 줄어들었지만 차체 면에 플러쉬 하게 매칭되면서 공기저항 감소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물론 후드 엠블럼 하나로 전체 공기저항계수가 좌우되는 건 아니겠지만, 와류 발생 같은 건 의외로 차체 표면의 미세한 단차의 영향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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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브랜드의 차량들의 앞 모습도 진화되는 것 같다. 주된 요소는 물론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의 헤드램프인데, 초기 차량에서는 현대자동차 브랜드의 캐스캐이딩 그릴과 유사한 형태이기도 했다. 당연히 이런 그릴의 형태는 디자이너들의 조형작업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지만, 아이덴티티 구축의 논리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 줄 헤드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을 주요 요소로 놓고 이것을 논리 항으로 구성해보도록 하자. 먼저 몇 가지 용어를 정의하면 이와 같다.

O=규범 ought to~ 이어야 한다
P=허용된다 permitted
F=금지한다(forbidden)
L=자유방임(liberty)
OP=~해야 한다(규범 명제)
p(proposition)=명제
t=두 줄 램프
c=크레스트 그릴

이와 같이 몇 가지 기호를 정하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면부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하나의 명제로 구성하면 이와 같을 것이다.

p(명제): 두 줄 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이다
이 명제를 기호로 표시하면
p: t∩c
그리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전략을 브랜드 규범(Brand norm)이라고 한다면 규범에 의한 명제 진술 OP는 이러하다.
OP: 두 줄의 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이어야 한다(규범명제)
이것을 기호로 표시하면 이러하다.
Op: O(t∩c)
이것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규범명제이고 그 역(逆)은
~P: 두 줄의 램프가 아니거나 크레스트 그릴이 아니다

이러한 규범을 제네시스 브랜드와 구분되어야 하는 현대 브랜드를 위한 금지를 나타낸 명제로 만들어보면 이와 같이 네 가지일 것이다.

Fp≡df O~p 두 줄 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이 아니어야 한다
P~p≡df ~Op 두 줄 램프 또는 크레스트 그릴이 아니어도 된다
Lp≡df Pp∩P~p 두 줄 램프 또는 크레스트 그릴이 아니어도 된다
Lp≡df ~Fp∩~Op 두 줄 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이 아니면 안되거나 줄 램프와 크레스트 그릴 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사용된 기호 ≡df 는 왼쪽의 피정의항을 오른쪽의 정의항으로 정의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들 네 가지 명제 중 첫 번째는 가장 엄격한 규범이고, 두 번째는 약간 완화된 규범명제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자유로운 방임형 명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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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명제들의 관계를 구성한 맵, 즉 명제 대당사각형(命題 對當四角形; proposition correspondence quadrangle)을 그려보면 이와 같은 논리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 대당사각형은 Robert Alexy, Theory der Grundrechte, 이준일 옮김, 한길사, p.247에서 제시된 것을 응용하였으며, 이는 규범 양상 논리학에서 표준적인 해명에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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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대소관계라는 용어는 영어 단어 imply, 즉 내포하다, 함축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여기에서 사용된 적극적이라는 용어는 긍정(肯定)의 의미이며, 소극적이라는 용어는 부정(否定)의 의미이다. 이 대당사각형을 통해서 본다면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두 줄의 헤드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이 적용된 G90과 G70, 그것이 적용되기 전의 EQ900이나 신형 그랜저의 전면부 디자인 이미지와 구분되는 관계임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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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석에서 각각의 규칙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통일성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획일성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또한, 차종의 특성에 따라 두 줄의 적용 방법, 혹은 승용차와 SUV의 차량 성격에 따른 크레스트 그릴의 디자인이 차이를 가지게 한다면, 획일성을 탈피해 각 차종의 개성을 살리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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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아이덴티티 원칙을 하나의 법규범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규범의 적용에 관용도(tolerance)가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획일적 성격이 될 것이며, 각각의 차종의 성격이나 시대적 경향에 의한 판단으로 변형되면 통일성 유형의 변화도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즉 관용도가 너무 크다면 규칙이 가지는 규범적 의의를 잃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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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규범이 존재하고 거기에 창의적 디자인이 더해진다면, 다양성 속의 통일성(unity in variety)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규범을 만들어 나간다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보여주며 발전돼 가지 않을까?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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