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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감각, 기아 K8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1-05-06 10:56:12

본문

기아 브랜드의 준대형 승용차 K8이 등장했다. K8은 기존의 준대형 승용차 K7의 풀 모델 체인지 개념의 차량으로 나왔지만, 차체 크기를 5미터가 넘게 해서 대형 승용차로 나왔다. 새로운 K8의 차체 크기를 보면 전장이 5,015mm, 전폭 1,875mm, 전고 1,455mm에 휠베이스는 2,895mm로 기존의 K7의 4,995mm, 1,870mm, 1,470mm, 2,855mm 등과 비교하면 길이는 20mm길어지면서 휠베이스는 10mm 길어지고 폭은 5mm 넓어진 반면, 높이는 15mm 낮아지면서 더욱 날렵한 비례와 조금 더 넓은 실내 공간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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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0~20mm의 치수 변화는 그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차체의 디자인 이미지가 기존 K7의 아르데코 풍의 크롬 장식 중심의 이미지에서 개벽이라고 할 정도로 바뀌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먼저 어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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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에 현대/기아를 필두로 국산 중형 이상의 승용차 휠 크기가 20인치를 거의 기본으로 쓰다시피 하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더 이전 세대의 모델과의 차별성이 두드러지는 인상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현실 세계에서 20인치 크기의 휠은 튜닝한 차량, 그것도 매우 과격한(?) 튜닝 차량들에서나 볼 수 있었고, 대개는 디자이너들이 스케치에서 상상하는 수준으로 만족해야 하는 스펙 이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게 돼 버렸다. 더구나 지금은 경승용차도 15인치 휠을 쓰는데, 놀랍게도 국산 승용차 중에서 처음으로15인치 휠을 적용했던 모델이 1999년에 등장했던 에쿠스 리무진, 즉 최고급 모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5인치 휠이 과거에 티코, 마티즈 등의 경승용차에 쓰였던 12인치 휠 정도로 작아 보이는 착시가 생길 정도로 큰 휠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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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의 차체 측면 이미지는 거대한 휠과 크게 강조된 휠 아치 등으로 매우 건장한 인상이다. 여기에 차체 측면에서는 앞 휠 아치에서 만들어진 볼륨과 뒤 휠 아치에서 만들어진 볼륨이 서로 교차하면서 차체 중앙을 흐르는 두툼한 근육의 인상이 스포티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해주고 있다. 그리고 도어 아래로 둘러진 크롬 몰드가 뒤쪽으로 가면서 살짝 치켜 올라가 뒷바퀴를 지나 뒤 범퍼와 테일 램프로 연결되는 그래픽은 기존의 직선적 이미지의 웨이스트 라인(waist line)의 관념을 과감히 탈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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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크롬 몰드는 앞 범퍼로 연결돼 마름모 형상의 패턴이 들어간 크롬 가니시와 거대한 장방형 팔각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시선을 이끈다. 그리고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색채를 과감히 지운 듯 모노 톤에 입체감 만으로 구성된 마름모 형태의 격자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그에 따라 차체 색에 따라서 차의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흰색의 차체는 약간 충격적일 정도로 전위적 인상이지만, 실버 같은 메탈릭 컬러는 수많은 디테일을 모두 보여주며 또 다른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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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각은 당연히 과감한 시도이고, 이것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의 창의성도 주목할 만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이 디자인을 양산하도록 경영진이 승인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라고 봐도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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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바뀐 기아 브랜드 심벌이 거대한 모노 톤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결합돼 디지털 기술의 특징을 강조하는 인상이다. 기존의 K7의 그릴-사실 현재의 거의 모든 고급 승용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렇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이 보여주는 크롬과 블랙 색상으로 구성된 리브와 핀의 구성으로 입체감을 살리는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마름모 패턴의 차체 색으로만 구성한 것은 마치 픽셀의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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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아주 작게 더해진 크롬 가니시는 또 다른 픽셀의 인상을 준다. 이런 구성의 그릴과 아울러 후드 면에 크게 이어진 두 개의 긴 띠 같은 면은 매우 과감할 뿐 아니라 전위적 인상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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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메이커나 브랜드의 디자인이 크게 바뀌려면 당연히 실무 디자이너들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경영진들의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다. 실무 디자이너가 아무리 창의적인 디자인을 했어도 그걸 승인해주는 경영진의 안목이 이발소 그림 수준이라면 양산차의 디자인은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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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이발소 그림이란 말을 썼는데, 이건 과거에 실제로 이발소 등등에 걸려있곤 하던 그림 중에 전원의 풍경을 유화로 묘사한 것이 있었는데, 사실적인 풍경화처럼 보이는 그림 속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이 모두 묘사된, 그야말로 우스꽝스러운 키치(kitsch)적 그림을 말한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의 디자인 의사결정을 굳이 비유하자면 저런 식이었다고 해도 거의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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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기아의 수석 디자이너 카림 하비브 씨는 닛산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 디자인을 제시하는 디자이너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의 휘하의 실무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디자인을 적극 독려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 메이커의 경영진들도 이런 창의적 디자인을 보는 안목이 생겼다는 점이 최근의 차량에서 디자인 변화가 나타난 이유일 것이다. 새로운 K8의 내/외장 디자인은 그런 전반적인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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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차체 내/외장 디자인 이외의 여러 부분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볼 수 있는데, 센터 페시아 콘트롤 패널에서 공조 기기와 오디오의 버튼이 바뀔 수 있도록 된 건 물리적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터치 인터페이스만의 장점이다. 게다가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으로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띄는데, 앞 좌석 헤드 레스트 뒷면을 옷걸이로 쓸 수 있도록 가능성이 있는 형태로 만든 건 물리적 공간과 물체의 새로운 접근이다. 뒷좌석 레그 룸은 늘어난 휠베이스 만큼이나 널은 절대 공간을 확보했다. 이런 공간 확보 기술은 우리나라 승용차들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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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등장한 K8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대중 브랜드의 고급승용차의 접근법을 잘 보여준다. 창의적 디자인으로 감성적 가치를 제시하면서 물리적으로 넓은 공간을 확보해 실용적 관점에서 고급승용차가 제공해야 하는 여유와 편안함과 신기술로 인한 새로운 인터페이스, 그리고 물리적 재료에서 오는 시각과 촉각의 고급감 제공 등이 그것이다. 고급 핸드백 같은 전통적인 명품과는 또 다른 관점으로 신기술과 신감각을 보여주는 오늘날의 고급 제품의 모습이 새로운 K8의 내/외장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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