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ä ۷ιλƮ  ͼ  ī 󱳼 ڵδ ʱ ڵ 躴 ͽ ǽ ȣٱ Ÿ̾ Auto Journal  Productive Product
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고급 브랜드의 가치는 어디서 나올까?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1-08-07 12:24:27

본문

세계 최고의 고급 차량 브랜드는 주로 서유럽 국가의 브랜드들이다. 이들은 가격에서 ‘보통’의 소비자들이 사기에는 쉽지 않은 수준이다. 물론 모든 걸 자동차에 투자한다면 안될 일도 아니긴 하다. 아무튼… 이들을 가리켜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모든 옵션을 고객의 기호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물론 이건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는 이미 과거부터 그와 같은 고객맞춤형, 이른바 비스포크(bespoke)가 가능했다.

006b122f6b87bb6d9fbe4813439a14ce_1628306

우리나라 가전 브랜드들이 최근에 고객 요구에 맞추어주는 콘셉트의 가전제품을 비스포크라는 이름으로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이건 럭셔리 여부를 떠나 오늘날 소비자들의 요구나 취향이 다양해지고 있고, 그로 인해 규격화된 제품으로는 그러한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006b122f6b87bb6d9fbe4813439a14ce_1628306

자동차 역사 초기에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기에, 생산량도 극히 적었고 가격도 엄청나게 비쌌다. 그래서 유럽이건 신대륙이건 자동차는 귀족이나 부자의 전유물이었지만, 미국의 헨리 포드(Henry Ford)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다.

006b122f6b87bb6d9fbe4813439a14ce_1628306

그는 자동차를 규격화 된 부품을 만들어 그걸 ‘조립’ 하는 방법으로 값싸게 대량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루어 냈던 것이다. 그래서 포드의 대량생산의 상징과도 같은 모델T는 차체 색도 검정색 한 가지였고, 기본적으로 아무 옵션도 없는 단일 모델을 1908년부터 1923년까지 무려 1500만대를 생산했다. 비스포크와는 반대의 개념이었던 것이다.

006b122f6b87bb6d9fbe4813439a14ce_1628306

물론 그 이후 포드 역시 다양화의 길을 걸었지만, 포드의 대량생산방식 덕분에 오늘날의 대중성이 있는 자동차가 존재하게 됐던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 서유럽 메이커는 지금까지도 수공예 생산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흔히 가지는 편견 중 하나가 대량생산방식은 첨단 기술이고 수공예방식은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것인데, 그건 완제품을 제조하는 방법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지 차량의 설계나 구조, 기능에 적용되는 기술 수준이 수공업이라는 게 아니다.

006b122f6b87bb6d9fbe4813439a14ce_1628306

오히려 대량생산방식에서 기술적 한계가 더 많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량생산방식으로 제조되는 차량은 당연히 대중성을 지향해야 하므로 가격의 제한이 매우 크고, 그에 따라 생산 원가의 압박이 클 수 밖에 없다.

006b122f6b87bb6d9fbe4813439a14ce_1628306

게다가 오늘날 대부분의 대량생산 시스템은 조립 라인 별 시간 당 차량 생산 대수가 30대 내외이고, 각 작업 공정 당 할당 시간(task cycle)이 1분 40초 전후이기 때문에, 그 시간 이내에 작업자가 조립을 마칠 수 있는 구조와 공정으로 설계돼야 한다. 이 시간 제한은 차량 생산의 모든 공정에 똑같이 적용된다. 심지어 차체 페인트 칠 공정 까지도…

006b122f6b87bb6d9fbe4813439a14ce_1628306

헨리 포드의 초기 대량생산방식 역시 그러했고, 그는 심지어 작업자가 실수로 불량품을 만들더라도 조립라인을 멈추는 걸 금지시켰었다. 그래서 잘못 조립된 차량은 불량의 문제를 가진 채로 완성차로 조립됐던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물론 오늘날의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의 대량생산방식은 이 같은 초기의 포디즘(Fordism)과는 조금 다르지만, 대량생산이라는 틀 때문에 존재하는 생산 방식의 기술적 한계는 크게 다르지 않다.

006b122f6b87bb6d9fbe4813439a14ce_1628306

거기에서 자유로운 것이 공예적 생산방식이다. 차량 전체의 틀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어 만드는 건 물론이고, 고도로 숙달된 기능인들이 단계 별로 4~8시간 내외의 충분한 작업시간을 가지고 단지 ‘조립’이 아닌, 책임지고 꼼꼼하게 ‘제작’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1분 40초 이내에 전동 공구로 ‘드르륵’ 하고 나사 몇 개 조이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작업 방식이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작업자가 자신의 조립 품질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할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품질 이슈로 연결되기도 한다.

게다가 공예 방식의 럭셔리 차량은 차량 실내외에서 보이는 부품의 재질이 모두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이다. 이건 일견 당연한 이야기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량생산 차량은 원가의 한계 때문에 우드 그레인 패널에 천연 목재 대신 나뭇결을 인쇄한 필름을 붙인 플라스틱 부품을 쓸 수 밖에 없다. 또한 중량과 연비 때문에 무거운 금속 대신 금속 질감을 표면에 증착(蒸着)시킨 플라스틱 부품을 쓴다.

006b122f6b87bb6d9fbe4813439a14ce_1628306

그렇지만 공예 방식의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의 차량은 나무로 보이는 부품은 실제 천연 목재이고, 금속 재질은 실제 금속이다. 가죽 재질은 진피(眞皮) 가죽이다. 게다가 천연가죽을 쓰는 부품은 가죽의 섬세함 때문에 표면에 흠집이 쉽게 생기므로 가죽 재질의 부품 제조는 대량생산이 어렵다. 대량생산 승용차에서도 가죽 시트 옵션이 비싼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물론 가죽 대신 소위 ‘비닐 레자’ 라고 불리는 합성 가죽을 쓰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디자인은 단지 물품의 겉 모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재질과 색상, 그리고 그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종합적 감성이 바로 디자인의 정확한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단지 시각적으로 보이는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가령 금속제 버튼이 전해주는 묵직한 터치는 단지 눈으로 보이는 느낌과 다르다.

006b122f6b87bb6d9fbe4813439a14ce_1628306

물론 여기에서 대량생산 차량의 가치를 폄훼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헨리 포드가 창안한 대량생산방식의 본질은 자동차라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문명의 도구를 누구나 살 수 있는 대중적인 가격의 제품으로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는 방법이었고, 오늘날 대중 브랜드의 차들은 헨리 포드의 그러한 목표를 넘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미학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는 조금 다른 세상의 이야기 일 수 있지만, 고급, 혹은 프리미엄 차량은 오늘날 대다수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고급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실내에 진짜 나무나 금속을 써야 하는 건 핵심이 아닐지 모른다.

대신에 직업윤리를 가진 꼼꼼한 작업자의 손끝에서 비롯된 품질이나, 소비자를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는 서비스 마인드가 중요할지 모른다. 호화로운 전시장에 말쑥한 복장의 말재간 좋은 매니저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새 차일지라도 고장이 나기도 하는 게 거의 모든 자동차의 필연일 진대, 그런 상황에서도 고급브랜드를 선택한 고객이 존중 받는 게 고급이라고 자처하는 대량생산 브랜드들이 지향해야 하는 본질적 가치일지 모른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