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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벤틀리 신형 플라잉스퍼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1-08-17 19:37:17

본문

최고의 럭셔리 세단 벤틀리 플라잉 스퍼(Fly Spur)의 신형 모델이 공개됐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실질적으로 모든 옵션을 고객의 기호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물론 이건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같은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는 이미 과거부터 그와 같은 고객 맞춤형 주문, 이른바 비스포크(bespoke)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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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 스퍼는 벤틀리의 대표적 4도어 세단이다. 여기 사진 자료에 보이는 차량은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후드 마스코트 등이 검은색 마감 이지만, 당연히 크롬 마감도 가능하다. 아마도 그게 대부분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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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마스코트는 벤틀리를 의미하는 이니셜 B를 바탕으로 날개를 응용한 디자인에 조명도 들어가 있고, 후드 위에-정확히는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붙어 있는데, 만약 누군가 건드리면 순식간에 안쪽으로 수납 돼서 배지 자체의 도난을 방지한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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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기능은 보행자와의 접촉사고 시에도 보행자의 부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사실상 차량의 본질적인 기능이 아니지만, 모든 디테일에서 이런 수준을 추구했다는 것이 바로 울트라 럭셔리의 모습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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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후드 중앙에 자리잡은 가느다란 긴 몰드-이것도 크롬 마감과 검은색 마감 모두 가능하다-는 과거 클래식 벤틀리 차량의 후드가 중앙의 경첩을 중심으로 마치 갈매기 날개처럼 양쪽으로 열리는 구조였던 것을 암시하는 디자인 요소이기에 정교하고 전통적인 이미지를 준다. 기본적으로 벤틀리와 같은 영국의 메이커는 수공업적 차량 생산방식을 유지해왔기에 이런 구조가 1960년대가지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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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플라잉 스퍼는 폭스바겐 그룹의 MQB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전의 플라잉 스퍼는 폭스바겐 페이톤과 동일한 앞 바퀴 굴림 방식 기반의 4륜구동 플랫폼이었지만, 신형은 포르쉐 파나메라와 동일한 후륜 구동 기반의 4륜구동 플랫폼을 쓰게 된 것이고, 그런 이유에서 측면 이미지는 극단적으로 짧은 앞 오버 행, 그리고 앞 바퀴와 앞 문 사이의 거리, 이른바 프레스티지 디스턴스(prestige distance)가 긴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그와 동시에 엔진이 세로로 탑재된 구조를 반영하듯 긴 후드 비례로 늘씬한 인상이다. 그리고 C-필러와 뒤 유리 역시 크게 누워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와 함께 22인치 휠에 의한 건장함으로 바퀴 주변은 마치 페라리와도 비슷한 감성의 역동적 차체 비례 관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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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펜더 아래에는 V형 8기통 엔진을 탑재했음을 나타내는 엠블럼이 붙어 있다.  신형이 8기통으로 나오면서 이전의 W12기통은 사라졌다고 하는데, 연비 규제와 환경 규제, 전동화의 영향 등으로 엔진 기술의 극한을 추구했던 사양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8기통 엔진도 이번의 신형 플라잉 스퍼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엔진의 이야기는 차량 내/외장 디자인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걸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엔진이 만들어내는 감각-그게 디자인이라는 것과 맞물려 만드는 감각-은 전기모터의 그것과는 약간 다른 것 같다. 전기 차량을 타보면 정말로 소음과 진동이 없는 이상적인 동력원이면서도 높은 토크를 매우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하다. 마치 엔진 기술이 130년 넘게 노력해 왔던 것을 단지 하룻밤 만에 이뤄낸 것 같아서 어딘가 허탈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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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의 개수로 보자면 8기통 엔진은 그야말로 수천 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그들 간 동력 발생을 위한 맹렬한 기계적 마찰이 동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부드럽고 조용하지만, 전기모터는 엔진의 1/10, 어쩌면 1/100에 불과한 부품이 전부이고, 동력발생 과정에서도 모터의 고정자와 회전자의 기계적 마찰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매끄럽고 조용한 게 당연하다.

그런 맥락에서 8기통의 엔진을 탑재한 벤틀리 같은 차가 가진 극강의 안락과 고요의 경이로움은 전기모터 차량에서 느껴지는 그것과는 어딘가 차원이 다른, 전율 스러운 고급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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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엔진을 만드는 건 인간이 빨리 이동하는 방법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00미터 육상으로 0.01초를 줄이기 위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과도 비슷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신형 플라잉 스퍼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수직 리브가 배치돼 있고, 그 안쪽에 사선 메시 그릴이 다시 배치돼 있다. 벤틀리의 역대 차량들 중에는 수직 리브와 사선 메시 형태의 그릴이 모두 있었다. 그래서 그런 역사를 모두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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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는 원형-실제로는 타원-이 크기를 달리해 두 개가 배치돼 있고, 내부의 반사경은 벤틀리 엠블럼의 날개를 상징하듯 깃털 형태의 장식으로 화려하게 디자인 돼 있다. 테일 램프는 벤틀리의 이니셜 B를 모티브로 디자인 돼 있다. 이니셜 B의 테마는 앞 펜더 측면의 환기구 형태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운전석의 구성은 벤틀리가 오너 드라이빙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경이 크지 않은 3 스포크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은 롤스로이스의 커다란 스티어링 휠과 대비되는 듯 하다. 롤스로이스의 것이 마치 운전수가 조종하는 도구처럼 보이는 데에 비해 벤틀리 플라잉 스퍼의 스티어링 휠은 오너를 위해 잘 디자인 된 소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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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의 스티어링 휠이 어떠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이다. 오너 드라이빙 지향의 성격이 있다고 해도 플라잉 스퍼의 뒷좌석의 공간 역시 여유롭다. 뒷좌석 승객용 디스플레이 패널은 분리해서 쓸 수도 있도록 돼 있다.

신형 플라잉 스퍼는 디지털 기술이 대거 적용돼서 많은 수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쓰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기능도 존재한다. 센터 페시아 상부의 목재 패널은 디스플레이 패널이 나오게 할 수도 있지만, 선택에 따라 뒤집혀서 아날로그 방식의 온도계와 나침반, 시계가 달려있는 트리플 메터(triple meter) 상태로도 세팅 시킬 수 있다. 물론 목재 패널의 나뭇결과 색상 역시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주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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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는 재질의 사용에서 극도의 진실성을 보여준다. 실내에서 나무로 보이는 부품은 실제 나무 패널이고, 금속 재질은 금속이다. 도어 트림 패널의 가죽 역시 마치 다이아몬드 패턴을 연상시키는 패턴이 가죽 재질과 결합돼 재질의 진실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형상과 재질, 색상, 그리고 그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종합적 심미성이 바로 디자인의 정확한 정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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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시간이 흐른 미래의 어느 날, 정말로 엔진을 동력원으로 쓰는 차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 때가 온다면-문득 슬퍼 지기도 한다-오늘 우리가 살펴본 플라잉 스퍼 같은 차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엔진 시동을 켤 연료를 구할 수 없어서 박물관 한 켠에 먼지를 쓰고 미이라처럼 전시돼 있는 지나간 역사의 빛 바랜 모습으로만 존재하고 있게 될까? 그렇지는 않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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