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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캠핑 차량이 될 뻔한 수륙양용차량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1-09-05 15:15:00

본문

오늘날 대중성이 높아진 SUV의 원조는 미국의 4륜구동 차량이라는 게 널리 알려진이야기 이지만, 그 기원을 찾아보면 원조가 될 뻔했던 또 다른 가려진 차량이 있기도 하다. 대체로 ‘역사는 승자(勝者)의 기록이다’라는 말이 있다. 5,000 년 인류 문명의 역사 속에는 수많은 사건과 전쟁이 있었겠지만, 그들 중 역사에 기록돼 우리에게 알려진 일들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수많은 일 중 상당수는 기록자의 판단에 따라 아주 간략하게 기록되거나, 혹은 전혀 기록되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록자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역사의 흐름에서는 그것을 이끌어 가는 주체가 되지 못하면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일은 자동차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제대로 빛을 받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차들이 정말로 많을 것이다. 그들 모두는 나름의 독특한 기술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양한 이유로 무대의 전면에 서지 못했는지 모른다.

21세기가 시작되고 21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는 코로나-19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세균과의 전 지구적인 전쟁을 치르면서 전쟁에서와 비슷하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난 뒤 역사는 오늘의 코로나-19와의 전쟁을 20세기 초의 두 번의 세계대전에 이은 21세기 초의 3차 세계대전이라고 기록 할지도 모를 일이다.

각각 1918년과 1939년에 시작됐던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으로 불리는 20세기 초반의 두 번의 큰 전쟁은 세계 역사의 발전 방향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오늘의 전 지구적인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21세기의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며, 실제로 그러하다.

지난 20세기동안에 등장했던 수많은 자동차들 중에는 2차 세계대전 직전, 즉 20세기 중반을 앞둔 시점에 개발되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전쟁이 끝난 이후에 보급되고 알려지게 된 차들이 있다. 또 그 반대로 전쟁 이후 사라진 차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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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당대의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 중 하나가 바로 포르쉐 박사에 의해 개발된 독일의 소형 승용차 비틀(Beetle)이다. 물론 이 차량 클래식 비틀은 지난 2003년까지 멕시코에서 생산되면서 무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수한 차량이었다. 클래식 비틀은 2003년에 생산이 종료되면서 마지막 버전의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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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은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의 명령에 의해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 1875~1951) 박사가 설계하면서 개발됐다. 그는 공냉식 2기통 엔진을 차체 뒤에 단 소형차 kdf(독일어로 Kraft durch Freude, 영어의 strength through joy, 즉 즐거움을 통한 강인함의 뜻이라고 한다)를 1936년 10월에 완성한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는 그 차량을 군용으로 개조할 것을 지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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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소형차 kdf는 독일 육군의 군용차량으로 개조된다. 군용 차량은 두 가지 모델로 개발되는데, 그 중 하나가 「퀴벨 바겐(Kübel Wagen)」이다. 퀴벨 바겐은 독일어로 ‘상자형 차량’ 이라는 의미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단순한 평면형 차체 형태에 비포장도로에서의 주행을 위해서 차체를 더 높이고, 리미티드 슬립 차동 기어(limited slip differential gear)를 달아서 한쪽 바퀴가 헛돌더라도 동력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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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벨 바겐의 차체는 이름 그대로 단순한 상자 형태이고, 도어 패널은 강성을 높이기 위한 줄무늬(groove)가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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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벨 바겐과 함께 개발된 또 다른 군용차량은 쉬빔 바겐(Schiwim wagen)으로, 이것은 ‘헤엄치는 차’라는 의미의 독일어 이다. 쉬빔 바겐은 습지에서의 주행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수륙양용차량으로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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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빔 바겐의 차체 형태는 퀴벨 바겐과는 반대로 둥글둥글했는데, 특히 차체 아래쪽이 밑으로 갈수록 둥글고 좁아지는 형태여서 마치 욕조 같은 모양이다. 그리고 차량이 물에 들어가면 차체 뒤쪽에 있는 스크류를 아래로 젖혀 내려서 보트처럼 추진이 되는 구조였고, 앞 바퀴는 방향타 역할을 해서 그야말로 자동차에서 보트로 변신이 가능했다.

퀴벨 바겐과 쉬빔 바겐은 독일군의 기동 차량으로 전장에서 사용되면서 연합군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들 차량에 대응해서 미군이 지프를 더욱 서둘러 개발했던 것이다.

만약에, 물론 역사에는 만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정말로 만약에 2차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지 않고 독일이 승리했더라면, 어쩌면 오늘날의 대표적인 SUV의 원조는 미군의 지프가 아니라, 독일군의 퀴벨 바겐이나 쉬빔 바겐이 됐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랬다면 오늘날 우리의 캠핑 풍경도 크게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그 자리에서 자동차에서 보트로 변신하는 수륙양용 차량을 타고 도로에서 곧바로 강과 호수로 들어가 운전하면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더라면 오늘날 캠핑장의 넘쳐나는 쓰레기 문제처럼, 수많은 수륙양용 캠핑 차량으로 인해 강과 호수, 바다 연안에서 오히려 물놀이가 위험해졌고 오염도 심각해졌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수륙양용 차량이 됐든 4륜구동 SUV가 됐든, 사실 자동차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얼마 전 제트 스키를 무분별하게 쓰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문제가 생겼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했지만, 아무리 좋은 도구라고 해도 그걸 쓰는 사람들이 제대로 잘 쓰지 못하면 부정적 결과로 귀결될 것이고, 잘 쓴다면 캠핑장의 쓰레기도, 위험성이나 오염에 대한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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