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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달리는 조각품 쿤타치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1-09-17 14:08:05

본문

슈퍼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에는 오직 두 종류의 자동차만이 존재한다. 그것은 ‘보통차’와 ‘슈퍼카’이다. 즉 슈퍼카가 아닌 모든 종류의 자동차들은 그저 보통차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슈퍼카는 어떤 차일까? 물론 슈퍼카들은 고성능이다. 우리 상식을 뛰어넘을 만큼 고성능이고, 당연히 높은 수준의 기술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보통차는 만들기 쉬운 차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보통차 역시 ‘잘’ 만들기가 어렵다. 그것은 많은 요구사항과 아울러 무엇보다도 ‘실용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100점, 어떤 것은 0점을 얻기보다 모든 부분에서 골고루 80점 정도의 성적을 얻기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성능만을 가진다고 슈퍼카가 되는 걸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슈퍼카에게 고성능 이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것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이 중요하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과연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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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32 년 전에 일본의 어느 기업가(그는 속옷 제조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가 일본제 슈퍼카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일본 내에 있는 기술자들을 모아서 후지중공업(스바루)의 고출력 수평대향엔진을 가져다가 차를 만들었다. 그 프로토타입은 지오토 카스피타(Jiotto Caspita) 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일본에서조차도 그 차에 감동하는 사람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그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게 틀림 없다. 그 차는 매끈한 디자인에 큰 엔진을 얹었을 뿐이었다. 슈퍼카는 고성능 엔진이 전부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슈퍼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큰 엔진이 아니라 감성이었던 것이다. 단명했던 일본제 슈퍼카는 하드웨어는 있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은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자동차들이 모두 전동화가 돼서 슈퍼카도 전기모터로만 움직인다면, 더욱 더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이 중요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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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이라면 이탈리아의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차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저들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물론 저들은 고성능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보통의 차’들과는 다른 초고성능과, 크게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들의 차들은 멋지다. 그런데 저들이 멋진 건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일지 모른다. 혹자는 이탈리아의 자동차를 ‘잘 달리고, 아름다운 것’ 빼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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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보면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는 물론이고, 영웅 시저와 거장 미켈란젤로 모두가 저들의 조상이 아닌가? 시저의 용맹과 미켈란젤로의 직관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라는 ‘달리는 조각품’을 만들어 낸 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이들 두 ‘조각품’들의 감성은 매우 다른데, 그건 아마도 창업자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는 2차 세계대전 직후 1947년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경주차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그 전에는 피아트와 알파로메오의 테스트 드라이버와 레이서로 활동했다. 하지만 페라리 창업 후에는 직접 핸들을 잡지는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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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의 성격은 타협을 모르는 고집불통이었다고 한다. 그랬기 때문에 독특한 성격을 가진 페라리가 나온 것이지만, 초기 페라리의 차들은 더러는 기구적으로 불완전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페라리의 그런 불완전성 때문에 또 다른 슈퍼카 람보르기니가 탄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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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의 창업자 페루초 람보르기니는 농기구와 트랙터를 만드는 사업을 했는데, 그가 가진 페라리의 클러치에 문제가 생겨서 그걸 따지려고 엔초를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는 그에 대한 분노로 페라리를 능가하는 스포츠카를 만들 결심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람보르기니’의 의지는 ‘성난 황소’가 그려진 람보르기니 브랜드 심벌에서도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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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페라리의 차는 페루초 람보르기니를 화나게 했지만, 수많은 페라리들 가운데서 가장 페라리다운 차를 찾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그들 중에서 288 GTO 모델이 가장 백미(白眉)라고 느낀다. 이 모델은 페라리 특유의 팽팽한 곡면의 디자인으로 페라리의 컬러 이탈리안 레드(Italian Red)가 가장 잘 어울려서 페라리의 우아함과 고성능을 잘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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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람보르기니는 1971년에 발표한 직선적 형태의 쿤타치(Countach) 모델이 단연코 대표적일 것이다. 물론 쿤타치 등장 이전에 나온 미우라(Miura) 역시 거장 마르첼로 간디니에 의해 디자인 된 곡선형 디자인으로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보여주지만, 쿤타치가 최초로 등장한 1971년에 사람들에게 안겨준 충격은, 무려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전혀 퇴색되지 않는다. 그리고 람보르기니는 50주년을 기념해 쿤타치 라는 같은 이름의 새 모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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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쿤타치’는 이태리어로 ‘저것이다(That's it!)’ 라는 해설도 볼 수 있다. 쿤타치는 베르토네 스튜디오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거장 마르첼로 간디니의 손에서 태어났는데, 마치 장갑차나 UFO를 보는 듯한 기하학적인 형태로써, 페라리의 우아한 곡선적 이미지의 조형 감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인상이다.

쿤타치의 첫 프로토타입은 매우 단순한 디자인이었지만, 이어서 나온 양산형 모델은 차체 측면에 항공기 기체에 사용되는 NACA duct 형태가 적용됐는데, 이게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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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CA’는 National Advisory Committee for Aeronautics라는 1915년에 설립된 미국의 항공관련 연구 단체 이름으로, 이곳에서 설계한 덕트가 근대적 항공기 기체와 레이싱 머신 등에 대거 적용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쿤타치는 측면 덕트에서 NACA duct 특유의 탄력 있는 곡선을 볼 수 없는 건 물론이고 크기도 너무 커서 균형감각이 부족해 보이는 게 아쉽다. 형만한 아우는 없다는 말이 맞는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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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이후 무려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오리지널 쿤타치의 일필휘지(一筆揮之)적 감성과 카리스마는 여전히 건재하다. 신형은 샤프하지만, 차체의 균형이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쿤타치로 대표되는 슈퍼카의 디자인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상 ‘기계’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을 보여주는 것. 그게 반백 년 동안 유지해 온 쿤타치가 가진 카리스마의 근원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쿤타치의 카리스마 때문에 오늘날 이탈리아 슈퍼카 디자인이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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