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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21세기 고급 브랜드의 모습은 무엇일까?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1-12-30 13:58:39

본문

서기 2022년, 21세기가 시작되고 22년째라는 사실에 새삼 시간의 속도를 절감한다. 디지털기술을 바탕으로 한 변화는 놀랍다. 인공지능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의 등장과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SF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님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이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게다가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은 지구촌 전체 인류의 일상을 뒤바꾸어 놓았다. 이로 인해 비대면이 크게 확산되기는 했지만, 우리 대부분은 여전히 날마다 기존의 자동차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며, 여러 일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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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이동을 더 편하게 하거나, 자신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자가용 차를 사며, 나아가 더 비싼 차로 바꾸기도 한다. 이처럼 오늘날의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가상적 기술 속에 있는 동시에, 한편으로 재래적인 고급이나 프리미엄 이라는 물리적 가치에 관심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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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번 언급했듯이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는 그의 저서 ‘21세기자본’에서 새로운 세기의 특징은 달력 상의 날짜가 바뀐 뒤로 15~20년이 지난 이후부터 나타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의 말대로 2015년을 전후로 디지털 기술에 의해 오늘날의 산업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로 가장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으며, 전통적인 기계 공업의 한 분야였던 자동차산업 역시 그 물결의 한 가운데 있다. 그렇다면 이런 커다란 변화 속에서 앞으로 나올 차량이나 모빌리티에서 ‘럭셔리’나 ‘프리미엄’의 모습은 과거와는 어떻게 변화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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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은 오늘까지 약 140년 가까이 발전하면서 몇 단계의 커다란 변화를 보이며 발전해 왔다. 그런 속에서도 전통적인 고급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더 비싼 고급승용차들이 나오고 있고, 많은 사람들은 그런 차를 사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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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경제구조에서 탈피하여 첨단기술산업과 서비스업 등이 주도하는 탈제조업 중심의 사회경제로 나아가면서, ‘탈산업화’, 또는 ‘탈산업사회’ 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는 그것을 ‘포스트포드주의(Post Fordism)’, ‘유연축적(flexible accumulation)체제’ 등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그는 대량생산방식의 한계와 노동과정의 경직성을 벗어나 새로운 산업 체제로 이미 전환했으며, 이를 통해 나타난 현상이 기술혁신과 금융화 라고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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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기술혁신은 정보통신기술과 정보산업의 발달, 그리고 이에 따른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혁신으로 자본주의경제는 세계적 규모로 성장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금융자본의 유통과 그 역할이 크게 높아진 것이라고 한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등은 이것을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Neoliberalism) 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교통 및 정보통신의 발달에 의한 시공간적 압축을 바탕으로 1980년대에 금융산업과 다국적 기업의 역할이 부각되고,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등장으로 도시나 지역이 무역, 투자 의사결정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글로컬리제이션(glacalization), 세계적 지역화 개념 등장이 오늘날의 일상이 된 것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 패러다임 시기에는 서유럽 중심의 고성능, 고급화된 제조에서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진 상품이 프리미엄의 반열에 올랐고, 독일의 브랜드를 필두로 하는 메이커의 차량이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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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89년에 등장한 렉서스로 대표되는 일본의 고급차들은 감각적 편의성과 높은 품질, 합리적 가격, 이른바 가성비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독일차가 자동차의 기본기에 집중했다면 일본차는 감각적 품질이 강점이었다. 그러한 일본제 고급차의 주요 고객은 바로 새롭게 부상한 금융업계의 엘리트들이었다.

실제로 렉서스가 그러한 소비자를 정확히 지향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졌고, 전통적 브랜드의 특징과는 다른 트렌드에 있는 신흥 엘리트들이 새로운 고급 브랜드의 고객이 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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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프리미엄은 기계적 내구성이나 신뢰성 기술 바탕의 럭셔리를 지향했지만, 렉서스는 예를 들어 3차원 슈퍼비전 클러스터를 최초로 적용해 기계로서의 차량에 익숙해 있는 서구인을 감각적으로 현혹해 새로운 소비자와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성공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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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이미 시장에는 기존의 전통적 럭셔리 소비자와는 또 다른 틈새 시장으로서의 소비자들이 존재했었고, 그들은 새로운 감각과 가치의 제품을 원했던 것이다. 그런 가치를 ‘매스티지(mass-tige)’ 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매스티지는 대량생산(mass-production)과 고급(prestige)의 합성어로, 대량생산방식으로 제조된 고급품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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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매스티지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면서도 금형으로 마구 찍어내는 제품이 아닌, 직접 가공을 통해 만들어지는 부품으로 제조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정교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직접 가공으로 만들어지는 양산 제품은 의외로 많다. 항공기용 승객 좌석의 내부 프레임은 금형에 의한 주조 시의 금속 밀도 불균형에 의한 강도 저하를 피하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 덩어리를 직접 깎아내 제조된다. 물론 눈에 띄는 부분이 아니지만.

오늘날 스마트폰의 양대 라이벌인 아*폰과 갤*시는 이 부분에서 명확한 대비를 보여준다. 아*폰은 금속을 직접 깎아 만들어진 몸체와 부품을 대거 사용해 직각 평면 형태가 특징인 반면, 갤*시는 금형에 의한 성형공법으로 인해 금형에서 탈형(脫型)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경사각과 곡면의 형상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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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뱅&**슨 이라는 프리미엄 오디오 역시 직접 가공해 만들어 보석처럼 반짝이는 직각 평면의 정교한 부품으로 구성된 초감각적 디자인의 고급 제품을 보여준다.

물론 금형에 의한 성형이 퀄리티가 낮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직접 가공 방식은 금형방식에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샤프한 형상의 정교함에서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는 감각의 조형을 전기 차량 브랜드인 테슬라나 폴스타의 차량에서 볼 수 있는데, 정교하면서 전위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물론 테슬라의 디자인에는 호불호는 있지만 전통적인 ‘고급’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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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공식 출범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시작은 2008년 BH의 등장부터 이다. 그 이후 제네시스 엠블렘은 지금까지 다섯 번 바뀐 걸로 보이는데, 그들 중에서는 2013년에 2세대 G80(DH)의 등장과 함께 나온 세 번째의 것이 일견 매스티지를 지향하는 감각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면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분명 그랬다.

그런데 2015년에 브랜드 독립과 함께 다시 바뀐 네 번째의 것은 디테일이 더해졌지만, 프리미엄 감각보다는 유럽의 전통적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콤플렉스가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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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20년에 또다시 바뀐 것은 방패 형상의 바탕에 기요새(guilloché; 금속 표면에 선을 정교하게 새기는 기법)가 들어간 것이 앞서 설명한 매스티지의 요소로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단지 배지에만 쓰였다는 건 아쉽다. 차량의 본질적 요소 어딘가에 그런 공법이 쓰였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지 모른다.

미래 프리미엄의 모습이 어떨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015년에 공식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토마스 피케티의 실질적 시대 변화 시점에 대한 견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가장21세기적 브랜드이기에, 20세기에 등장한 기존의 프리미엄 브랜드들과는 다른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감각이든 기술이든 말이다.

처음 렉서스가 등장했을 때 서구에서는 벤츠의 아류라고 저평가했다. 실제로 1세대 렉서스 LS의 디자인은 창의적이기보다는 벤츠S클래스의 토요타 버전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저들만의 감각적 편의성과 품질로 새로운 시장과 소비자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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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최신형 플래그십 세단 G90는 매우 고급스럽고 잘 만들어진 한국의 최고급이다. 그렇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렉서스가 갔던 길을 뒤따르는 정도로 보이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그런데 토요타의 최고급은 렉서스LS가 아닌 센추리 세단이지만, 이 차는 일본 내수용이다. 렉서스는 최고급이라는 관점보다는 글로벌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운다. 국내 최고급과 글로벌 프리미엄을 같은 전략으로 다루는 건 어딘가 다른 이야기이고 토요타도 다르게 한다. 하지만 글로벌 프리미엄이 되려면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야 하는 건 분명하다.

모터 기술을 자랑하며 전기차 개발 선언을 했던 다이슨이 SUV의 클레이 모델까지 만든 뒤에 전기차 개발을 포기한 건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걸 클레이 모델을 만들면서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일 지 모른다. 클레이 모델을 만들었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 개발은 모터의 설계나 개발과는 다르다. 실제로 다이슨 청소기를 써보면 어느 순간 거액을 주고 그걸 구매한 나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좋은 청소기는 고성능 모터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돈이 아까워서 내다버리지 못하고 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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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21세기에 어떤 길을 가야할까? 2025년 이후의 모든 제네시스는 전기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으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브랜드는 기술적으로나 디자인 감각적으로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게다가 현대자동차는 테슬라 같은 신생 전기자동차 기업이 가지지 못한 자동차 개발의 노하우와 역사가 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의 21세기 프리미엄 브랜드는 미국시장에서는 실리콘 밸리의 디지털 엘리트를 고객으로 하는 전위적인 디지털 감각의 프리미엄 전기 차량을 아이오닉 브랜드로 내놓고, 제네시스는 국내 최고급 브랜드로 운영하는 게 더 설득력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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