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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기하(幾何)와 유기(有機)의 조형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01-25 17:23:19

본문

우리들 주변에 있는 자동차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다양한 형태들도 수학적인 개념으로 분석하면 기하학적 형상과 유기체적 형상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과연 이 두 가지는 어떻게 다를까?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그림 하나를 살펴보자. 이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h)가 1492년경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비트루비우스(Vitruvius)의 인체 비례도’ 이다. 그런데 이것은 그보다 약 1800년 전이었던 기원전 4세기경에 로마의 장군이었던 비트루비우스가 자신의 부대에 병사가 새로 들어올 때마다 갑옷을 만들기 위해 매번 반복적으로 치수를 측정하던 것을 평균치로 만들어 비율로 정리해 몇 종류의 갑옷을 만들어 쓰던 공식을 1800여년 후에 다빈치가 그림으로 그려 정리한 것이다. 두 인물 사이의 시차가 무려 1800년 이다.

이 그림 속에는 인체를 각각 정 사각형과 원 속에 집어 넣었는데, 인체는 공텅적인 비례로 배꼽을 기준으로 1:1.618 이라는 황금비(黃金比)로 분석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인체 부위가 황금비로 돼 있다고 한다. 이 그림에서 인체는 유기체적 형상이고, 그 인체는 원과 사각형은 기하학적 형상 속의 틀에 들어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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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인체 형태를 보자. 소년과 인체 모형은 모두 인공물이지만 유기체적 형상을 가지고 있다. 유기체적 형상은 유기체, 즉 생명체가 가진 형상이지만, 충격테스트용 인체 모형 같은 인공물에도 적용 된다.  생명체의 모양과 구조를 그대로 재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기체적 형상(有機體的形象; organic shape)이란 조형 요소로써 사용된 선(線)이나 면(面)의 특성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이나 식물 등의 생체(生體)의 형태적 특성을 가진 자유 곡선(自由 曲線)과 자유 곡면(自由 曲面)으로 이루어져, 특정한 수학적 수치로써 나타내기 어려운 조형요소로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반면 기하학적 형상(幾何學的形象; geometric shape) 이란 컴퍼스(compass)나 자(ruler) 등의 기하학적 도구들의 의해 그려지거나 정의(定意)될 수 있는 조형요소로 이루어진 형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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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의 손으로 디자인되어 1968년에 등장한 람보르기니 미우라는 우아한 유기체적 곡선의 대표적 사례이다. 한편으로 역시 간디니에 의해 디자인 되어 1971년에 등장한 람보르기니 쿤타치는 미우라와 완전히 대비되는 기하학적 디자인의 대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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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들 두 차종도 온전히 기하학적 직선이나 유기체적 곡선만을 쓴 것은 아니다. 우아한 곡선의 람보르기니 미우라 역시 로커패널에는 완전한 직선이 쓰였다. 사실상 이 부분은 차량의 토대가 되는 플로어 패널을 이루는 부분이므로 불가피하게 직선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기는 하다.

한편으로 마치 장갑차를 연상시키는 각진 차체 형태가 인상적인 쿤타치 역시 직선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앞 펜더의 능선과 도어 캐릭터 라인, 그리고 뒤 펜더로 이어지는 곡선은 유리창 부분의 직선적 그래픽을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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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차량 중에서 최근에 등장한 기아 브랜드의 전기차량 EV6와 현대 브랜드의 아이오닉 5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전기차량 플랫폼 E-GMP를 공유하고 있지만, 두 차량의 차체 디자인은 완전히 대비된다. 기아의 EV6는 근육질의 볼륨을 가진 앞 펜더와 뒤 펜더, 그리고 곡선의 이미지로 흐르는 후드 캐릭터 라인으로 유기체적인 인상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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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현대 아이오닉5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 승용차를 모티브로 한 기하학적 직선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헤드램프와 테일 램프는 LED를 이용한 사각형 조형으로 구성되면서 전체가 또 다른 직사각형을 형성하는 등의 조형 요소로 매우 디지털적 조형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두 모델 모두 자세히 보면 곡선, 또는 곡면이 함께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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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극단적인 직선 조형은 재작년에 세상에 공개된 테슬라 사이버 트럭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차체 재료가 티타늄이라고 알려져 있고, 티타늄의 가공 기술에 의해 곡선을 쓸 수 없어 직선으로 밖에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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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곡선만으로 구성된 디자인은 독일 태생 디자이너 루이지 꼴라니(Luigi Colani; 1928~2019)에 의해 디자인된 차량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는 자연 속에는 완벽한 직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으로 모든 것을 곡선으로, 유기체적인 곡선으로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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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용어 상으로 잘 못 이해되는 경우도 있다. 기하학적 형태는 직선이라고 믿는 것인데, 기하학적 형태는 직선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학적으로 정의된 곡선 역시 기하학적 형태이며, 놀랍게도 자연 속에 존재하는 곡선은 모두 수학적 직선을 가지고 있다. 1세대 뉴 비틀의 차체 형태는 바로 그러한 기하학적 곡선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하학적 조형과 유기체적 조형은 결국 관점의 차이, 혹은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직선처럼 보이는 지평선도 결국 둥근 지구의 표면이며, 유기체적인 자유 곡선 역시 짧게 쪼개면 기하학적 직선이다. 결국 기하가 모이면 유기가 되고, 그 유기 속에는 기하학적 질서가 존재하는 것이니, 직선은 곧 곡선이요, 곡선은 곧 직선이라고 말 할 수 있으며, 어느 시점에서 바라 보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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