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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소니의 전기 동력 차량 디자인 살펴보기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02-09 17:53:12

본문

일본의 전자제품 제조업체 소니가 올해 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전기 동력 SUV 콘셉트 카 비전(Vision) S 02를 공개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95mm, 전폭 1,930mm, 전고 1,650mm, 휠베이스 3,030mm로 요즘의 준대형 SUV와 비슷하다. 이미 소니는 지난 2020년에 비전 S 콘셉트 세단을 공개했고, 이번에는 거의 비슷한 차체 디자인의 SUV 콘셉트 카를 공개한 것이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전기 동력으로 전환되면서, 그리고 전자장비의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자동차가 기계이기보다는 바퀴 달린 전자제품의 성격으로 바뀌는게 요즘의 추세인 것 같다. 실제로 엔진 동력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성능 좋고 연비 좋은, 말하자면 실용적인 엔진 개발이면서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이었다. 이 때문에 엔진 기술이 없는 기업이 자동차를 만든다는 게 거의 불가능했지만, 전기 동력 차량은 그런 난관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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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많은 신생 전기 자동차 기업이 생겨나고 있고, 기존에 전자제품만을 만들던 기업들도 자동차 제조에 발을 들이려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청소기 제조업체 다이슨은 이미 자동차 개발 포기를 선언했지만.

소니가 공개한 비전 S 02 콘셉트 카는 거의 양산차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실제의 차량 생산은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yer)에게 위탁할 것이라고 한다. 마그나 슈타이어는 이미 여러 양산 메이커의 소량생산 파생 차종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으므로, 소니에게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신규 시설 투자 없이 차량 생산이 가능한 방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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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공개한 비전 S 02 디자인 특징은 전자제품 제조기업 소니의 성향이 그대로 느껴지는 모습이다. 기술적 스펙이나 세부 사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체 디자인 이미지는 2년 전에 공개했던 비전 S 세단과 이번에 공개된 비전 S 02 SUV가 벨트 라인 위쪽의 검은색으로 만들어진 부분, 즉 A필러에서 C필러까지, 그리고 지붕 부분만 다른 모습이다.

물론 휠이 다르고 차체 측면 디테일의 위치 등이 다르긴 하지만, 한 눈에 차이가 구분되지 않는다. 두 모델의 실내에서도 의자와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서로 다르지만, 이것 역시 어떤 게 각각 S와 S 02 모델인지 서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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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식으로 구분이 명확히 되지 않는 건 어쩌면 전자제품과 차량의 디자인 개발 관점 차이에서 유래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자동차 디자인개발 시에는 클레이 모델을 만들면서 아주 가까이에서 보는 미시적 평가와 아울러, 여러 경쟁 차량들과 함께 세워 놓고 10미터쯤 떨어져서 서로 얼마나 차별화 되는지를 평가하는 거시적 평가를 병행한다. 그것은 실제로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과 최대한 비슷한 조건에서 디자인의 차별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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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전자제품은 10미터 떨어져서 사용할 수도 없고, 아무도 그런 조건에서 관찰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제품 디자이너들에게는 디테일 디자인이 승부처이다. 가령 버튼의 미세한 돌기 형태나 버튼 간의 틈을 0.2mm로 할 것인지 0.3mm로 할 것이지 등이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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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같은 제품은 전체 두께를 0.5mm 줄이기 위해 배터리를 내장형으로 하느냐 교체형으로 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하는 등 디자인 외적으로도 미시적 특성에 의한 변수가 중요하다.

대체로 자동차와 같은 기계 공업을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전자 공업을 경박단소(輕薄短小) 산업이라고 칭하는 것은 바로 그런 맥락일 것이다. 게다가 작고 얇게 만드는 건 소니를 비롯한 일본 전자제품 기업들의 특기 중 하나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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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소니의 미니 카세트 플레이어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소니를 필두로 하는 일본 전자제품 제조 업체들은 1990년대까지 세계를 주름잡았었는데, 특히 소니의 컬러TV는 다른 메이커들이 소위 ‘배불뚝이’ 브라운관 TV를 내놓을 때 슬림 원통의 평면형 브라운관 제품으로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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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 미국의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소니 TV가 최고급 제품이었다. 물론 오늘날에는 그 자리를 삼성과 LG 등 우리나라 기업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소니는 여전히 디지털 카메라를 비롯한 광학 기기와 디지털 방송장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방송국에 소니 로고가 붙은 장비들로 그득한 것을 보면 소름이 돋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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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공개한 두 종류의 전기 동력 콘셉트 카는 자동차의 감성과 다르게 접근한 것 같은 인상이지만, 기존의 테슬라를 비롯한 신생 전기차 메이커들이 만든 전기 차량과의 차별성은 크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보는 이에게 설레임을 주지 않는다는 게 역설적으로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테슬라의 전기 차량들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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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동차나 바이크를 구입하는 동기는 카세트 플레이어나 TV를 살 때와는 매우 다르다. 만약 어느 최신형 TV가 계속 시청하면 생명을 위협한다면, 당연히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건 물론이고 시장에서 즉각 퇴출될 것이다. 그런데 2륜 바이크는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동수단 중에서 치명성이 매우 높지만 아무도 그걸 문제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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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논리를 압도하는 끌림과 설레임 때문에 바이크나 슈퍼카의 사진을 벽에 붙여 놓고 그걸 꿈꾸며, 남성미 넘치는 픽업트럭의 구입을 바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끌림 때문에 주택 다음으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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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가 만나볼 모빌리티는 어쩌면 기술적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 규격화된 이동 서비스(mobility service)의 도구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로 전기 동력 자동차나 자율주행 차량이 사용성 중심의 모빌리티 서비스의 일부가 된다면, 오히려 소비자는 그걸 이용하면서 느끼는 감성의 차별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기존 자동차에서와 같은 아날로그적 끌림 이든 아니면 첨단의 정교한 디지털 카메라에서 느껴지는 치밀한 감성이든 말이다. 그렇다면 소니의 콘셉트 카에도 그런 감성의 차별성이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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